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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의 술이 익는 풍경] ‘미타가이’들의 천국 일본에 온 기분이네 _<미타야>
[박미향 기자의 술이 익는 풍경] ‘미타가이’들의 천국 일본에 온 기분이네 _<미타야>
  • 박미향 기자
  • 승인 2005.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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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지 않는 애정은 희롱이다.
실천만이 변화를 이끈다.
여기 반백의 한 의사가 있다.
추억과 회한을 차곡차곡 책갈피에 접어 꽉 끼는 책장에 담아두는 일만 남았는데…. 모 방송국에서 만든 베트남 관련 다큐멘터리가 무심코 전파를 타고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한 베트남 여성과 그녀의 아들이 네모박스에서 튀어나와 “아직도 그를 기다리고 있어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악~ 노의사는 기절할 뻔했다.
그녀는 그의 첫 아내였다.
사연인즉슨 베트남이 공산화되기 전에 베트남 건설 공사에 인부로 일하러 갔던 그는 그곳에서 예쁜 아내를 얻어 결혼까지 했다.
갑자기 전쟁의 기운이 감돌면서 한국 정부는 모든 한국인들을 불러들였다.
그저 잠시 다녀오는 걸로 생각했던 두 사람은 짧은 이별을 슬퍼하지도 않았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되었다.
그는 역사가 만들어놓은 비극 앞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베트남의 후끈한 바람이 금세라도 허리케인처럼 그를 뒤덮을 듯했다.
하노이 골목마다 툭툭 앞으로 떨어졌던 고약한 냄새들마저도 그리움으로 다가섰다.
20대 젊은 혈기를 함께한 아리따웠던 아내, 그리고 그 아내가 아직까지 날 기다리고 있다니~ 어쨌든 의사로서 성공한 그, 이제 돈도 많고 안정적인 지위를 얻은 그. 그래서 그는 지금 어떻게 사냐구요? 1년의 반은 베트남에서, 그 나머지 반은 한국에서 그렇게 두 집 살림을 한답니다.
두 아내의 양해를 얻어서….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는 사랑을 실천했네요. 일본 게이오대학 앞에 가면 미타야라는 동네가 있다.
맛난 것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한 한국인이 있었다.
게이오대학을 나온 사람과 이런저런 인연으로 매우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 친구와의 우정을 실천하기 위해 그는 <미타야>라는 이름의 맛좋은 집을 청담동에 열었다.
청담동이라고 너무 놀라지 마시라. 그리 많이 비싼 건 아니다.
은근히 한국에도 게이오대학 출신들이 여럿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삼성 이건희 회장과 그의 아들이다.
흔히 ‘미타가이’라고들 한다.
그 동네 이름을 딴 것이다.
주인장의 이력 또한 그 의사의 애정사처럼 예사롭지 않다.
제일기획에서 AE로 일했던 그는 일본 금융회사의 대표를 지냈고 지금은 어린이 헬스용품업과 이 집을 운영하고 있다.
아주 넉넉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이곳을 ‘미타가이’들의 천국으로 만들고 싶었단다.
그래서 일본에서 전국 어느 요리나 금세 해낼 수 있는 40년 경력의 주방장을 모셔왔고 어수선하지 않는 인테리어로 솜씨를 자랑했다.
내부 공간도 철저하게 일본 게이오대학 앞 선술집처럼 활용도를 최대한 높였단다.
술 역시 철저하게 일본 술들뿐이다.
한국 소주와 맥주가 없다.
날씨가 더워져서 요즘은 아사히 맥주를 많이 찾는단다.
특이한 건 마수사케라는 우리나라 대박같이 생긴 잔이다.
이 잔에 술을 부어 마시면 생뚱맞지만 신기해서 즐겁다.
‘장꼬나베’라는 요리는 일본의 유명한 스모선수가 즐겨 먹어서 유명해진 것이다.
이것 또한 별미다.
아주 쬐쬐끔 남은 술도 보관해 준다.
그러니 주저 없이 술을 마시고 주저 없이 남겨라. 차곡차곡 벽 한 모퉁이 신수단지 모시듯 보관해 준다.
이 집 맛난 요리들은 먹는 재미보다 보는 재미가 더 있다.
갖가지 꽃과 나무로 꾸민 접시는 한 폭의 그림 같다.
금일 메뉴는 주인장도 모른다.
그 역시 그날 메뉴를 기대하며 주방장의 얼굴을 빼꼼히 쳐다본다.
해장은 ‘매운된장라면’으로 후딱 해치우면 된다.
이곳은 연예인들도 많이 찾는데 이유는 조용히 술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사인이나 사진을 찍자고 해서 맛을 즐길 수가 없다.
그들의 삶에 휴식 같은 공간이 되어준다.
몇 주 전에는 굴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 난데없이 계열사 사장들을 대동하고 등장해서 주인장과 온 주방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딸내미가 추천을 했단다.
헉! 은근히 딸 자랑은∼ 칫! 하여간 우정을 실천한 주인장과 사랑을 실천한 한 의사, 모두 멋져 보인다.
행동하자. 지금 당장, 성형 수술한 것처럼 인생이 달라진다.
문의 02-511-7741 여는 시간 오후 6시 닫는 시간 새벽 2시 메뉴 회 1만2천~8만5천원 낫또류 4천~1만9천원 그 외 요리 7천~5만5천원 각종 술 5천~1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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