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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금리인하론’은 넋 나간 헛소리?
[이슈추적]‘금리인하론’은 넋 나간 헛소리?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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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회복을위해서는금리인하가필요하다는분석을처음내놓은것은IMF(국제통화기금)였다.
지난6월7일,조슈아펠먼IMF한국담당부국장이한국경제를점검하기위해1년에2차례실시되는‘IMF한국미션’브리핑에서“경기회복이주춤한다면한국은행은‘심지어’금리를내릴여지가있다”고밝혀파문이일었다.
그동안금리인하는부동산투기논란에가려실현가능성이희박한정책으로취급돼왔다.
저금리가부동산투기를부른주범으로지목되고있는상황에서금리를더내려야한다고주장하는것은‘정신나간짓’에불과했다.
하지만펠먼부국장의발언은그동안수면밑에가라앉아있던금리인하론을단번에논쟁의한가운데로끌어냈다.
곧이어영국의경제주간지<이코노미스트>와메릴린치증권,국제신용평가사피치가한층강한어조로금리인하를주장했다.


많은사람이또다시부동산투기문제에골몰해있는상황에서이들의주장이낯설게들린것은너무나당연했다.
금리를더내린다면,부동산문제는어떻게하자는것일까.우선이들은한국의부동산문제가우려할만큼심각한상황은아니라는인식을공유하고있다.
강남을중심으로한일부지역의집값이오르기는했지만,전체적으로보면아직은안정세라는분석이다.
이들은심지어경기회복을위해서는주택가격상승을어느정도용인해야한다는과감한주장까지내놓았다.
오석태씨티그룹이코노미스트는“주택담보대출증가와집값상승은세계적인현상이며,해외에서는집값상승이경기과열을일으키지않는한경제적으로문제될것이없다고보는것이일반적인시각”이라고전했다.
그는또“외국분석가들은부동산,특히강남문제의한국적특수성을아무리설명해도잘이해를못하는경향이있다”고덧붙였다.



원화절상상쇄효과기대


부동산문제를제외하고본다면경기회복여부가불투명한현재상황에서금리인하주장은너무나당연한선택이다.
비록그효과가제한적인것으로나타났더라도금리인하가경기부양효과를발휘한다는것이전통적인경제이론이지만,금리인상이경기를살린다는이론은어디에도없기때문이다.
이들이금리문제에서또하나주목하는것은수출과의관련성이다.
금리를추가인하하지않을경우한국경제의유일한버팀목인수출이타격을받을수있다는게이들의시각이다.
메릴린치증권은“지난1년간14%의원화절상(무역가중기준)을흡수하려면이론적으로금리를1.5~2.5%더내려야한다”는분석을내놓았다.
기존이론에따르면,금리를내리면자본유출이발생해환율이상승(원화가치하락)해수출이증가하게된다.
반대로금리인상은자본유입과환율하락,수출감소로이어진다.
따라서지난1년동안이루어진14%의원화절상으로감소한수출을회복시키려면,추가적인금리인하가이루어져야한다.
메릴린치증권은원화가치가1%가절상되면0.25%포인트의금리인상효과가있는것으로보고있다.


그러나최근한국은행이이러한기존주장을뒤엎는분석을내놓았다.
지난6월22일오정근한국은행금융경제연구원부원장은한국에서는기존이론과는정반대로,금리인상은수출증가로,금리인하는수출감소로나타난다고밝혔다.
한국은선진국과는달리채권시장이아니라주식시장을중심으로외국자본의유출입이이루어지기때문이라는것이다.
즉,금리를올리면기업의수익성악화를우려한외국인들이국내주식을팔게돼환율이하락하고,이는수출을늘리는요인으로작용한다.
오부원장은“실제로콜금리인상으로인한충격을조사한결과국내금리인상은주가를하락시키고,자본수지를악화시켜환율을상승시키는것으로나타났다”고설명했다.
한국은행에따르면지난2004년외국인의국내주식투자액은12조6200억원이었던반면,채권투자액은2조300억원에불과했다.


한편최근외국계분석가들과는다른시각에서‘초저금리정책’이필요하다는주장을국내한경제전문가가내놓아주목을끌고있다.
부동산투기문제에대해비판적인목소리를내온김광수김광수경제연구소장은“한국경제를살릴수있는유일한대안은초저금리정책”이라고분석했다.
김소장은국내의부동산문제가심각한수준이아니라는데동의하지않는다.
다른나라와비교해도이미심각한상황에이르렀다는것이다.
김소장은미국의경우,집값이폭동한것은분명하지만,기본적으로실수요가뒷받침되는상승이라고지적한다.
지난1991년부터2000년까지10년동안미국의인구는2500만명증가했다.
이들모두주택수요의실수요자들이다.
반면,우리나라의경우오히려인구감소를우려해야하는상황이다.
그러나김소장은금리인상이부동산투기를잡는유효한수단이될수있는가에의문을제기한다.
실수요가아니라이상심리가지배하는투기국면에서는정상적인금융수단이효과를발휘하기어렵다는것이다.
투기참여자들은수십%의투기적수익을전제로하기때문에1~2%의금리인상에전혀영향을받지않는다.
따라서부동산투기는‘판교신도시의영구임대주택건설’이나조세강화등다른정책적수단을동원해야한다는것이다.



‘금리인상=부동산투기대책’도의문


김소장은최근의부동산문제는‘성장패러다임의변화와저금리에대한일부경제주체들의부적응’에서비롯됐다고진단했다.
그는한국경제의잠재성장률은3%전후수준으로이미하락했으며,현재의저금리는그러한펀더멘털의변화에따라나타난자연스러운결과라고지적했다.
경기부양을위해인위적으로금리를낮춘것이아니라제자리를찾아간것에불과하다는것이다.
물론김소장의잠재성장률추정치는정부의추정치(5%)와는상당한차이를보인다.
김소장은현재의적정금리수준을2%전후로제시한다.


또한금리인상은소수의거액예금자들의이자수입만늘려주는결과를가져온다.
현재우리나라가계의금융포트폴리오를살펴보면,유이자성가계부채가500조원,유이자성금융자산이600조원에이른다.
금리를올리면예금자는이자수익이늘고,대출자는이자부담이증가한다.
놀라운것은전체600조원의예금가운데70~80%를상위5%의예금자들이차지하고있다는사실이다.
반면,500조원의가계부채가운데주택담보대출이170조원,일반대출이330조원을차지한다.
금리인상이소수거약예금자의이자수입증가와자영업자등서민들의이자부담증가로귀결될수밖에없는것이다.


가계부문뿐만이아니다.
금리인상이이루어지면기업부문역시엄청난부담을떠안아야한다.
한국의GDP대비기업부채비율은97~98%로미국(45%),일본(95%)에비해여전히높다.
많은기업들이부채를막느라허덕이고있는셈이다.
이런상황에서금리인상은대규모구조조정이필요한기업부문을더깊은수렁에빠뜨릴위험성을안고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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