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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한국타이어, 대륙 딛고 세계로
[비즈니스] 한국타이어, 대륙 딛고 세계로
  • 장근영 기자
  • 승인 2001.06.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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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법인 세금감면 혜택에 1분기 큰 수익… 구조조정도 함께 실시해 체력 비축

지난 5월23일 주식시장에 호재가 터졌다.
세계 타이어 업계의 ‘빅3’ 중 하나로 꼽히는 브리지스톤이 포드에 대한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자연스레 한국타이어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주식시장엔 외국인들을 필두로 대규모 매수세가 몰렸다.
1분기 내내 주가가 2500원 고지를 향해 힘겨운 걸음을 걷던 한국타이어 주가는 단숨에 3500원에 육박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가 포드에 대한 납품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가능성’의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는 6월1일에 다시 3천원으로 주저앉았다.
5월28일까지 6일째 오름세를 타던 주가가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조정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장기적으로 본다면 한국타이어는 대단히 큰 기회를 맞이한 것은 틀림없다.
반가운 소식은 중국에서도 들려왔다.
중국 정부가 타이어산업 활성화를 위해 래디알타이어 판매가격에 12%의 세금감면 혜택을 준 것이다.
덕분에 한국타이어의 중국 생산법인은 1분기에 86만달러의 이익을 냈다.
애초 중국법인이 1분기에 70만달러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던 한국타이어 입장에선 감이 저절로 굴러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타이어는 올해 중국법인의 순이익 목표를 170만달러에서 최소 300만달러로 높여 잡았다.
포드 납품물량도 점차 증가할 듯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한국타이어는 세계 11위권을 달리고 있다.
물론 시장점유율은 1.4%로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세계 타이어 시장의 56%를 차지하고 있는 브리지스톤, 미쉐린, 굿이어 등 빅3에 비하면 아기공룡 축에도 못 끼는 셈이다.
하지만 품질만은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지난해 5월 자동차 전문잡지 <오토플러스>의 성능 테스트에서 중국에서 생산된 한국타이어의 래디얼타이어 ‘킹스타’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한 셈이다.
하지만 좁은 국내시장만 보고 장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타이어는 20세기가 지나가기 전에 해외 진출을 하겠다고 서둘렀다.
포드자동차에 대한 납품권을 확보하고 중국 현지공장을 설립함으로써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올해 창사 60주년을 맞은 한국타이어는 지난 1999년 중국 장쑤성과 저장성에 각각 990만달러와 1억4600만달러를 투자해 현지공장을 설립했다.
지난해는 1억5천만달러에 이르는 매출액을 달성해 중국 승용차용 타이어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물론 이런 성과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한국타이어의 중국 진출은 사실 94년 베이징 지점을 설립하는 등 꾸준히 준비해온 결과로 업계에선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중국에서 올해 1분기부터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해 앞으로 중국 시장이 커지면서 상당한 기회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자동차라는 제품이 중국인들에게 ‘친숙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2003년을 기점으로 한국타이어가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타이어는 99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의 문도 두드렸다.
자체 브랜드로 포드에 타이어를 납품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은 납품 비중이 포드차 생산물량의 2.5% 정도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스페어 타이어용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포드차에 본격적으로 납품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세계 2위의 자동차회사인 포드의 다섯번째 납품업체인데다 납품물량도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포드와의 관계는 중요하다.
브리지스톤의 호재가 아니더라도 한국타이어는 포드로부터 기술력을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납품 확대의 가능성은 그동안에도 없지 않았다.
한국타이어는 인지도에서 밀리면서 포드쪽으로부터 매년 거액의 광고를 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때문에 한국타이어는 현재 메이저리그 투수인 박찬호의 LA다저스 홈경기 등을 통해 미국 시장을 겨냥한 광고를 하고 있다.
유럽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긴 하지만 미국 시장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미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타이어에서 제품의 인지도는 의외로 중요하게 평가받는다.
신차용보다 교체용 시장이 더 크기 때문이다.
대한타이어공업협회에 따르면, 아직 국내는 교체용과 신차용이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해외쪽은 교체용 시장이 전체 시장의 70%를 넘는다.
굿모닝증권 손종원 연구원은 “한국타이어는 포드차에 대한 납품을 통해 교체형 시장에서 입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브랜드 파워를 키우게 되면 판매가를 높여 마진을 늘리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손 연구원은 “한국타이어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게 되면 현재 선진국 경쟁업체에 비해 20~30% 싸게 팔리는 타이어 가격을 높여 10~15% 정도로 마진폭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4월엔 미쉐린과 굿이어 등 세계적 타이어 업체들이 설립한 전자상거래 업체인 러버네트워크닷컴 RubberNetwork.com에 아홉번째 업체로 참여(지분 5.6%)해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 재료구매 단가의 인하 등을 기대하고 있다.
공급업체와 협력을 통해 거래비용과 물류비를 낮추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 생산라인도 상황에 따라 증설키로 한국타이어는 안으로는 수익성 없는 사업장의 이전과 폐쇄 등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만약을 대비해 체력을 비축하겠다는 것이다.
영등포공장은 도시계획에 편입돼 지난해 4월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를 금산공장으로 이전했다.
인천공장 설비는 중국 이전 계획에 따라 지난해 6월 가동을 중단했고 올해 2월에 폐쇄했다.
대신 국내 생산역량은 94년 착공해 현재 770만본의 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는 금산공장과 연간 2300만본의 래디얼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는 대전공장에 모았다.
특히 금산공장은 주력 생산기지로, 2007년까지 모두 5460억원을 투자해 연간 1150만본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공장은 고급 타이어 생산기지로 삼고, 중국 공장에서는 현지 시장의 성장에 맞춰 타이어 사양을 맞춰갈 생각이다.
중국 공장의 의미는 해외지사라기보다는 한국타이어의 지방공장의 의미로 보는 게 옳다는 견해도 있다.
어차피 중국에서 생산되든 국내에서 생산되든 거래업체의 요구에 맞춰 물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구분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에서 만든 타이어의 내수와 수출 비율은 4 대 6 정도다.
다만 중국 공장은 싼 인건비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또한 중국 시장 전체의 전초기지 역할이 덧붙는다.
한국타이어가 세계적 타이어 생산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선 생산시설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는 견해도 많다.
지금도 공장이 쉬지 않고 가동되고 있지만 앞으로 선진 자동차업체에 납품하게 되면 납품시점을 맞춰주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납품되기 위해선 적어도 2~3년간의 신형 자동차 개발기간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즉 납품업체로 선정이 돼도 곧바로 매출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한국타이어쪽은 이런 지적에 대해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리하게 설비증설을 하는 것보다 생산라인 변경 등으로 대처하고 주문량의 증가세에 따라 증설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국내 타이어 업종은 수출증가와 원가하락으로 큰 폭의 이익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유로화 약세로 큰 폭으로 줄었던 유럽 시장에 대한 매출 비중이 최근 다시 35%까지 치솟았다.
또한 타이어 업체들의 납품가격 인상 가능성, 국내 교체용 타이어 수요 증가 등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교체용 타이어는 판매가격이 수출가격보다 50% 이상 높은데, 이 부분의 매출도 올해 들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원재료인 고무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 국내 자동차 시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는 점도 좋은 징조로 받아들여진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한국타이어에 대해 장기매수를 권유한다.
당장의 이익보다 꾸준한 이익 실현이 가능한 업체라는 것이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급등한 주가에 기업가치가 반영된 점이 크지만 올해 이익증가 추세에 따라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할 여지도 남겨두고 있다.
어쨌든 현 시점에서 시장은 한국타이어 편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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