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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당근인가 독약인가
[이슈추적]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당근인가 독약인가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5.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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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배경을이해하기위해,단말기보조금지급을둘러싼일련의변화를잠시되짚어보자.휴대폰단말기보조금이처음등장한것은1997~98년께.당시신세기통신이초기투자분을앞당겨회수하고PCS사업자가들어오기에앞서가입자를확보하려는생각에서보조금마케팅을도입한것이시작이다.
이후PCS사업개시에따른사업자간경쟁이심화되고너나없이단말기보조금을앞세워가입자확보에나서면서,각종폐단이발생하기시작했다.


경제력이없는청소년들까지앞다퉈휴대폰을구입했고,과도한통신비용지출로신용불량자가속출했다.
단말기수입량이늘어나면서막대한로열티지출문제가발생했고,이는국가자원낭비로이어졌다.
무리한출혈경쟁으로이동통신사업자들의체력도점차바닥이났다.


보다못한정부가칼을빼들었다.
2000년6월,정보통신부는단말기보조금지급을금지하는조항을이통사이용약관에삽입토록하고,이를위반하는사업자에겐‘이용약관위반’으로과징금을부과했다.
2002년12월에는전기통신사업법의부칙을마련해보조금지급금지를아예법제화했다.
이에따라이듬해3월부터3년동안한시적으로규제를실시하면서지금에이르른것이다.


이휴대폰보조금금지규정의수명도이제7개월여남짓남았다.
별도의법개정이없다면,내년3월이후보조금은전면허용된다.
정통부도고민에빠졌다.
관련조항을그대로연장할것인지,이기회에보조금을허용해야할것인지명확한판단이서지않는탓이다.
보조금을둘러싸고이해당사자간에목소리가나뉘는것도정통부를곤혹스럽게만드는요인이다.



SKT“허용”주장에KTF·LGT“불가”맞서


열린우리당정책위원회주최로8월18일국회의원회관에서열린‘단말기보조금정책수립을위한민·당·정간담회’는단말기보조금을둘러싼복잡한속사정을그대로드러낸자리였다.
국회과기정위간사인홍창선열린우리당의원의사회로열린간담회에는정부관계자와시민단체,이동통신3사관계자와단말기제조업체측이모두모여,보조금지급여부를두고치열한신경전을벌였다.


먼저주제발표를맡은박명호한국외대경제학과교수는단말기보조금지급금지조항은여전히유지돼야한다는입장을보였다.
박교수는“단말기보조금은사업초기엔단기적으로시장을위축시키지만,이후수출과내수를활성화시켜결과적으로서비스사업자와단말기사업자간균형발전을가능케했다”며“소비자입장에서도지나친자원낭비와과잉소비를막고요금인하도유도할수있는성과를보였다”고지적했다.
한발더나아가“지금까지보조금금지법안이제대로지켜지지않은데는통신위원회가자기역할을못한측면이있다”며“규제자의역할이훨씬강화되고,처벌이나벌금수위도위반정도에따라차별화해야한다”고박명호교수는주장했다.


소비자단체의입장도이와비슷하다.
박인례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사무총장은“보조금비용은결국소비자부담이될것이며,중고폐기폰의증가는지속가능한소비사회의흐름에도역행하는일”이라며“정부는보조금경쟁이아니라실질적인요금경쟁이일어날수있도록정책방향을잡는게바람직하다”고목소리를높였다.
출혈경쟁대신통화품질을높이고요금은현실적수준으로낮추라는주문인셈이다.


허나제조업체의입장은이와다르다.
간담회에참석한김성복한국전자산업진흥회본부장은“제조업체는내수보다수출쪽시장을더크게보는데,그러려면내수시장에서관련서비스가활성화돼야수출이가능하다”며“국산단말기가내수시장에서활성화될수있도록정책적인배려가있어야한다”고어려움을토로했다.
직접적인의견을밝히기는꺼려했지만,단말기보조금지급허용을에둘러부탁한것이나다름없다.


이동통신사업자들사이에서도이해관계에따라의견이나뉜다.
선두사업자인SK텔레콤으로선단말기보조금지급을마다할이유가없다.
자금력이상대적으로막강한데다,유통망까지장악하고있기때문이다.
이형희SK텔레콤상무는“SK텔레콤이보조금을쓰느냐마느냐는나중의문제로,중요한건보조금문제를법적으로오픈하는게자연스런흐름아니냐”고꼬집었다.
또한“SK텔레콤은지난7월초에시장점유율을52.3%이상올리지않겠다고약속한바있다”며“보조금을허용하되,운영상의혼란이없도록제도적장치를보완하는것이바람직할것”이라고지적했다.


이에반해후발사업자인KTF와LG텔레콤은보조금을허용하자는주장에대해펄쩍뛴다.
특히이통3사의경쟁에서고전을면치못하고있는LG텔레콤이더욱핏대를세우는모양새다.
한양희LG텔레콤상무의말을들어보자.“선발사업자는양질의주파수를독점하고막대한자금력과가입자,브랜드력등많은장점을갖고있는반면,후발사업자로선요금이싸거나혁신적인서비스로승부할수밖에없습니다.
하지만공짜로주는단말기앞에선이런경쟁수단조차무력해질수밖에없는실정입니다.


KTF쪽도“보조금경쟁보다는요금과서비스품질경쟁으로가야한다”는주장엔변함이없다.
이충섭KTF상무는“한마디로,SK텔레콤은돈싸움엔자신있다는뜻”이라며노골적으로불만을터뜨렸다.
이상무는“단말기보조금을허용하면SK텔레콤은더이상요금경쟁을하지않을것이며,결국소비자만요금부담을떠안는등불리해진다”며“보조금지급을법으로금지하는것이어찌보면반시장주의정책으로비칠지도모르지만,어지러운시장질서를바로잡고본질적시장구도를회복한다는점에선시장질서에매우부합하는정책”이라고덧붙였다.



“한꺼번에주자”vs“요금으로보답하자”


소비자입장에서본다면,논란의핵심은간단하다.
단말기보조금이소비자부담을줄이는도우미인지,또다른비용부담으로되돌아올지의문제다.
보조금지급을허용하자고주장하는쪽에선소비자의초기구입비부담을줄여준다는점을부각시킨다.
이형희SK텔레콤상무는“보조금이허용되면요금이더이상내려가지않을거라고들하지만,보조금이금지된다고해서요금이얼마나내려갈지도확실히모르잖는가”라고반문하며“소비자로선한꺼번에보조금을받는걸더좋아할수도있다”고말했다.


이와달리주요시민단체와KTF,LG텔레콤등은보조금지급이결국소비자부담을증가시킬것이라고주장한다.
한양희LG텔레콤상무는“통계자료를보더라도보조금지급이금지된2000년6월이후표준요금인하와더불어다양한선택요금제가경쟁적으로출시돼이용자후생증가로이어졌다”고SK텔레콤의주장을반박했다.
박명호교수또한“최근연구에따르면보조금금지이후발생한37.6원의요금인하중최소한23%에해당하는8.8원은보조금금지에서기인한다고추정된다”며보조금금지조치가요금인하로이어졌다는주장에힘을실어줬다.


곤혹스러운곳은역시정통부다.
단말기보조금정책을담당하는양환정정통부정보통신진흥국과장은“이해관계도복잡하고해석의여지도다양한문제라숩게결론내리기힘들다”며“다양한의견을수렴해결론내릴것”이라고신중한입장을보였다.


지금으로선단말기보조금지급이기존시장경쟁을더욱혼탁하게만들거라는목소리가우세하다.
보조금경쟁보다는서비스와요금경쟁에주력해야한다는데도모두들동의하고있다.
그럼에도일부에서보조금지급을부활하려는이유는,결국단말기보조금을지급하는것이자사의이익에도움이될거라는판단에서다.
물론반대하는쪽의이유도여기에서크게벗어나지는않는모습이다.


단말기보조금지급을찬성하는쪽이나반대하는쪽모두명분은‘소비자를위한일’이라고말한다.
단말기보조금지급을허용하는것이소비자를위한일인가,장기적으로소비자부담을증가시키는일인가.시민들은단말기보조금의고삐가풀리기전에정통부가이를꼼꼼히따져시원한답을내려주길바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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