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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뚜앙떼리요르]교육시장 재편이 필요한 진짜 이유
[푸뚜앙떼리요르]교육시장 재편이 필요한 진짜 이유
  • 김혜원 한국노동연구원
  • 승인 2005.10.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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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도 통계에 따르면 1년간 출생자수를 가임여성수로 나눈 합계출산율은 1.16명으로 10년 전인 1994년의 1.67명에 비해 0.51명 낮아졌다.
인구 1천명당 출생아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은 지난해 9.8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한자릿수를 기록했다.
저출산 현상은 다양한 파급 효과를 미친다.
우선 영유아 및 아동수가 감소하게 되므로 아동과 관련된 산업에 큰 영향을 준다.
의학계에서는 산부인과의 인기가 뚝 떨어졌다.
초·중등학교도 큰 변화를 겪고 있어 386세대가 기억하는 콩나물 교실은 사라진 지 오래고, 오히려 넘쳐나는 교실의 활용 아이디어를 구하느라 분주하다.
대학도 입학정원보다 응시자수가 적어진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내몰려 있다.
좀 더 시야를 넓게 보면 저출산은 미래 노동력의 부족을 의미한다.
미래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데 비해 현재의 청장년 세대는 의학의 발전으로 수명이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의 청장년 세대가 노년에 제대로 부양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 출산율이 떨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간 지속된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 추세는 크게 2시기로 구분된다.
80년대 이전까지는 1명의 여성이 평생에 걸쳐 낳는 자녀수(이것을 완결출산율이라고 부른다)가 감소한 것이 출산율 하락을 주도했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로 기억되는, 정부의 출산억제정책과 피임약 보급이 적극적으로 시행되던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90년대 이후 합계출산율의 하락을 주도한 것은 여성의 결혼연령 및 첫아이를 출산하는 연령 즉 최초출산연령이 길어진 것이다.
그리고 최초출산연령의 증가는 여성의 고학력화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최근의 출산율 하락을 주도하는 것이 초산연령의 증가 때문이라면 향후에도 현재와 같은 출산율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은 줄어든다.
왜냐하면 여성이 결혼을 늦출 수 있는 연령에 한계가 있으며 최초출산연령이 증가할 수 있는 한계연령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완결출산율은 비록 높진 않지만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상적인 자녀수가 몇이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나라 여성들은 90년대 이후 줄곧 2명 정도라고 답하고 있다.
그리고 기혼여성수로 자녀수를 나눈 값은 이미 증가세로 반전되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 사람의 여성이 낳는 자녀수가 줄어들 확률은 높지 않다.
결국 최초출산연령이 더 이상 높아지지 않으면 합계출산율의 하락 추세는 멈추게 될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최경수 박사는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합계출산율은 조만간 반등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최초출산연령을 늦춘 여성의 고학력화도 절대 수준에서 크게 진전되어 더 이상의 증가는 크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저출산의 문제는 완결출산율의 문제, 즉 자녀수 선택의 문제로 집약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완결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기에는 여러 가지 장애요인들이 많다.
여성이 실제 선택하는 자녀수를 현재보다 늘리는 데 있어 장애요인 중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가 자녀수를 낮추는 데 큰 기여를 한다고 설명한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가 높아지는 것은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과 관련 있다.
그렇다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를 낮추면 될까? 여성들로부터 돌팔매를 맞을까 봐 이렇게 말 못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인구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통계’ 때문에 여성의 경제활동참가를 낮추자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세계 각국의 출산율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의 상관계수가 그 이전에는 음의 값을 갖던 데서 80년대 중반 이후 양의 값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즉, 예전에는 여성이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낮았는데 최근에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스, 아일랜드 등의 나라들은 OECD 국가 중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가장 낮으면서 출산율 역시 가장 낮다.
일견하건대, 가족주의적 전통이 강한 이들 나라들의 문화가 역설적으로 저출산을 촉진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힘들며 우리나라도 이런 점에서 비슷한 문화적 문제를 안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럽의 저출산국이 가진 문제 이외에 추가적인 장애요인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교육 문제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듯이 자녀수 결정에 있어 교육비 부담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OECD 내에서 교육비 부담이 매우 높은 그룹에 속한다.
2002년의 경우 정부 부담은 GDP 대비 4.2%(OECD 평균 5.1%)인 데 반해, 민간 부담은 2.9%(OECD 평균 0.7%)를 기록했다.
사교육비 부담이 매우 크고 모든 자녀가 대학을 가는 상황에서 교육비 지출이 줄어들 가능성은 난망하고, 빠듯한 생활비를 생각하면 하나 더 낳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최근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의 출산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현상은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교육을 둘러싼 지출경쟁이 격화된 데에는, 교육받은 인력과 교육받지 않은 인력 사이의 소득 격차가 커지는 전지구적인 지식경제적 요인 이외에도 생산성과 무관하게 대학 또는 명문대학의 졸업장이 소득에 미치는 영향력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도 한몫을 하고 있다.
교육시장의 문제는 후방위적으로 노동시장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으며 동시에 전방위적으로는 결혼시장, 출산 결정과 맞닿아 있다.
평등하고 효율적인 교육시장으로의 재편은 이래저래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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