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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뚜앙떼리요르] 스콧 니어링의 삶과 죽음
[푸뚜앙떼리요르] 스콧 니어링의 삶과 죽음
  • 이코노미21
  • 승인 2005.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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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니어링의삶과죽음


가장자본주의적인나라미국에서가장비자본주의적으로살다간사람이있다.
그는1883년에태어나만100살이되던1983년에아름다운삶을마무리하고흙으로돌아갔다.
내가스콧니어링의‘삶’에대해관심을갖게된것은역설적이게도그가‘죽음’을맞이하던특이한방식때문이다.


그는자신이삶의마무리를하기10여년전부터미리삶의마감과정을‘설계’해놓고있었다.
예컨대그는스스로마감할때가되었다고내면으로느끼기시작하면곡기를끊을것이고,삶의기운이다하게될때죽는과정을하나씩느끼며가게될것이며,이런과정또한사랑하는부인이나친구들과함께나누며갈것이라했다.
그리고자신이삶을마감하는과정을주위사람들이결코슬퍼하지말라고하며오히려그과정을함께느끼는적극적동반자가되기를바랐다.
자신의숨이끊어지면주위사람들은울지말고옷입은채로그대로잘감싸서몸을불에태운다음자신이살던집의마당한편에있는나무아래에거름으로잘묻어달라고했다.
이런식으로그는자연에서나서자연으로돌아가는삶을몸소실천했다.


물론스콧은살아있는동안청년기이후내내독특한삶을살았다.
펜실베이니아대학경영학과를졸업하자마자모교의강사생활을시작했는데,그는처음부터진리탐구에열성을다했다.
그의주된관심은노동문제나분배문제였다.
미국의자본가와정치가,종교가들의담합에의한소수독재체제가부르는불평등과불의에저항해서글도쓰고강의도했다.
1914년에1차대전이터지고17년에미국이참전하게되자그는반전에관한글을써서여론을환기시키기도했다.
반착취,반전쟁을향한그의목소리가커지자그는대학에서2번이나쫓겨났다.


그뒤그는반자본주의정신을잇고대안적삶의방식을몸소실천하며살기위해헬렌니어링과버몬트골짜기시골로들어간다.
그골짜기가약20년뒤에관광지로개발되자그들은또다시더욱멀리메인주의외진곳으로들어간다.
거기서스콧은자신의삶을마감할때까지하루4시간노동,하루4시간글쓰기,하루4시간친교활동등으로하루하루를엮어갔다.


그는철저한평화주의자이자채식주의자였으며,철저한검약주의자이자자율주의자였다.
예컨대그들은농장에서채소외에닭을키우지않았는데그것은달걀을빼먹는것자체도일종의착취라보았기때문이다.
또한그들은먹고사는데필요한것의4분의3정도를자급했다.
집도돌로짓고쓰러진나무를모아땔감으로썼으며,먹을거리도대부분스스로길러먹었다.
스스로해결안되는것은단풍나무시럽을만들어판소득으로해결했다.


또한스콧은전처와의사이에태어난아들이부르주아언론사에서별생각없이그럭저럭먹고사는모습을보이자,“너는링컨자동차를타고코네티컷의리지필드에저택을짓는것을택했다.
너는가장돈많은미국부유층과어울리고있다.
(생략)어느날너는깨어일어나네가무엇을해왔고지금무엇을하고있는지알게될것이다.
더늦기전에네가그것을깨달아남은네인생을무언가이사회에도움이되는쪽으로돌리고,천박하며거짓되고파괴적인사회환경에서어린것들을구하는데쓰기를간절히바란다.
”고편지를썼다.


오늘한국의현실을보면,공부나진학도별소신없이하고직장도사회적기여보다는소득과출세를기준으로선택한다.
갈수록부의편중,사회적양극화는심해지고생태계파괴는강화된다.
스콧의삶과죽음은,역설적이게도이런한국의현실을타개하는데에대단히특별한처방이필요하지않음을알려준다.
그것은잃어버린우리본심(자연스런내면)을되찾고,그에바탕하여삶의과정은물론온갖사회제도들을새롭게짜는것이다.
내일의우리사회는오늘우리가어떻게사는가에달려있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 ksd@korea.ac.kr
1961년생. 경영학(노사관계)을 공부하면서 돈의 경영학이 아니라 삶의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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