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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자동차 포털 “한우물 판다”
[비즈니스] 자동차 포털 “한우물 판다”
  • 양찬일 객원
  • 승인 2001.06.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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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 전문화 바람… 대기업 온라인 진출에 맞선 차별화 전략인듯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국내총생산의 10.2%, 수출액의 7.1%를 차지하며, 1980년대부터 반도체와 함께 나라 살림을 이끈 견인차로 불린다.
그 급속한 성장세에 힘입어 한국은 미국, 일본, 독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 자동차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이런 국내 자동차산업의 e비즈니스화는 좁게 보면 전자상거래 확산이고, 넓게 보면 전통산업의 디지털경제 진입을 대변하는 변화로 인식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인터넷 자동차 포털사이트들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국내에 인터넷을 통한 자동차 매매를 중개해주는 자동차 포털사이트가 등장한 것은 99년 7월부터다.
딜웨이 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국내 자동차 포털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자그마치 1천여곳이나 되는 인터넷 자동차 사이트들이 나타나 자동차 e비즈니스의 전성기가 열리는 듯했다.
이런 자동차 포털들은 서로 경쟁하거나 차별화를 꾀하면서 전체 온라인 자동차 시장의 지형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국내 인터넷 자동차 사이트는 신차나 중고차 판매, 보험, 금융, 정비 등 차량과 관련된 온갖 서비스를 혼합해 동시다발적으로 제공해왔다.
그러나 백화점식 사이트 운영은 역시 힘에 부쳤다.
이에 따라 한가지 서비스에만 집중하는 온라인 자동차 카테고리 킬러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딜웨이 기획실 심현구 부장은 이런 현상에 대해 “수익성 있는 독자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내지 못한 대부분의 자동차 포털들이 돈 되는 아이템에 집중적으로 몰린 결과의 하나”라고 지적한다.
온라인 업체, 유통망 장악 어려워 중소 온라인 자동차 포털들의 변신은 숨가쁘다.
특히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분야로 비즈니스 모델을 옮겨가는 업체가 부쩍 늘고 있다.
한 예로 카123 www.car123.co.kr은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B2C(기업 소비자간 전자상거래) 차량판매 사업을 접고, 법인 대상의 자동차 운용리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업체는 산은캐피탈과 공동으로 자동차 대여에서부터 정비에 이르기까지 전반적 자동차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123 홍보팀 서혜욱씨는 “인터넷에서는 차를 한대 팔면 10만원밖에 남지 않는다.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할인판매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그래서 자동차 운용리스 사업으로 전환했으며, 현재 200대 정도를 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토포유 는 자동차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차량대여 관련 B2B 사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 영업사원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견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조만간 웹사이트를 통해 이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오토포유 장성필 영업지원팀장은 “자동차 영업사원은 오차율이 거의 없는 자동차 견적을 인터넷을 통해 받아볼 수 있게 된다”고 서비스 내용을 설명했다.
오토필한경자동차신문 , 자동차 정비 전문업체인 ELC 등 세 업체는 공동으로 중고차의 품질 보증과 매매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6월 중 중고차 포털사이트인 아이오토코리아 www.iautokorea.com를 출범한다.
오토필 기획마케팅팀 강민효 과장은 아이오토코리아 서비스의 장점을 강조했다.
“중고차 매물을 온라인에서 비교해본 뒤 낮은 가격에 차를 살 수 있으며, 구입 후 3개월 안에 차량에 결함이 생기면 무상으로 정비해준다.
” 또다른 온라인 자동차 유통업체인 코리아카는 ‘특판’ 방식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자동차 영업사원이 자신의 실적 관리를 위해 미리 출고한 차, 영업소에서 시승용이나 전시용으로 갖고 있는 차 등을 인수해 고객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것이다.
코리아카 특판팀 김승훈 과장은 이렇게 밝혔다.
“현재 코리아카의 전체 수익에서 특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앞으로 특판 분야를 집중 마케팅할 생각이며, 고객이 원하는 경우에만 신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 많은 중소 온라인 자동차 사이트들이 몇가지 비즈니스 모델들에만 주력하게 된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공급망과 유통망을 동시에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 그 이유가 되고 있다.
한 자동차 전문 사이트 관계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딜러들에게 유통망을 맡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조업체가 공급망과 유통망을 동시에 독점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인터넷 자동차 관련업체가 신차 판매뿐 아니라 소비자 대상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신차 한대를 팔아도 이익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차는 다른 일반 소비재들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는 값싼 제품도 아니다.
대부분의 자동차 전문 사이트가 소자본으로 출발한 것도 소수 비즈니스 모델 집중의 원인이다.
리베로 양인순 홍보팀장은 “국내 온라인 자동차 판매시장은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상태”라고 시장상황을 풀이한다.
시장 태동기, 승자 점치기 힘들어 국내 온라인 자동차 시장의 변화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이 온라인 자동차 판매시장을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LG칼텍스정유, 야후코리아, 국민카드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얄개네트워크 , SK가 만든 중고차 쇼핑몰 엔카 , e삼성이 투자한 이니즈의 디어오토 가 대표적이다.
얄개네트워크는 중고차와 신차 판매, 위치측정시스템(GPS) 서비스를 통해 시장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영세한 인터넷 자동차 사이트들의 무대인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얄개네트워크 홍보팀 주경일 과장은 “시내의 일부 중고차 시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해놓고, 소비자가 검증된 품질의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알선한다”고 마케팅 포인트를 설명한다.
SK의 엔카 역시 대량의 마케팅 비용을 들이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대기업의 인터넷 자동차 포털 참여는 전체 시장규모를 키우면서 인터넷 자동차 판매를 보편화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들이 온라인 시장마저 장악하게 되면 중소 자동차 포털들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주경일 과장은 “기존 중소업체와 공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서울 신월동과 장안평의 중고차 판매업자들과 제휴해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중고차 정보를 제공하고 판매 수수료를 받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충분히 협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인터넷 자동차 판매시장 진출에 대한 중소업체들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하다.
오토필 강민효 과장은 “대기업이 온라인 시장을 주도하게 되더라도 틈새를 노리는 많은 수의 닷컴기업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토포유 장성필 팀장 역시 “대기업 진출의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고 평가한다.
온라인 자동차 시장 자체가 아직 형성 과정이어서 승자를 점치기는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대자본 진출이 붐을 이루는 가운데 중소 자동차 포털의 전문화는 소비자가 인터넷을 통해 정교한 차량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를 앞당긴다.
한 자동차 포털 관계자는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는 리베로, 자동차 정비는 스피드메이트 www.speedmate.com, 자동차 인테리어 용품 구입은 카렉스 www.carex.co.kr를 각각 이용하는 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자동차 포털의 지나친 전문화가 소비자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딜웨이 심현구 부장은 “대기업이 못하는 온라인 자동차 ‘토털 서비스’만이 소비자들에게 환영받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단순한 전문화에는 한계가 있고, 오프라인 자동차 메이커들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자동차 포털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처럼 국내 자동차 e비즈니스의 앞날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그러나 자동차 포털들의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한 자동차 포털 관계자는 “인터넷 자동차 전문 사이트의 등장으로 소비자가 얻는 혜택이 크다.
폐쇄적이던 자동차산업 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한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할인조건은 물론, 중간상들의 횡포가 심했던 중고차 가격도 인터넷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GM의 대우차 인수, 온라인 ‘호재’b>
GM의 대우차 인수 가능성이 거의 확정적인 것 같다.
예상대로 GM이 한국 자동차 시장에 대우차를 통해 직접 들어온다면, 그것은 국내 자동차산업 지도를 바꿀 뿐 아니라 인터넷 자동차 포털의 미래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온라인 자동차 사이트에 전적으로 판매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GM의 경우 오토바이텔 www.autobytel.com에 온라인 판매대행을 맡기고 있으며, 포드자동차는 야후를 통해 신차를 집중 홍보한다.
품질 표준화가 이루어진 미국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를 사는 데 별 거부감이 없다.
그레서 미국에서는 전체 자동차 연간 판매량의 3%인 30만대가 인터넷으로 거래된다.
GM이 대우차를 인수할 경우, 대우자동차가 부도위기로 철수했던 영업망을 재점검할 필요를 느낄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과정에서 GM이 온라인 유통망 개척이라는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GM이 한국에서도 온라인 자동차 마케팅을 벌일 경우, 현대·기아, 대우, 삼성르노 등 국내 자동차 제조사의 발걸음은 급해질 것이다.
GM과 경쟁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면 다양한 판로를 찾을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온라인 마케팅에 접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포털의 신차 판매 루트가 막힌 상황에서 GM의 한국 시장 진출은 온라인 자동차 시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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