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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이동통신 주도권 경쟁 ‘불꽃’
[대만] 이동통신 주도권 경쟁 ‘불꽃’
  • 대만=김정환
  • 승인 2001.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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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텔레콤, 범아전신 인수로 국영 중화전신과 격차 더욱 벌려 지난해 9월부터 대만 이동통신 시장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던 범아전신(Pan Asia) 매각이 결정됐다.
골드만삭스를 통해 제안서를 받아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상대를 시작으로 그동안 개별 청문회를 거쳤는데, 타이완텔레콤이 원전(遠傳)을 물리치고 범아전신을 넘겨받게 됐다.
불경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단번에 135억대만달러(우리돈 5400억원)라는 현금 거래를 성사시킨 타이완텔레콤은 2000 회계연도에 610만명의 사용자를 유지하면서 452억대만달러(1조8천억원)의 매출액과 142억대만달러(5680억)의 수익을 낸 회사다.
타이완텔레콤은 이번에 범아전신을 인수함으로써 국영기업인 중화전신과 차이를 더욱 벌리며 3세대 휴대전화 시장 점유를 위한 주도권을 더욱 다질 수 있게 됐다.
원래 이번 매각안은 범아전신쪽에서 보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만 남부지역 영업허가권만으로는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는 절박함이 경매 직전 기업가치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처리하자는 대세를 거부할 수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범아전신의 2대 주주인 국산실업(國産實業, 38%)이 1997년부터 직면해온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주식을 내놓았고, 45%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인 미국 사우스벨과 협상을 통해 기업 매각을 결정했다.
세계 5대 이동통신 업체인 사우스벨은 대만 시장을 포기하기로 하고, 대만과 해외 10여 업체와 범아전신 매각협상을 벌여왔다.
사우스벨은 대만 시장에 AT&T가 진출하면서부터 기를 펴지 못한 상태다.
액면가의 6.4배 가격으로 진행되던 원전과 범아전신간 협상은 주식시장 폭락과 함께 결렬됐고, 범아전신은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시간을 보내기보다 다른 기업과 매각협상을 벌이는 게 더 빠를 것으로 판단한 사우스벨은 타이완텔레콤과의 인수협상에 힘을 실어줬다.
타이완대학 재무금융대학원에서 계산된 범아전신의 합당한 가격은 1주당 4.5배인 45대만달러 정도였다.
이것은 범아전신이 3세대 이동통신 허가권을 얻지 못했을 때를 가정하고 현재 사용자를 3세대 이동통신 사용자로 연결했을 때의 가격이다.
결국 5월9일 타이완텔레콤은 액면가의 5배인 주당 50대만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낙찰받았다.
경영권 이전에 대한 프리미엄까지 생각한다면, 이번 거래금액은 거래쌍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타이완텔레콤은 국영 통신업체인 중화전신보다 앞서 달려나가며 3세대 이동통신을 향한 깃발을 뽑아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남아 있다.
대만 이동통신 시장 중 음성통신 시장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입자가 포화상태(70% 수준)여서 새로운 시장개척이 어렵다.
민영인 타이완텔레콤이 국영인 중화전신을 지금까지는 따돌렸지만, 앞으로 벌어질 디지털 데이터 이동통신과 3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과연 대만 시장이 규모의 경제를 갖춰 이들 기업이 한판 전쟁을 벌일 만큼 충분한 시장이 될 것인 지도 불확실하다.
영원한 승자가 없다는 말은 요즘 대만의 이동통신 업체들에게는 더욱 실감나는 격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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