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글로벌]수출에서 내수로 방향 전환?
[글로벌]수출에서 내수로 방향 전환?
  • 구시영/ 객원기자
  • 승인 2005.10.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기업들 잇단 수출 규제로 국내 시장에서 활로 찾아…지속적인 소비지출 증가가 관건 이젠 내수시장으로 턴(turn)? 수출시장에서 발목을 잡힌 중국 기업들이 서서히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EU가 중국산 의류 제품에 수입 쿼터제를 실시하면서, 중국 관련 업체들 사이에서는 “쿼터 있어요?”란 질문이 인사말이 된 지 오래라는 우스갯소리도 떠돈다.
방한 외투, 바지 등을 만들어 독일 등지에 수출해 온 복건성의 카이얼라이와 같은 업체의 경우에도 수입 쿼터제에 막혀 수출 전선에 어려움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업체가 보여준 대응책은 의외였다.
회사는 공장에 근무하던 1천명의 직원들을 해고하는 대신, 오히려 인근에 제2공장을 건설해 새로이 1천명의 인력을 뽑았다.
위기를 공격적 전략을 구사하는 기회로 만든 것. 이 회사의 한 영업담당자는“중국인들의 구매력이 커짐에 따라 소비자들이 옷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해외 시장 대신 중국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 셈이다.
지난 10월 중순 중국을 방문한 미국의 존 스노우 재무장관은 중국 정부에 대해 환율 절상을 요구하는 대신, 소비를 진작하라는 주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 같은 주문은 실제로 뒷북을 치는 격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중국 국내 소비는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승인 아래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5년 동안 수출 일변도로 내달려왔던 중국 경제의 모습도 상당 부분 달라질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일 중국이 수출 위주 성장에서 내수 중심 성장으로 원활하게 이행한다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이루지 못했던 위업을 이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을 비롯해 한국 등 수출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룩한 대부분의 아시아 나라들은 90년대 이후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수출 증가세가 주춤하는 사이, 국내에서의 과잉 생산 능력이 발목을 잡은 탓이다.
위기 이후 한국, 태국 등은 국내 수요 진작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직껏 이렇다 할 경제 위기를 겪지 않은 중국이 이들 국가들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위기 없는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국내 소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초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경기 과열을 식히기 위해 은행 신규대출을 제한하는 등 경기안정정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 정부는 이들 규제를 차츰 완화하는 중이다.
농업생산품에 대한 세금을 깎아준 데 이어 추가적인 세금 삭감을 공언하고 있다.
지난 8월과 9월 중국 도소매 판매는 각각 12.5%, 12.7%씩 성장했다.
전반적인 통화공급 수준을 말하는 M2 증가율은 증가속도가 가속화돼 9월에만 17.9%를 기록했다.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통한 수요 진작책은 지방정부의 각종 조처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예컨대 광동성은 노동자에 대한 의료보험과 퇴직금을 지불하도록 기업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가 확대되면 중국 가계의 저축 수요가 감소해서 소비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중국 도시근로자의 가계 저축은 소득의 거의 절반에 이르고 있어, 소비 증가를 제한하는 주요 요인이 되어왔다.
기업들의 사회보장액이 늘어나면 노동자들의 불안감이 줄어들고 이는 퇴직 및 질병에 대비한 저축 수요를 줄이는 효과를 낳게 될 것이다.
물론 중국의 소비 지출이 늘어나는 데는 여전히 몇 가지 장애물이 남아 있다.
우선 가계 대출이 최근 급증한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거품이 끼었던 주택가격에 거품이 사라지고 나면, 소비를 급속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시위 역시 정치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기업들이 소비 중가라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위기는 최근 열린 광저우 무역박람회 기간 동안에도 잘 드러났다.
중국 기업들은 여느 때보다 국내 시장에 대한 확신에 차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구시영/ 객원기자 hpgoo@korea.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