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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디지털위성방송 스타 예감
[포커스] 디지털위성방송 스타 예감
  • 이경숙
  • 승인 2001.06.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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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 공모, 예상외 인기… 공적 소유구조 극복·킬러 서비스 등이 관건
총 공모액 3652억2799만원, 최종 경쟁률 3.75 대 1. “1 대 1만 넘기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괜찮은 편이네요. 불확실한 사업모델을 일반투자자들이 어떻게 납득했는지 궁금하군요.” 한 애널리스트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5월31일 KDB 주식의 일반공모가 마감됐다.
KDB가 내놓은 주식 수는 전체 주식의 29.5%인 1772만7300주였다.
주당 공모가는 방송발전기금 500원을 포함해 5500원으로, 사실상 액면가 수준이었다.
그러나 낮은 공모가에 비해 3.75 대 1이란 경쟁률은 청약열기가 좀 덜 달아올랐음을 보여주는 것인지 모른다.
2월 중순 한국통신IMT가 KDB보다 적은 500만주를 주당 1만8천원에 내놨을 때 청약자금이 1조6225억원, 경쟁률은 18.03 대 1에 이르렀던 것과도 대비된다.
그런데도 애널리스트들과 KDB 관계자들은 “예상 외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초 바이오산업주와 함께 증권가 테마주로 꼽혔던 디지털방송주인데도 불구하고 관계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수익 창출까지는 산 넘어 산 우선 KDB는 단기적으로 수익을 낼 가능성이 낮다.
KDB는 본 방송이 시작되는 올해 말 가입자 3만명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가입자 270만명에 64억원의 첫 사업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것도 가입자가 예상대로 확보되었을 경우의 이야기다.
다채널 방송 시장에서 KDB와 경쟁할 케이블방송은 이미 250만가구의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다.
‘황금알을 낳을 거위’라는 기대 속에 출범한 케이블방송들이 이만큼의 가입가구를 확보하는 데는 6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여기에 새로 케이블방송으로 전환한 중계유선방송 가입가구 252만을 더하면, 케이블방송 가입 가구는 전체의 30%인 500만가구에 이른다.
또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가구가 지상파방송을 보고 있다.
다채널위성방송에 대한 수요가 새롭게 얼마나 창출될지는 그야말로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게다가 한번 보유한 KDB 주식은 당분간 돈으로 바꾸기 어렵다.
KDB는 2003년 이후 요건을 갖추는 대로 거래소 상장이나 코스닥 등록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분율 2% 미만 주주에 대해선 방송법으로 정해진 양도제한을 해제해 계좌간 대체나 입출고를 할 수 있게 해뒀다.
그렇지만 현재 제3시장에 나온 주문 내용을 보면 사자 주문이 6500원선인 데 비해 팔자 주문은 1만원 이상으로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KDB의 본 방송이 시작되고 가입자 수 같은 가치 평가요인이 어느 정도 드러난 뒤에라야 거래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정작 애널리스트들이 우려하는 요인은 따로 있다.
주요 투자자와 경영진, 채널의 구성에서 공공성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됐다는 점이다.
KDB의 소유구조는 상당히 공적이다.
최대 주주는 일반투자자, 즉 국민이고 2대 주주는 24.56%를 가진 한국통신이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각각 16.37%와 9.82%의 지분를 보유한다.
지분의 80.26%가 공적 성격인 셈이다.
그 나머지를 SBS 등 140여개 방송사, 프로그램 공급자(PP)들이 나눠 가지고 있다.
경영진 또한 방송의 공공성을 중시하는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강현두 대표이사는 서울대 언론정보학 교수와 KBS 이사를 지낸 전형적 언론계 인사다.
콘텐츠사업단장인 장윤택 이사는 KBS 주간과 한국방송학회 회장 출신, 위성방송연구소장 이강수 이사는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장 출신이다.
마케팅추진단장인 김경호 이사는 서울대 MBA 출신으로 한국통신 경기본부 마케팅국장을 거쳐 임원 중 유일하게 경영 경력이 있다.
그러나 치열한 전쟁터에서는 ‘신사’보다는 ‘전사’가 필요하다.
KDB가 들어갈 다채널방송 시장은 이미 케이블방송과 일부 중계유선이 선점하고 있다.
KDB가 비록 한국의 위성방송사업을 독점한 사업자일지라도 실질적으로는 이 선발업체들과 겨뤄야 한다.
본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위성방송 붐을 일으켜 수요를 대거 끌어내지 않으면 KDB는 4년 뒤에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조차 달성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이런 경쟁상황에서 주주사들의 다양한 이해관계에 걸려 중대한 사업이 왜곡되거나 뒤늦게 결정되면 기업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
임직원 대부분이 학자나 시민단체, 공기업 출신이라 시장경쟁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방송으로서의 공공성이 강조되면 KDB의 ‘주력병기’인 양방향 서비스가 무력화될 수 있다.
가령 PPV(Pay Per View)는 영화나 콘서트 실황, 스포츠 경기 등 고화질 영상물을 셋톱박스 하드디스크에 내려받아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에 가지 않고도 안방에서 받아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이 편리한 서비스는 케이블방송은 물론 비디오테이프 대여 시장까지 강타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나 비디오테이프 대여점들이 방송의 공공성을 내세워 18살 이하 등급으로 서비스를 제한할 경우 KDB의 대표적 ‘킬러 애플리케이션’은 맥없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제 아무리 편리한 서비스라 해도 성인물을 다루지 못한다면 영상물 시장에선 ‘게임 끝’이다.
청약대행사의 애널리스트들조차 “청약경쟁률이 1 대 1만 넘어도 성공”이라고 한 건 이런 요인들 때문이다.
그러나 청약마감일 당일 오전까지도 0.9 대 1이던 경쟁률은 예상과 달리 막판에 3.75 대 1까지 치솟았다.
마감시간 직전에 청약이 쏟아져들어온 것이다.
여기엔 “그래도 KDB 투자가 은행이자 수입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작용했다.
KDB의 사업수지가 최악의 상황으로 간다고 해도 액면가보다는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정책적 독점사업 “대박 기대” 주가는 종종 기업실적과 상관없이 움직인다.
특히 위성방송사업에선 사업수지보다 가입자 수가 주가에 더 많이 반영된다.
일본 위성방송 스카이퍼펙의 경우 내년까지도 수익을 내지 못할 전망임에도 주가가 1100달러, 시가총액이 2600만달러에 이른다.
대우증권 최용구 수석연구위원은 “시장이 250만명의 가입자에 대한 기업가치를 이익률보다 중요하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디지털위성방송이 국가정책적, 독점적 사업이란 점은 이 사업이 적어도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준다.
70~80여 채널사업자가 난립하는 케이블방송과는 사정이 다르다.
여차하면 해외 위성방송에 대한 지분 매각이나 해외동포 시장 개척 등 정책적 지원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도 있다.
망하지는 않지만 대박이 터지면 크게 터질 수 있다.
KDB 이근재 IR부장은 “계획대로 2005년까지 270만명 가입자를 유치하면 최고 12배 정도 주가가 올라 큰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포인트”라고 자랑한다.
아직은 KDB의 출현으로 인한 시장변화는 없다.
위성방송 실시로 가장 먼저 수혜를 볼 휴맥스, 현대디지털테크, 대륭정밀 같은 셋톱박스 제작사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대우증권 송병태 수석연구위원은 셋톱박스, 특히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고급형 셋톱박스 수요가 늘어나야 관련업체들의 주가에 KDB라는 존재가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제 KDB는 위성방송만의 차별성 높은 콘텐츠와 이미지 확보, 20만~35만원 가격대의 셋톱박스 보급이라는 과제를 수행해내야 한다.
KDB는 셋톱박스 보조금과 무이자 할부정책, 브랜드 통합 마케팅, 24시간 콜센터 서비스 등으로 시장을 뚫어나갈 만반의 채비를 갖췄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국민주 방송이라는 태생 기반과 생존해야 한다는 시장환경 속에서 KDB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까. 시장은 말없이 새로운 탄생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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