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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모니터/주영하]‘전통’ 속의 금맥, 어떻게 하면 캘 수 있는가?
[독자모니터/주영하]‘전통’ 속의 금맥, 어떻게 하면 캘 수 있는가?
  • 이코노미21
  • 승인 2005.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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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모니터/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최근 3~4년 사이에 ‘문화콘텐츠’라는 말은 문화 상품을 제조하는 산업계에서뿐만 아니라, 인문학자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화두로 떠올랐다.
그래서 문화콘텐츠, 그 중에서도 ‘전통’에서 무엇인가를 찾으면 우리의 상상력이 훨씬 풍부해지고, 만들어진 문화 상품도 매우 재미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주 의 커버스토리는 이 점에 착안하여 산업계에서 이제 문화콘텐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사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함몰된 채 우리 것의 속살을 제대로 파악하는 작업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일제 시대에는 ‘조선적인 정서’를 통해서 민족 독립의 자각을 일깨우는 데 목표를 두고 있었고, 해방 이후에는 ‘한국적인 정서’를 내세워 민족통합을 도모하는 데만 몰두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스스로 우리의 다양한 문화적 자산을 단순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래서 단지 ‘전통’에 대한 막연한 애정만 있을 뿐, 그 속의 다양한 문화자원을 캐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런 면에서 ‘전통’에 기반을 둔 문화콘텐츠산업 역시 반도체나 전자의 성공처럼 산업화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중요하다.
종종 일본이 문화산업에서 성공한 배경이 지난 100년 동안 축적된 일본문화의 연구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에 비해 분명 후발 국가이다.
그렇다면 문화콘텐츠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연구자-CT기술자-문화 상품 기획자-문화 상품 생산자-소비자’를 하나로 묶는 밑그림이 필요하다.
단지 문화원형사업을 통해서 원천소스를 발굴하는 것보다는 기업이 주축이 되어 ‘연구자-기술자-생산자’의 연대로 이루어진 생산자 집단을 형성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한국문화에 대한 전문 연구자가 대학이 아닌 문화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연구소에서 상품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지난주 의 커버스토리는 단지 ‘전통’ 속에 금맥이 있다는 구호와 일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한정되어 기사가 작성되었다.
이것은 마치 ‘전통’만 챙기면 돈이 쏟아질 수 있다는 환상을 산업계에 심는 꼴이다.
이 때문에 ‘전통’ 속에 있는 금맥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캘 것인가에 대한 제시가 보이지 않는다.
가령 조선 시대 검안자료를 어떻게 발굴하고 정리했으며, 그것이 실제 드라마나 영화에 어떻게 반영되었는가 그리고 그러한 문화콘텐츠가 얼마나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시켜서 돈을 벌게 만들었는지를 밝혔어야 했다.
아울러 전통 속의 ‘금맥’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제시해 주는 친절도 필요하다.
그래야 마치 ‘보물섬’의 주인공 짐 호킨스처럼 보물을 찾아나서겠다는 산업계의 CEO들이 이 기사를 통해서 생기지 않을까? 사실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은 이제 2단계에 진입하려 한다.
당연히 자본력을 가진 기업에서도 포스트 반도체, 전자, 조선을 염두에 두고 전문 연구자들을 집결시켜 연구소를 만들고, 실재 ‘금맥’을 가지고 있는 규장각, 장서각, 박물관 등의 기관과도 연계를 해야 한다.
이래야 ‘전통’ 속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막연한 애정이나 관심이 발전하여 실제 금맥을 캘 수 있다.
이를 통해서 후발 국가 한국이 문화콘텐츠를 보유한 강대국이 되어 새로운 황금어장에 많은 배를 띄울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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