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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삼성전자 핵심인재 유실률 2%대 비결은?
[특집]삼성전자 핵심인재 유실률 2%대 비결은?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5.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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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인재, 이탈을 막아라’ HR세미나 지상중계 회사를 떠나는 핵심인재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의 화두다.
최근 코리아리쿠르트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 5곳 중 4곳이 핵심인재를 다른 기업에 뺏긴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명의 핵심인재가 1만명의 직원들을 먹여살리는 시대에 핵심인재의 이탈은 기업 인사에서 최고의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 각 기업 인사담당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재 선발 후 관리단계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전체 응답자 중 53%가 ‘핵심인재 이탈 방지’를 꼽았다.
뒤를 이은 ‘인재 교육’(23%)이나 ‘업무 배치’(20%)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중이다.
기업들이 저마다 우수인재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인사담당자들은 핵심인재를 관리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별도의 ‘관리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털어놓는다.
이런 가운데 서울과학종합대학원과 산업정책연구원이 지난 10월18일 롯데호텔에서 ‘핵심인재, 이탈을 막아라’라는 주제로 HR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특히 삼성전자의 리텐션(Retention)제도가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해부터 리텐션제도를 도입해 핵심인재 유실률 2%대를 기록하는 성과를 낳았다.
아래에 이번 세미나에서 발표된 기업 사례를 소개한다.
△삼성전자 인사팀 김태흥 차장, “핵심인재 유지에 90여명 투입” =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핵심인재를 유지하기 위한 리텐션제도를 공식화하고 있는 기업이다.
먼저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인재 풀은 3등급으로 나뉜다.
슈퍼(Super)인재로 불리는 최상급 인재로 최소 임원대우를 받는 S급, 일단 부장이나 차장급으로 발탁해서 임원 승진 여부를 결정하는 A급, 잠재적 성장가능성이 큰 하이 포텐셜(High Poential) 인재로 불리는 H급 등이 그 것이다.
해외 유수 대학의 박사급 출신들은 대체로 H급으로 채용돼, 성과와 실적에 따라 윗 단계로 옮겨갈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 내에서 핵심인재의 비중은 전체 인력의 3%대다.
5%를 넘기면 핵심인재 제도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보고 있다.
매년 3월에 핵심인재 풀에 포함될 인력을 갱신한다.
한번 핵심인재로 선발됐다고 해서 영원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중 절반은 내부에서 육성된 인력이고, 나머지 절반은 외부에서 영입된 사람들이다.
김태흥 차장은 “초기에는 내부 육성인력이 많았는데, 점차 외부 영입자가 많아지는 추세”라며 “이탈 방지에 힘써야 할 쪽은 외부에서 영입해 온 핵심인재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또 그는 “대체로 핵심인재들은 금전적 요인에 끌려서 입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이 퇴사할 때는 자신이 얼마나 조직에서 대접받고 있는지 혹은 경력 개발의 비전이 있는지 등이 최우선 고려요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부터 핵심인재 리텐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핵심인재 유실률은 2%대에 그친다.
핵심인재의 발길을 잡는 데는 무엇보다 전담조직을 가동시킨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23명의 리텐션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는데, 다른 업무와 겸직하면서 리텐션에 투입되는 인력까지 합하면 90명에 달한다.
입사 3년 미만의 핵심인재들이 우선적인 관리대상이 된다.
회사를 떠나는 핵심인재의 70%가 3년 미만 입사자이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핵심인재가 입사하기 전부터 리텐션제도를 가동시킨다.
입사가 확정된 이후, 근무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 이탈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사대상자뿐 아니라 가족과의 접촉을 시도하면서 비공식적 관리에 들어가는 한편, 입사 전부터 프로젝트를 부여해 조직 몰입도를 높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관심이다.
김 차장은 “해외 여러 곳을 뛰어다니면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해 오지만, 정작 채용 이후에는 경영진들의 관심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경영진이 지속적인 관심 표명의 일환으로 정기면담을 실시하는 것은 리텐션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또 조기경보체제를 가동시키면서, 사전에 인재 이탈을 방지한다.
핵심인재의 이상징후를 ‘그린’(이상없음), ‘옐로’(가벼운 징후), ‘레드’(퇴직징후군) 등 3색등 체제로 실시간 체크한다.
이상징후가 뜨면 곧바로 인재 유실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가는 식이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임플로이 가이드북을 발간해 외국인력들의 회사 및 한국 생활 조기 정착을 지원하는가 하면, 23명의 글로벌 헬프 데스크 요원들이 핵심인재들을 밀착 지원하기도 한다.
조직 적응을 위해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불편을 해소하는 것은 기본이다.
김태흥 차장은 “핵심인재의 관리를 면담이나 관찰, 지원 등 유출 방지를 위한 방어적 관리수단 외에도 동기 부여 등을 통해 성과극대화를 꽤할 수 있는 공격적 관리수단도 필요하다”며 “내년부터는 평가방식도 일반 인력과 차별화된 잣대를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할 생각”이라고 전한다.
△POSCO 인재개발원 최종태 전무, “기술인력도 임원급 대우받도록” = POSCO의 인재 풀은 잠재적 인재군과 검증된 핵심인재군으로 분류된다.
잠재적 인재군에게 본인 스스로 경력 개발과 성장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경력 개발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준비하는 직원에게 먼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따라서 국내외 유학, 지역 전문가, 해외 근무 등의 소요 인원이 발생하면 먼저 잠재적 인재군을 대상으로 사내공모제를 통해 인력을 선발한다.
또한 POSCO는 미래 경영진으로 양성할 핵심인재를 대졸 사원의 10% 수준에서 조기에 발굴한다.
보통 매년 6~8월 사이에 주요 직책별로 후계자를 선발한 뒤, 현업 임원과 HR 담당 임원 간에 평가를 거쳐 12월에 CEO가 최종 후보를 선정하고 개인별 육성계획을 내온다.
이들에게는 각종 교육 기회가 우선 제공되며, 파격적 보상을 부여한다는 게 기본원칙이다.
특히 내년부터 POSCO는 ‘프로젝트 베이스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해 핵심 전략기술 개발 등 탁월한 실적에 대해서 파격적 보상을 해주기로 했다.
우수 인재와 비우수인재 간의 연봉차 등도 좀 더 넓혀나갈 방침이다.
지난 2000년 5~10%선에 머물던 차등 폭이 이미 지난해에는 20~25%까지 벌어져 있는 상태다.
▲ 이주노 기자 핵심인재의 조기 발굴 및 유지는 기업들의 최대 화두로 다가오고 있다.
단 핵심 교육과정을 이수한 인재는 교육기간의 3배수에 해당하는 의무 근무기간을 지켜야 하며, 정보보안 서약, 경쟁사 이직금지 동의서 등 기술정보의 유출을 우려한 장치들도 마련돼 있다.
최종태 전무는 “핵심인재를 어떻게 보유할 것인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 경영진의 의지”라며 “CEO가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고급기술 전문가(PCP)제도도 주목할 만한 핵심인재 유지전략 중의 하나다.
이 제도는 기술인력들도 임원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에서 나왔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핵심기술분야의 총괄직(과장급) 이상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개발 실적이나 회사 공헌도에 따라 임원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마땅한 직급이 없어서 조기에 회사를 떠나는 핵심 기술인력들을 적극적으로 잡겠다는 것이다.
△듀폰 서유순 인사담당 이사, “경력 개발에 신경 써주면 이탈 막는다” = 외국계 기업 듀폰의 서유순 인사담당 이사는 “핵심인재에 대한 금전적 보상 혹은 예우는 없다”며 “다만 지속적 성장을 보장해 주는 것을 통해 핵심인재의 이직률을 제로(0%)로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듀폰은 CP(Corporate Promotables)라고 부르는 핵심인재군을 양성하고 있다.
글로벌 조직 기준으로 사업부별로 7%대를 유지한다.
한국의 경우 17개 사업부서에서 CP의 비중이 10%에 달하기 때문에 많은 편이다.
국내 대기업의 핵심인재들이 일차적인 타깃 대상이라고 서 이사는 귀띔한다.
경영진들은 1년에 4번씩 각 사업부별로 선발된 CP와 면담을 갖는다.
이 결과를 통해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양성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나온다.
듀폰은 개개별 직원들을 진단할 때 4개의 그룹으로 분류한다.
4개의 그룹은 경력 개발의 필요성과 보직 이동의 필요성에 따라 나뉘어진다.
CP들은 3년 이내에 다른 부서로 옮겨져서 새로운 업무를 맡아야 한다.
3년 이상 같은 직무에 정체돼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 때문이다.
당연히 회사는 그 기간 동안 CP들이 새로운 일을 맡을 수 있도록 경력 개발에 최선을 다한다.
서 이사는 “듀폰에서 CP로 선발된 직원들은 글로벌 조직의 팀원들과 함께 양성될 기회를 누리게 된다”며 “따라서 한국 직원들이 취약한 전략이나 커뮤니케이션 등이 상당 부분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서 이사는 “한국이라는 지역의 특성에 맞는 핵심인재 유지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금전적 보상을 강화하는 국내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글로벌 조직의 리더들이 CP를 선정하기 때문에, 한국 직원들을 최대한 CP로 많이 선발하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라고 강조한다.
황보연 기자 hbyoun@economy21.co.kr
멘토링은 인재 유지로 가는 길?
멘토링은 핵심인재를 육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유용한 방법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멘토링이란 경험이나 스킬이 많은 사람과 상대적으로 이런 경험이 적은 사람을 의도적으로 짝지워 역량을 키우고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멘토링은 주로 신입사원들의 조기 정착을 위해서 진행돼 왔지만, 차세대 핵심인재를 조기에 발굴해서 육성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철 한국멘토링코칭센터 원장은 “GE의 경우 진급자의 80%가 멘토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멘토링 프로그램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한다.
GE는 A급 사원으로 20%, B급 사원으로 70%, C급 사원으로 10%를 선정하는데, A급 사원은 파격적 대우를, B급 사원은 보통으로, C급사원으로 퇴출대상으로 몰아붙인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이런 등급 승격을 통한 인재 유지에 적극 활용했다는 이야기다.
이 밖에 GE는 부하직원이 간부에게 IT 관련 교육을 해주는 등의 역멘토링도 시도하고 있다.
15~20개 멘토링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듀폰도 올해 멘토링 프로그램의 목표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70%가 인재 유지나 승진대상자를 발굴하는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멘토링 프로그램의 효과 역시 성과 높은 직원을 유지하는 데서 발휘됐다는 응답이 많았다.
사이언티픽 아틀란타(SA)는 임원이 임원을 육성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멘토링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모두 임원이다.
이용철 원장은 “다음 5~10년 동안 사상 최고의 퇴직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회사가 최고의 인재를 잃지 않기 위한 방안으로 이런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종의 탤런트 유지 전략인 셈이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멘토링제도를 통해 핵심인재를 관리하고 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직접 핵심인재의 멘토가 된다.
사장단은 S급 인재, 사업부장은 A급 인재, 부장은 H급 인재에 대해 1대1 멘토를 맡는 식이다.
평균 6개월에 1차례씩은 만남을 갖는다.
공식적인 면담도 있지만, 가벼운 식사자리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단, 가벼운 식사자리라고 하더라도 사전에 리텐션 전담조직에서 멘토를 시행하는 임원에게 해당 인력의 인적 데이터와 예상질문지 등이 올라가는 등 준비는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핵심인재가 회사를 떠나게 되면 멘토에게도 책임을 묻는다.
한편 멘토링의 방식은 아주 다양해지고 있는데,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으로 멘토링을 진행하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
수만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적절한 멘토를 찾아주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멘토의 조건을 온라인에 제시하면, 담당자가 가장 적합한 조건의 직원을 연결시켜 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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