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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사회책임투자(SRI)는 투자시장의 블루오션
[초대석] 사회책임투자(SRI)는 투자시장의 블루오션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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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월 퇴직연금 도입을 앞두고 사회책임투자(SRI)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조흥투신에서 14일부터 본격적인 국내 첫 SRI 펀드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Tops 아름다운 종류형 주식투자신탁’으로 이름 붙여진 이 펀드는 기존 일반 펀드와는 달리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사회적 리더십, 환경적 효율성 등을 함께 평가해 투자 종목을 선정하게 된다.
조흥투신측은 SRI의 기준에 부합하는 지속가능성 높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가져다주기 때문에 저금리와 고령화, 퇴직연금 시대를 맞아 향후 투자의 새로운 블루오션(Blue Ocean)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의 공식 출시를 맞이해 유병득(54) 조흥투신 사장은 “그동안 에코펀드와 여성평등 펀드 등이 있었지만 개념이 협소해 테마 형성에 실패했다”며 “이번 SRI 펀드는 훨씬 포괄적인 개념이고, 내부적인 테스트 결과도 수익률이 높게 나와 성공을 확신한다”고 했다.
유 사장은 또 “SRI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연기금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월9일 여의도 본점에서 유병득 사장을 만났다.
이번에 내놓은 펀드가 어느 정도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나. 대형 펀드로 성장하는 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첫 판매 결과는 사람들의 인식 수준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본다.
SRI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어야만 펀드도 함께 커질 수 있다.
12월부터 퇴직연금이 도입되는데, 결국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30~40년을 내다본 투자다.
과연 우리나라에 과거 20년 동안 존속해 남고, 거기다 경상이익과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온 기업이 몇 개나 되나.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런 기업들은 이미 경제, 사회, 환경이라는 SRI의 기준에 부합하는 탄탄한 기업들이다.
어떤 자산운용사든지 중장기적인 투자를 이야기하지만, 객관적으로 그게 뭔가. SRI만큼 거기에 부합하는 게 없다.
영미쪽에서는 이미 SRI가 폭넓게 확산돼 있고, 조만간 한국과 아시아에서도 그런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SRI 펀드를 내놓은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그동안 계속 고민을 해온 것이다.
그동안 에코펀드와 여성평등 펀드 등이 나왔지만, 나오자마자 전부 실패했다.
테마 형성이 안 됐기 때문이다.
SRI는 훨씬 포괄적인 개념이고, 지금처럼 사회가 급변하는 시대에 가장 맞는 개념 아닌가. 성공을 확신하는 또 한 이유는 세계 최대 사회책임투자평가업체 이노베스트와 제휴하고 있는 에코프론티어와 함께 구체적인 종목을 평가해 이미 내부적으로 테스트를 해보았다.
가상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2001년치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니 재무적으로도 우량하고 사회책임도 다하는 기업의 수익률이 시장 평균 수익률을 훨씬 초과했다.
▲ 박미향 기자
한국 투자자들은 단기 투자에 굉장히 익숙해 있다.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계속 펀드를 가져갈 의향이 있는 건지 궁금하다.
또 하나 궁금한 것은, 국내 기업이 한정돼 있어 사회적 가치나 환경을 고려한다고 해도, 결국은 기존의 블루칩 위주의 포트폴리오와 큰 차이를 보이기 어려운 것 아닌가.
이 상품은 중장기적으로 끌고 가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은 펀드다.
중간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종목군이 한정돼 있다는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이노베스트와 제휴해서 해외까지 같이 연동해서 갈 수도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도 규모는 작지만 좋은 기업들도 많이 있다.
이들의 규모가 작은 이유는 매출을 발생시키는 제품의 시장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런 기업 가운데 찾아보면 환경관리나, 사회적 책임 관리를 잘하는 곳이 많이 있다.
국내에서 SRI가 정착되려면 결국 덩치가 큰 연기금들이 움직여줘야 하지 않나. 우리도 나중에는 연기금이 대규모로 들어올 걸로 예상한다.
선진국들이 모두 그런 쪽으로 움직였다.
연기금은 아주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한 곳이다.
1~2년 투자하고 마는 곳이 아닌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SRI 펀드에 들어오기에 가장 적합한 기관이다.
우리가 먼저 운영체계나, 노하우를 잘 잡아놓으면 연기금도 결국 들어올 수밖에 없다.
앞서 얘기한 대로 에코펀드와 여성평등 펀드 모두 실패했다.
이번 상품은 어떤 차별성이 있나?
에코펀드와 여성평등 펀드는 모두 너무 국한된 개념이다.
거기에 비해 사회책임은 종합적이다.
에코 펀드의 경우 굉장히 좋은 개념이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수익성이 있겠나, 또 그 기준만 적용해서 국내 기업 가운데 몇 곳이나 선정될 수 있겠나, 이런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SRI의 경우, 사회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엔론 사태 등을 통해 이미 생생하게 목격했다.
사회책임을 다해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종업원에게도 좋고, 소비자나 주주, 사회 전체에도 좋은 것이다.
▲ 박미향 기자
성공가능성을 확신하는 이유는. 단기적으로는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늘 단기 평가만 해왔다.
그래서 주식시장이 조금 뜨면 금방 돈이 왕창 몰리고, 그 다음에는 썰물처럼 빠지고, 해외까지도 나간다.
그러다 또 조금이라도 좋은 게 나오면 또 몰리고. 그동안 펀드시장도 여러 차례 변화를 겪어왔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상품은 단기적으로 접근할 대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5년, 10년 후의 결과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입기간을 5~10년으로 해놓으면 아무도 투자하지 않을까 봐 일단 3년으로 해놓았다.
(웃음) 우리나라에서는 3년만 해도 굉장히 장기다.
12월 퇴직연금 도입이 SRI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바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직접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은 DC형(확정기여형)인데, 주식에 40%까지밖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또 하나는 기업이나 노동자들 모두 퇴직연금의 개념과 기능에 대해 아직은 극초보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예전의 퇴직금제도처럼 앞으로 얼마를 받게 될지 알 수 있는 DB형(확정급여형)을 당장은 더 선호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저금리 상태에서 DB형의 수익률이 굉장히 낮다는 걸 느끼게 되면 DC형의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쨌든 노후생활의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SRI가 정말 ‘투자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까. 선진국의 예를 본다면 국내에서도 SRI가 활성화될 것이 분명하다.
SRI는 운영사 입장에서는 자체 코스트가 많이 들어가는 분야다.
자체적인 리서치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운영사가 아니고는 쉽게 넘겨보기 힘든 영역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충분히 우리가 경쟁력을 갖는 투자의 미래 블루오션이 될 거라고 믿는다.
투자자들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부동산투자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하지만 10년, 15년 전에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계속 갖고 있었다면 그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그럼 10년 후에는 어떤 기업이 지금의 삼성전자 같은 종목이 될까. 또 지금 주목받는 많은 기업들이 어떻게 돼 있을까. 지금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이노베스트의 질적 분석과 우리 자체의 양적 분석을 결합하면 훨씬 도움이 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좋은 기업’은 바로 오랫 동안 흔들림 없이 갈 기업들이다.
펀드 이름엔 어떤 뜻이 담겨 있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장기적으로 이득을 얻는 것, 그걸 한마디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아름다운 펀드’로 붙였다.
글=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사진= 박미향 기자 blue@economoy21.co.kr 약력/ 유병득 조흥투신 사장 1951년 경북 고령 출생 1975년 한국외대 경제학과 졸업 1979년 삼성생명 증권사업부 근무 1989년 삼성생명 해외투자과장 1992년 삼성생명 주식팀장 1998년 삼성생명 런던법인장 1999년 삼성생명투신운용 운용실담당 이사보 2000년 삼성투신 운용실담당 이사 2001년 SK투신 사장 2002년 한국투신 사장 2004년 조흥투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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