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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경부운하’ 건설, 장밋빛 공약으로 끝날까?
[이슈추적]‘경부운하’ 건설, 장밋빛 공약으로 끝날까?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5.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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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시장 경부운하 건설 주장…90년대 중반부터 논란거리 됐던 사안 경부운하 건설론은 공교롭게도 청계천 복원공사가 마무리된 즈음에 불거져나왔다.
이명박 시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과 부산을 내륙으로 잇는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고용 창출, 내수 확대, 국토 균형발전 등 그 경제성이 놀라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물류비용이 부산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가는 것보다 조금 더 비싸다”며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엄청난 물류비용 절감과 함께 수자원 확보, 미래 레저산업 기반 구축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따라서 관심은 청계천 복원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처럼, 경부운하 건설론이 과연 타당한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벌써 한 여론조사기관은 국민들에게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까지 벌였다.
리서치앤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월1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7.7%가 경부운하사업이 추진되어선 안 된다고 응답했다.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도 62.3%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언뜻 생각해 봐도 갈 길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류비용 절감, 관광산업 기반 구축 등 기대 효과 내세워 사실 이명박 시장의 경부운하론 주장은 이번에 불쑥 튀어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국회의원을 지내던 시절인 지난 96년 7월, 이 시장은 국회에서 경부운하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 바 있다.
15대 국회 본회의 의사록을 들춰보면, 당시 이명박 의원은 장시간에 걸쳐 경부운하 건설에 관한 대정부 질문을 벌인 것을 알 수 있다.
“1만불 소득의 문턱에서 크나큰 장벽에 부닥쳤다.
고물류 비용은 경부운하의 건설로 해결해야 한다.
생산비의 17%나 되는 비싼 물류비를 줄여야 한다.
서울-부산간의 수송비가 부산-LA간의 해상 수송비보다도 높다는 사실을 누가 믿겠는가? 지금도 교통체증으로 연간 13조원의 낭비를 하고 있고 매년 2조원씩 늘어날 것이다.
육상수송의 한계는 바다와 강을 통해 해결방법을 찾는 근본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이에 따라 그는 당시에도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500여km의 운하를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수문과 적당한 댐을 설치하게 되면 5천t의 바지선이 부산에서 인천까지 운하를 통해 지나다닐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되면 물류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수가 있고, 운하를 관광, 레저산업에도 적극 활용할 수 있어 추가적인 경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도 언급이 됐는데, 경부운하 건설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나오는 골재를 판매하면 공사비를 상당 부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국회 내에선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모여 ‘운하연구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세종연구원이다.
주명건 전 세종대 이사장을 중심으로 세종연구원은 이미 한 해 전인 95년 8월에 ‘신국토개조 전략’이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경부운하 건설론은 그 핵심내용이었다.
이 시장도 강조하듯이 이들이 벤치마킹한 것은 독일의 RMD, 즉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다.
1820년부터 라인강의 해발 406m 고지에 171km 길이의 운하를 건설했는데, 이로 인해 엄청난 물류혁명을 이뤘다는 것이 연구진들의 설명이다.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상호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물류 시스템은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경부운하는 현재 경부축에 걸려 있는 막중한 부하를 덜어줄 수 있고 교통혼잡도 줄일 수 있는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말한다.
세종연구원은 충주호와 문경 사이에 고도 125m로 20.5km의 터널을 만들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할 수 있는 전체 길이 500.5km의 운하가 건설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수량의 70%가 여름에 집중돼 있어 그동안 운하건설은 생각조차 안 했지만, 몇 가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특히 경부축의 물동량이 총 물동량의 78%에 이르는데, 이것의 4분의 1 정도를 경부운하가 담당해 준다면 연간 3조8천억원 이상을 절감하게 된다는 계산이다.
이상호 교수는 “운하를 이용하게 되면 4~5일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문제지만, 무겁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화물들만 운하쪽으로 돌린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당시 경부운하 건설비로 추산된 비용이 8조6700억원인데, 골재 및 부지판매 등으로 충분히 충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인운하 계획도 보류 중, 곳곳에 난제 숨어 있어 지난 2002년 현재 한국의 물류비 비중은 GDP 대비 12.7%, 87조320억원에 달한다.
미국(8.4%)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경부운하 건설론이 꾸준히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는 여러 차례 건의서로 정부 부처에 올려졌음에도, 결국 국정과제로 현실화되진 못했다.
대체로 타당성 검토에서 부정적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국토연구원은 한국수자원공사의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지난 98년 ‘지역간 용수수급 불균형 해소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당시 국토연구원은 운하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총 10개 노선에 대해 꼼꼼히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국토연구원쪽은 “남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경부운하의 건설은 기술적, 경제적 측면에서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당시 보고서 발간에 참여했던 박태선 국토연구원 박사는 “궁극적으로 운하를 통해 바지선으로 싣고 갈 수 있는 물동량 수요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며 “습기가 차면 안 되는 전자제품 같은 것들은 싣기 힘든 데다가, 정해진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또 경부운하 건설과정에서 핵심인 충주호와 문경 사이 205km 길이의 조령터널도 문제다.
터널을 준공하는 데 엄청난 공사기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개통이 됐을 때 과연 터널 폭 30m에서 바지선 통과가 가능한지 등에 대해서도 검토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여기에다 배가 다닐 수 있으려면 여러 개의 갑문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때 수질오염이나 생태계 파괴의 우려도 제기됐다고 한다.
재원조달에 대해서도 전 구간에서 골재를 채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데다, 골재채취로 인해 생태계가 깨질 우려가 있어 제한적으로 채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당시 연구진의 설명이다.
또 골재판매로 인한 수익도 건설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쉽게 단정짓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박태선 박사는 “사실 물리적으로 경부운하 건설이 추진되기 힘든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투입 대비 효과 측면에서 얼마나 타당성 있는 사업이냐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한편 공사가 보류된 경인운하나 낙동강 프로젝트의 경험에서도 국내에서 운하건설이 쉽지만은 않은 대목이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물동량 해소 등을 위해 비교적 짧은 구간으로 시작된 경인운하사업은 지난 2003년 감사원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원점에서 재검토 중이다.
내년 5월까지 재추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한강의 물을 도수로를 통해 낙동강으로 끌어오는 낙동강 프로젝트 역시 조해녕 대구시장이 야심찬 프로젝트로 추진해 왔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막대한 재정부담에다 지자체간 이해 조정도 쉽지 않아 사업 착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다 경인운하 사태에서 보여졌듯이, 실제 사업이 추진되면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들의 반발도 힘든 관문 중의 하나다.
이와 관련 서울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생태적 대란이 예상되는 국토개발사업은 당연히 추진돼선 안 된다”며 “더군다나 경부운하는 당시 물류를 직접 수행하는 관련기업들도 반대했던 사안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불도저식 개발론에 기반한 이명박 시장의 경부운하 건설론이 향후 맞닥뜨릴 난제들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황보연 기자 hbyou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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