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전망]저금리 기조 무너지나?
[전망]저금리 기조 무너지나?
  • 홍춘욱/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
  • 승인 2005.10.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실 지난 10월11일에 이루어진 금통위의 콜금리 인상의 원인을, 경기 변수나 물가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듯 보인다.
무엇보다 8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하는 등 경기가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는 징후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 ‘물가안정’이라는 중앙은행 본래의 목표 측면에서도 금리 인상의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 물가 전망을 어둡게 보긴 했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물가상승률이 1%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보통 금리 인상이라는 행위가 의미하는 ‘긴축’을 꾀해야 할 만한 경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금리 인상이 저금리 기조를 깨는 것은 아니라는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는 이 같은 고민이 묻어 있는 듯하다.
통화정책의 신뢰성 차원의 사후 조정 성격 그렇다면 10월 금통위는 왜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린 것일까? 결국 이유는 한 가지로 요약된다.
현재 정책금리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그래서 설령 금리를 올리더라도 반드시 긴축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으며, 경기 부양적인 금리 수준에도 정도가 있는데 지금까지는 너무 낮은 수준이었기에 이것을 조금 시정해 보겠다는 식의 얘기가 결론이다.
물론 금통위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부동산으로만 돈이 몰리는 문제 따위의 요인들이 더욱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일반적인 통화정책의 목적인 ‘과열된 경기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금리가 낮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인해 금리를 올렸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번 금통위 결정과 관련해서는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지난 9월의 금통위가 끝난 후 이미 금리 인상의 신호를 보냈기 때문에 이번에 금리를 인상해야 했던 측면이 있는 것이다.
통화정책은 일반적으로 신호와 실행으로 나뉘어지는데, 신호가 실행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 상당 기간 통화정책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미 시장금리가 급등한 상황에서 정책금리가 인상되지 않았을 경우, 채권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것은 물론 중앙은행의 권위가 실추될 수 있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금리 인상 결정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고민 속에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5일 발표된 공급관리자협회(ISM) 비제조업지수는 53.3%를 기록해, 전월에 비해 무려 11.7%포인트 폭락하는 등 허리케인 이후 미국 경제는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충격에도 불구하고 FRB의 금리 인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바로 물가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우려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지난 10월13일(미국 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물가에 따르면, 수입물가는 전월에 비해 2.3% 급등해 15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하는 등 물가 불안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수입물가의 급등세는 주로 원유(전월비 7.3% 상승)에 기인했지만, 원유를 제외한 수입물가의 상승이 1.2%를 기록해 원유에서 시작된 물가 상승이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수입물가가 급등한 것은 미국의 금융정책 강도를 강화시킬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거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의 동향을 살펴보면, 수입물가의 급등은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의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수입물가의 급등으로 인해 앞으로 2∼3개월 동안 생산자 및 소비자물가의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결국 정책금리의 추가적인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년 1월 이후 금리 동결 가능성 높아 이런 물가 불안과 함께 FRB의 금리 인상 기조를 강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부동산시장의 버블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다.
이미 9월 초 열린 잭슨 홀 컨퍼런스에서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의존한 소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어, 미국 부동산시장의 지표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9월 기존주택 판매 동향에 따르면, 거래된 주택의 중간 값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6.2% 급등하는 등 부동산시장의 버블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물론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미국 주택시장의 냉각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지역의 주택가격이 지난 3분기 13% 하락한 데 이어 샌프란시스코의 지난 8월 주택판매가 9.9% 줄어드는 등 부동산시장의 급등을 주도했던 양 연안지역의 탄력이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희소식만 들려온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루이지애나를 비롯한 남부지방에선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주택구입 붐이 나타나는 등 아직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낙관하기는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최근 각국 중앙은행이 잇따라 금리 인상에 나서는 데는 물가 불안과 더불어, 자산가격의 불안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각국 중앙은행의 이 같은 금리 인상 추세가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 점은 분명하다.
미국의 경험을 살펴보면, 2.5%를 넘는 실질정책금리는 예외 없이 경기의 후퇴를 불러왔다.
정책금리 인상은 자산시장의 버블을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의 경착륙(Hard Landing)을 유발시킬 수 있는 독이 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실질정책 금리가 1.3%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금리 인상 폭은 100bp 수준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현재의 금리 인상 추세가 좀 더 이어진다면 내년 1월의 FOMC 이후에는 금리 동결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 cwhong@koreastock.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