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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메모] 경제생태계의 변화
[에디터스메모] 경제생태계의 변화
  • 최우성 편집장
  • 승인 2005.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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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쯧,부자들이돈을쓰게끔만들어야경제가살지.”지난몇년새우리경제가어두운터널을지나오는동안,귀에따갑도록들려오던레퍼토리다.
돈가진사람들이돈을풀어야못가진사람들이작은떡고물이나마얻어먹을수있다는얘기다.
이쯤해선‘물이란으레높은곳에서낮은곳으로흘러내린다’는따위의자연현상도단골메뉴로등장한다.
흡사,가진자와못가진자의구별이‘자연적질서’에따른편가름인양말이다.


지난15일재정경제부가최근의소비동향을분석해내놓은자료는이런판에박힌레퍼토리로부터우리를한걸음비켜서게끔해주기에충분하다.
한마디로말해,가진자들의소비가늘고는있으나대부분해외소비로빠져나가는탓에,정작내수회복으로이어지지못하고있다는게그알맹이다.
돈가진사람들의주머니에서돈이풀려나오는징후는곳곳에서감지된다.
고소득층이주로이용하는암치료비국외지출액은연간1300억원,전체국외진료비지출도연간4천억원에이르는것으로나타났다.
연간2만달러이상해외신용카드이용액은2003년4억7천만달러에서지난해엔7억1천만달러로50%이상늘어났다.
올해상반기동안수입승용차의내수판매비중은2002년수준의2배를넘어섰다.
곳곳에서윗골짜기의물이콸콸쏟아지는소리가들리는법하다.


예의그레퍼토리가‘진실’이라면,지금쯤아랫골엔시원한물줄기가넘쳐나야만할터이다.
허나,사정은그렇지못하다.
바로고소득층소비의하방침투효과가예전에비해훨씬줄어든탓이다.
이렇다보니고소득층소비가다른소득계층소비추세에선행하던경향도눈에띄게약화됐다.
두집단을한데아우르는한사회의경제생태계가점차파괴되어가고있음을짐작케해준다.
언제인가부터고소득층과여타계층을이어주는돈의물꼬는끊어진지오래다.
고소득층의소비가늘어난다고해서그여파가다른계층으로이어질수없게됐다는얘기다.


전체인구의고작1%가우리나라전체사유지의52%를소유하고있다는최근의통계에서알수있듯,금융자산형태로쌓여가는고소득층의부는이제여타계층에떡고물을안겨줄‘밀알’이되지못한다.
이런상황에서무턱대고부자들이돈을쓸수있도록‘당근’부터제시해야한다는주장은분명설득력을잃어간다.
하물며“지금은파이를키우는데온힘을기울여야한다”며저소득층에복지혜택을늘리려는시도에색안경부터끼고나서는행보는더더욱경계해야한다.


한국은행이‘빈곤층이1%포인트늘어날때마다1인당GDP는약0.22%줄어든다’는내용의보고서를내놓은건이미1년전의일이다.
갈수록심해지는양극화가결국엔우리사회의성장잠재력자체를훼손할것이라는경고였다.
최근에잇달아공개된각종‘숫자’가던져주는메시지.언젠가이일갈했듯,경기순환사이클자체에서튕겨나온사람들을하루빨리끌어안지못하는한,결국엔이땅에선가진자들의부가늘어나는일조차힘들것이라는깨우침이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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