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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응접실]혁신이 아니라 진화가 중요하다
[독자응접실]혁신이 아니라 진화가 중요하다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5.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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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서비스요? 왜 하필 그걸 기사 주제로 잡으셨어요? 아무런 화젯거리도 없는데….” 업계 관계자를 만나 취재 협조를 부탁했을 때, 그가 빙긋 웃으며 농담 섞어 내뱉은 말이다.
어찌 난감하지 않겠는가. 신발끈을 죄고 기운차게 취재에 나섰는데, 첫 반응이 이렇듯 힘빠지게 한다면. 허나 어쩌랴. 지면은 배정돼 있고, 취재는 이제 시작 단계였다.
뭔가 돌아다니다 보면 얘깃거리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 물러서기엔 아쉬웠고, 돌진하기엔 확신이 없었다.
269호 커버스토리 ‘검색의 진화는 계속된다’는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헌데, 되돌아보면 애당초 출발부터가 잘못됐다.
나는 계속 ‘한 건’을 찾았다.
뭔가 알지 못하는 새 중요한 기삿거리가 진행되고 있으리라. 자고 나면 새로운 얘깃거리가 쏟아지는 세상에, 귀가 솔깃할 만한 이슈가 설마 없겠어? 그럼, 그렇고 말고. 미안하다, 잘못 봤다.
검색서비스는 그렇듯 ‘한탕주의’에 기대어 접근할 주제가 아니었다.
물론, 검색 서비스는 돌아서면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나왔다.
그럼에도 새로운 서비스가 커다란 화젯거리는 아니었다.
새 서비스 하나로 인해 단박에 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지도, 기업순위가 뒤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오늘도 새로운 검색 서비스는 등장하고 있으며, 업계 담당자는 오늘도 연구실에서 골머리를 앓으며 아이디어를 짜내는 데 여념이 없다.
이는 무슨 뜻인가. 검색은 혁신이 아니라 진화한다는 뜻이다.
하나의 검색 서비스에 상전벽해가 일어나는 시대는 지났다.
검색은 이미 우리네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다.
좀 더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이렇다.
우리는 검색으로 생활을 살찌운다.
밥 한 공기에 갑자기 몸무게가 불어나지는 않는다.
꾸준한 식생활 변화가 체질을 개선시킨다.
그래서 매번 새로운 서비스가 나와도 큰 변화를 체감할 수 없는 것이다.
검색 서비스를 취재하면서 새삼 ‘정보화 시대’란 말을 곱씹었다.
우리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늘 새로운 정보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정보는 곧 힘이다.
정보를 찾는 첫 행위는 바로 ‘검색’이다.
검색은 웹사이트에 걸려 있는 조그만 네모창 속에 갇힌, 우리에게 생소한 낯선 기술의 결정체가 아니다.
현대인의 생활이 곧 검색이다.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생활 속으로 녹아들고 있다.
혁신보다 진화쪽에 손을 들어주는 이유다.
이희욱 기자 asada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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