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중국견문록] 황사 재앙 한국도 경보
[중국견문록] 황사 재앙 한국도 경보
  • 조창완/ 알자여행 대표
  • 승인 2005.08.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부 지역 사막화 진전 우려 수준…중국 정부, 뚜렷한 해법 없이 미봉책 급급 얼마 전 오랜만에 네이멍구 커스커텅에 들렀다.
커스커텅은 네이멍구 중동부의 중심 도시인 츠펑(赤峰)과 시린하오터(錫林浩特)의 사이에 있는 작은 도시다.
이 커스커텅의 주위로는 꿍거얼(貢格爾) 초원과 바이인아오파오(白音敖包), 새들의 낙원으로 불리는 타리뤄얼후(達里諾爾湖) 등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필자가 이곳에 처음 들른 것은 3년 전이다.
한국에서 찾아온 대학 선후배들과 뭔가 특별한 곳을 찾다가 후허하오터의 밋밋한 초원보다 신선한 곳을 찾다가 이곳에 오게 됐다.
아름다운 초원은 물론이고 호수, 초원의 한복판에 서 있는 풍력발전기의 신비한 모습, 닥터 노멘 베쑨이 숨을 거둔 따싱안링의 최고봉인 황강망 등이 좋은 느낌을 주었다.
물론 초원의 상태가 더없이 좋아서 그 만족도 역시 컸다.
때문에 이번 길도 그런 기대들을 교차하면서 커스커텅을 향했다.
하지만 이번에 펼쳐진 커스커텅은 의외라 싶을 정도로 황폐해 있었다.
초원에는 풀이 별로 자라지 않아서 양은 물론이고 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고, 그때는 광범위하게 피어 있던 야생화들의 모습도 상당히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심각한 것은 그때는 느끼지도 못했던 도로 한쪽의 사막들이 이제는 눈에 띌 정도로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타리뤄얼후의 청량한 모습이 여행자들을 위로해 줬지만 도대체 무슨 일로 초원이 이렇게 변해가는지 궁금했다.
커스커텅 주변 초원지대
초원 눈에 띄게 황폐해져 현지인들에게 물었더니 대답은 간단했다.
올봄부터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초원의 상태가 극도로 나빠졌고, 결국 사막화가 더욱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면서 강수량이 늘어남에 비해 중국 북부 사막화 지역의 상태는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사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나 몰라라 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우리에게도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그 영향이 미친 미래의 모습은 불 보듯 뻔하다.
커스커텅의 서쪽은 우리나라 북부나 북한에 황사를 가져오는 훈찬타커 사막이 있는 지역이다.
훈찬타커도 황폐한 사막이지만 아직까지는 사막화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훗날 황사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다.
2002년 대 황사 이후 큰 황사가 찾아오지 않은 것은 기온이 낮고, 눈이 많이 오는 등 겨울 기후의 영향이 컸다.
2002년의 경우엔 황사 근원지에 따뜻한 겨울, 강수량 감소 등이 겹치면서 최악의 사태를 맞았던 것이다.
사실 훈찬타커 사막의 확장은 베이징에게는 최고의 위협이다.
훈찬타커 사막은 베이징의 정북부에 위치한다.
물론 황사 시기에 바람은 거의 정 동쪽을 향하기 때문에 이곳의 황사가 베이징을 향할 확률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사막화의 진전은 베이징을 향한다는 점에서 무섭기 그지없는 현상이다.
현재 베이징 북부의 사막화를 막아주는 가장 큰 힘은 무란위장(木欄圍場)의 북부에 위치한 인공과 자연림의 조화인 지시에(機械)숲과 옌산산맥(燕山山脈)이다.
지시에숲은 해발 1900m 가까운 봉우리인데, 항공 조림과 자연림으로 인해 아름다운 숲이 잘 펼쳐져 있는 좋은 숲이다.
훈찬타커에서 발원한 황사는 비교적 높게 솟아 있는 이 숲을 지나는 과정에서 상당히 순화된다.
때문에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가장 고마운 숲 가운데 하나다.
낙엽송 등 활엽수로 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기능은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촘촘한 숲이어서 황사 방지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반면에 지시에숲처럼 확실한 보호막이 없는 장지아코우(張家口) 지역의 경우 사막화의 진전 속도가 지금보다 휠씬 빠르다.
사실상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큰 톈모(天漠)사막의 경우 톈안먼에서 불과 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톈모사막의 경우 오랫동안 형성된 기이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그 확장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려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초원에서 말 타는 풍경
인공강우, 사막화 진전 부채질 그럼 사막화 방지 대책은 없을까. 지금까지 사막화 방지나 황사 방지에 관한 다양한 활동이 펼쳐져 왔다.
사막화의 주범 중에 하나인 양들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 정부는 보조금을 주고 있으며, 초원이나 녹지를 조성한 이들에게도 정책적으로 보조금을 주고 있다.
또 미봉책이지만 황사를 막기 위해 나무틀이나 풀 등으로 바람이 불어도 흙이나 모래가 부양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두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네이멍구 지역만 해도 면적이 우리나라의 10배가 넘는데 이곳의 대부분은 사막화 지역이거나 후보지들이다.
이 공간을 인간의 힘으로 통제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또 사막화를 부추기는 지구 온난화나 중국 심장부의 인공강우에 의한 강수자원의 고갈 등도 큰 문제다.
중국 정부는 여름철에 곳곳에서 대대적으로 인공강우를 뿌리고 있는데, 베이징이나 톈진, 충칭, 우한 등은 이 비로 인해 혜택을 보지만 정작 물이 더 필요한 사막쪽으로 비구름들이 이동할 수 있는 자원을 막는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를 낳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상이 가속된다면 우리는 결국 애니매이션 속에서 보던 인더스트리아의 세계를 현실에서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