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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권성철 한국벤처투자 사장
[이슈인터뷰]권성철 한국벤처투자 사장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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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펀드는 벤처산업 마지막 기회 권성철(56) 한국벤처투자 사장은 “10년 뒤 오늘의 애니콜이나 현대차 같은 것이 나와야 한국 경제가 살 수 있다”며 “그러려면 지금이라도 씨앗을 뿌려놓고 누군가 키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공모를 통해 모태펀드 투자관리기관으로 설립된 한국벤처투자의 초대 사장에 오른 그는 “모태펀드가 벤처업계에는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라며 “공익성도 중요하지만, 수익성을 철저하게 따져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출신으로 한때는 20조원의 자금을 움직이던 ‘큰손’이었다.
그는 “움직이는 자산 규모는 작아졌지만 시세 모니터 속이 아니라, 리얼한 현실 속에서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사람들과 함께 뛴다는 보람이 더 크다”고 했다.
- 벤처가 여전히 한국 경제의 희망인가? = 1999년과 2000년. 10배, 20배의 수익을 꿈꾸며 샀던 벤처 주식이 하루아침에 휴짓조각이 돼버린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런 상처를 아직도 기억에서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벤처는 험한 동네라는 인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벤처기업들이 한국의 미래인 것만은 분명하다.
현재 대기업 가운데 훌륭한 곳이 많이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POSCO는 어디 내놓아도 둘째 가지 않는 기업들이다.
하지만 10년 전에 현대차가 이렇게 훌륭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있었나. 애니콜은 그 당시 나오지도 않았다.
그러면 10년 뒤에도 오늘의 애니콜이나 현대차 같은 것이 또 탄생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지금부터 씨앗을 뿌려놓고 누군가 잘 키워나가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기업의 몫이지만, 곁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중요하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 경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을 해왔지만, 더 이상은 어렵다.
지난 몇 년 동안 대기업이 보여준 모습이 그걸 잘 말해 준다.
수출이 계속 두자릿수로 증가하지만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화성이나 파주에 공장을 짓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미국이나 중국 같은 곳에 공장을 짓게 될 가능성이 더 많다.
그렇게 되면 고용 효과는 계속 떨어지고, 극히 일부만이 혜택을 보게 된다.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탄탄해야만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 모태펀드가 정부에서 내놓은 벤처 대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유가 뭔가? = 지난해와 올해 정부에서 벤처 대책을 집중적으로 발표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벤처업계가 달라고 하는 것을 다 줬다고 할 정도다.
그만큼 파격적인 내용이 많다.
참여정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편중과 함께 양극화가 큰 문제다.
경기 양극화, 소득계층 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까지. 거기다 경제는 자꾸 활력을 잃어가고, 기업가 정신이 퇴조하는 문제도 있다.
이런 것들을 벤처로 풀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동안은 영세민 자금 나누어 주듯이 벤처지원을 해왔다.
그렇게 해서는 희망이 없다.
기술경쟁력이 있고, 최소한 그런 싹이 있는 곳에 자금을 줘야 한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도 중요하다.
모태펀드는 만기가 30년으로 돼 있다.
정말 대단한 결정을 한 것이다.
우리가 언제 30년을 보고 계획을 세워본 적이 있나. 이제는 예산 때문에 나간 돈을 다시 회수하는 그런 짓을 안 해도 된다.
벤처캐피털업체를 매개로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벤처케피털의 선진화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한국벤처투자라는 독립된 새로운 조직을 굳이 만든 이유도 거기에 있다.
모태펀드가 마지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가뜩이나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이 널려 있는데 모태펀드까지 실패하면 더 이상 지원해 달라고 할 명분이 없게 된다.
반드시 모태펀드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내야 한다.
- 벤처캐피털업계의 상황은 어떤가? = 한창때 145개나 되던 벤처캐피털이 지금은 102개로 줄어들었다.
지난 4~5년 동안 시장에 의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심사역을 제대로 갖추고, 규모도 어느 정도 되는 곳이 대략 30~40곳 정도 있다.
요즘은 벤처캐피털에게 돈을 투자하는 국민연금이나 농협 같은 기관 투자가들도 옛날하고는 많이 다르다.
사업성을 철저히 따진다.
예전처럼 함부로 할 수 있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벤처기업이 성장하면 벤처캐피털들이 도움을 줘야 하는 부분도 달라진다.
초기에는 기술개발 자금만 대주면 그만이지만, 시제품이 나오고 생산단계에 들어가면 물건을 어디에 팔아야 하는지 시장조사도 해줘야 한다.
그런 것들을 꾸준히 해줄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 지식을 갖춘 벤처캐피털들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금융에는 강하지만 실제적인 사업에는 약한 면이 많다.
- 모태펀드의 수익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유는 뭔가? = 공익성과 수익성을 나누어서 많이 이야기하는데, 서로 상충되는 것은 아니다.
모태펀드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에 이미 공익성이 들어가 있다.
정부에서 갖고 있는 정책적인 의지가 있다.
이를테면 초기 기업과 지방에 우선순위를 두라는 것이다.
한국벤처투자의 주주는 직접적으로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고, 더 나가서는 정부와 국민이다.
결국 세금으로 만든 것이다.
당연히 정부의 정책의지는 반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수익성도 중요하다.
일방적인 퍼주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도덕적 해이나 대충대충하는 것들이 있었다.
그게 결국은 기금 자체를 고갈시키는 원인이 되어왔다.
수익성을 제대로 추구해서 5년이나 7년 뒤에는 자금을 회수해야 계속해서 다른 기업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1조원 이야기를 자꾸 하는데, 새로운 돈을 계속 넣어서 하는 것은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우리 같은 전문가들을 월급 주면서 채용할 이유가 없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방법은 2가지다.
구체성과 현실성을 철저하게 따져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허황되거나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에 있는 것은 곤란하다.
- 코스닥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벤처기업에게 도움이 될까? = 아무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벤처 투자조합을 결성하면 보통 만기가 5년에서 7년이다.
그 안에 투자해 놓은 기업에서 어떤 형태로든 자금회수가 되어야 해산할 때 조합원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다.
미국은 최소한 55~60%는 M&A를 통해서 자금 회수가 된다.
더 큰 펀드나, 더 큰 회사에서 기업을 사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M&A가 잘 안 된다.
잘해야 10% 아래다.
나머지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회수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5년 뒤에는 사정이 다를 수 있지만, 코스닥시장이 활황을 보이면 희망을 갖고 뛰어들 수 있다.
M&A시장뿐만 아니라 세커더리 펀드(유동화 펀드)도 빨리 활성화되어야 한다.
거품의 정점이던 2000년에 만들어진 펀드들이 올해 줄줄이 만기가 된다.
금액으로 따져 1조2천억원에 이른다.
그걸 어떻게 소화할지 걱정이다.
세컨더리 펀드가 있으면 패키지로 사들여 처리하면 된다.
- 한국투자신탁운영에 있을 때와 일하는 데 어떤 차이가 있나? = 예전에는 20조원을 움직였다.
지금은 많아야 1천억~2천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보람은 더 있다.
20조원이라고 해도 매일 단말기를 들여다보고 주식을 사고파는 것이다.
이쪽은 그런 포트폴리오 투자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른 장기 기업투자다.
증권시장에는 정보가 넘쳐나지만 우리는 애널리스트 리포트도 없고 공시도 없다.
그런데도 한번 투자하면 5년이고 7년이고 묶인다.
참 아찔한 일이고, 제대로 왔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가치평가(벨류에이션) 역량을 여기 와서 제대로 테스트받는 것 같다.
글=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사진=박미향 기자 blue@economy21.co.kr 약력/ 권성철 한국벤처투자 사장 1949년 부산출생 1972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74년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 1975년 계명대 조교수 1983년 미국 일리노이대 재무학 박사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조교수 1988년 메릴린치 포트폴리오 매니저 1994년 중앙일보 증권·금융담당 전문위원(부국장) 1999년 현대증권 전문 2001년 템피스투자자문 부회장 2003년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자산운용협회 부회장 2005년 한국벤처투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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