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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규 기자의 영업왕 열전]신동일 한성 자동차 과장
[장승규 기자의 영업왕 열전]신동일 한성 자동차 과장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11.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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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은 냉정한 승부의 세계다.
아무리 고객을 ‘신’처럼 떠받든다고 해도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말짱 헛일이다.
당장이든, 아니면 얼마간 시차를 두든 모든 영업맨의 꿈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멋진 ‘골’을 한방 넣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름대로 전략과 전술을 세우고, 가혹할 만큼 자기 관리도 한다.
하지만 영업은 단판 승부가 아니다.
한번의 승부가 끝나면 또 다른 고객과 새로 마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영업은 스포츠 경기와 닮아 있다.
올해 1분기와 3분기 메르세데스-벤츠 판매왕에 오른 한성자동차 신동일(35) 과장은 영업을 ‘스키’에 비유했다.
계약을 성사시키고 차량 출고를 마칠 때면 멋진 활공으로 금메달을 따낸 것 같은 성취감과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벤츠 한 대를 계약하고 출고하는 것은 내가 해준 설명과, 내가 한 행동이 고객한테 인정받았다는 걸 뜻한다”며 “그 쾌감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벤츠 모는 신참 영업맨 신 과장은 실제로 전국체전을 휩쓸었던 왕년의 스키 다관왕 출신이다.
진부령 정상에서도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하는 강원도 산골 ‘하늘 아래 첫 동네’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나무를 깎아 스키를 만들어 탔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는 정식 선수로도 활약했다.
“노력하면 이런 성취감을 느낄 수 있구나, 그때 처음 알게 되었어요. 중학교 이후 선수생활은 접었지만, 대학 때 꿈나무 대표팀 코치를 맡아 해외 전지훈련을 나갈 기회가 많았어요. 선수들 인솔하고 다니며 많이 배웠지요.” 그의 표현대로 하면, 그는 스키에 빚진 것이 많다.
운동이든 영업이든 승부의 세계에서 관건은 이길 확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2004년 1월 늦깎이로 벤츠 영업에 뛰어든 신 과장은 먼저 배수진을 쳤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중공업에 입사해 그런대로 잘나가는 사원으로 꼽히고 있었다.
하지만 집값, 전셋값이 폭등하던 2003년 심각한 회의가 엄습했다.
“평생 직장생활해서는 집 한 칸 장만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니,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평소 영업을 하면 누구 못지않게 잘할 자신도 있었고, 또 기왕이면 시장 전망이 밝은 수입차를 해보고 싶었지요. 그래서 벤츠를 선택한 거죠.” 물론 취직이 쉽지는 않았다.
벤츠 영업은 수입차 중에서도 베테랑들만 모이는 ‘진짜’ 프로의 세계였다.
다른 곳은 어느 정도 기본급이 있었지만, 벤츠는 그렇지 않았다.
한 대도 못 팔면 거의 한 푼도 가져갈 수 없는 구조였다.
4번의 면접 끝에 겨우 입사한 신 과장은 개포동 전셋집을 정리하고 용인으로 집까지 옮겼다.
그리고는 퇴직금을 털어 벤츠 한 대를 덜컥 사버렸다.
벤츠를 팔려면 벤츠를 잘 알아야 한다는 호기였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만큼 그의 목표는 더욱 뚜렷해졌다.
하지만 대당 가격이 4천만~2억6천만원인 벤츠를 파는 게 생각처럼 쉬울 리가 없었다.
첫 달은 아는 분의 호의로 한 대를 겨우 팔았지만, 다음 달은 판매실적이 ‘제로’였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벤츠를 팔기는커녕 벤츠를 살 만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불가능 했으니까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참 많이 했지요.” 신 과장은 자신의 약점이 거꾸로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평범한 직장을 다닌 그는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동료들에 견준다면 왕초보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전 직장에서 갈고닦은 업무 노하우가 있었다.
외부인의 시각으로 보니 기존 영업방식의 문제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맥이나 인간관계에 의존하는 구시대의 패러다임이 여전히 지배적이더군요. 그러다 보니 영업의 효율성도 낮고.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느꼈지요.” 다른 영업자들이 수첩을 이용해 아날로그 방식으로 일정관리를 하고 있는 때는 그는 일정관리 프로그램과 PDA를 도입했다.
전 직장에서 쌓은 실력을 활용해 정교한 고객 데이터베이스도 직접 구축했다.
매일 새벽까지 사무실에 혼자 남아 벤츠 공부에도 몰두했다.
다른 차에 비해 훨씬 고가라는 점이 벤츠 판매에 걸림돌인 건 사실이지만, 왜 그런지만 제대로 설명이 된다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신 과장은 DM(다이렉트 메일) 문안 하나를 만드는 데도 공을 들였다.
선배들의 것을 다 모아놓고,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더 어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기계쟁이’ 출신인 그로서는 글 한 줄 한 줄 짜내는 게 그야말로 고욕이었지만, 이제는 각 사례별로 데이터베이스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신출내기’ 신 과장의 패러다임 전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수입차시장에서 처음으로 자기 돈을 내 개인 비서를 고용했다.
고객들에게 쓴 편지를 부치고, 카달로그 요청이 오면 가능한 단시간에 받아볼 수 있는 방법으로 우송해 주는 것이 그의 비서가 하는 일이다.
“굳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모두 넘겨주고 있어요. 그만큼 다른 데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하는 거죠. 고객들에게 보다 깔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의 효율을 높이는 데 아주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동료들에게 도대체 비서에게 무슨 일을 시키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사실 일의 체계가 잡혀 있지 않으면 비서를 써도 시킬 일이 없다.
하지만 신 과장의 비서는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인다.
1분기 첫 판매왕…늦깎이 선택에 뿌듯 초기에 공들여 구축한 영업 시스템은 금방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는 ‘해약 고객’에게도 직접 편지를 쓰는 걸 빼놓지 않는다.
벤츠를 사거나, 사려고 했던 사람이라면 최고 부유층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차를 한번 구입하면 10년 이상 타는 게 보통이지만, 이들은 3년 정도면 다른 차를 구입한다.
한번이라도 그가 만났다면, 설령 실패했더라도 계속 ‘가망 고객’인 셈이다.
얼마 전에는 벤츠를 사려다 BMW를 선택했던 고객이 자신의 누나를 소개해 줬다.
신 과장의 편지를 기억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한번은 이런 일도 있다.
스키 동호회를 통해 알고 지내던 회원이 업무상 만난 고객이 벤츠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 신 과장을 소개해 줬다.
이 고객에게 벤츠를 판 건 물론이고, 또 7명을 소개받아 놓치지 않고 7대를 다 팔았다.
신 과장은 누구든 자신을 만나면 벤츠를 사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올해 1분기 처음으로 220명의 벤츠 영업자 가운데 판매 1위에 올랐다.
1인당 평균 판매 실적은 4~5대. 신 과장은 이보다 훨씬 많은 24대를 팔아치웠다.
“1등이라는 전화를 받고 나서 차에 한참을 앉아있었어요. 내가 뒤늦게 선택한 길이, 내가 생각했던 영업방식이 실패한 게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감동적이더군요.” 신 과장은 지난 3분기에도 또 한번 판매왕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신 과장은 그가 만나는 고객들처럼 최고의 자리에 올라 성공한 삶을 누리는 날을 꿈꾸고 있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신 과장의 영업 비법
신동일 과장은 어디를 가든 PDA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말하자면 그만의 ‘비밀 무기’다.
그가 관리하는 고객은 모두 2천명. 이 가운데 한번이라도 직접 상담을 한 ‘진성 고객’이 600명쯤 된다.
PDA에는 기본적인 인적사항에서부터 통화 내용까지 세세한 정보들이 모두 담겨 있다.
고객과 통화할 때는 반드시 통화내용을 녹음하고, 저녁에 데이터베이스에 옮겨 정리한다.
신 과장이 들고 다니는 PDA와 그가 쓰는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은 상호 연동돼 있다.
실제로 고객 한 명의 정보를 들여다보니, 처음 만났을 때부터 최근까지 주고받은 통화의 요점까지 빽빽하게 정리돼 있다.
그는 고객들이 던진 사소한 말도 놓치는 법이 없다.
고객 정보는 구매예상 차량의 등급과 직업 등 수십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
PDA만 들여다보면 모든 진행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만큼 실수와 실패의 확률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신 과장은 “사실 특별한 노하우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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