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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허리띠 졸라매는 독일 자동차업계
[글로벌]허리띠 졸라매는 독일 자동차업계
  • 구시영/ 객원기자
  • 승인 2005.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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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러크라이슬러, 폭스바겐 등 강도 높은 비용 절감 노력…미국식 처방 성공할까 여부 관심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임금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독일 자동차업계가 강도 높은 긴축경영에 돌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대표적 회사인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폭스바겐 등이 앞장서 이끌고 있는 중이다.
지난 9월28일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내년까지 독일 내에서 모두 8500명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를 수술대에 올린 장본인은 디터 제체. 미국 크라이슬러 사업부문을 책임졌던 그는 7월 CEO 자리를 넘겨받았다.
감원은 특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메르체데스 사업부문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회사측은 자발적 퇴직 등의 방식으로 8500명을 줄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4월, 이 회사에선 2006년도 임금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9만3천명의 일자리를 7년 간 보장한다는 합의가 이뤄진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인원 감축안에 대해선 냉담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자리를 줄인다고는 하지만 자연 감축 수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정도만으로도 중대한 시도라는 목소리를 내놓는다.
지난 여름 2만명이 넘는 메르세데스 조립라인 노동자들이 커피타임 단축에 항의하는 대규모 행진을 벌였던 것과 견주면 분위기가 많아 바뀌었다는 얘기다.
허리띠 졸라매기는 폭스바겐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지고 있다.
폭스바겐에서 분위기를 다잡고 있는 인물은 볼프강 버나드. 지난 시절 크라이슬러 부사장을 지내기도 했던 그는 독일의 국가 브랜드라 불리는 폭스바겐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라 있다.
그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디터 제체와 함께 2000년 빈사상태에 빠진 크라이슬러 경영진에 합류해 단기간에 회생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임금 수준이 독일 자동차업계 평균보다 20% 정도 높은 폭스바겐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하다.
이 달 초 폭스바겐은 그간 논란이 되어왔던 새로운 SUV 모델을 포르투갈이 아니라 독일 내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기준 임금보다 20% 적은 수준의 임금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이런 방식이 모든 생산 공장에 적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업률이 2차 대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는 독일에서 고용 문제는 극도로 민감한 현안이다.
다만 9월 총선의 후유증으로 독일의 정치 시스템은 정지상태에 놓여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두 자동차회사에서 불고 있는 감원 바람은 독일 정치권이 이렇다 할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 몇몇 회사들이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치적 진공상태에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행동할 여지가 그만큼 커진 셈이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디트로이트에서 성공을 거둔 두 회사 경영진이 풀어놓는 미국식 처방이 가장 견고한 독일 자동차산업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시영/ 객원기자 hpgoo@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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