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영업왕 열전]최진성 현대자동차 과장 - 대장에서..
[영업왕 열전]최진성 현대자동차 과장 - 대장에서..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11.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무튼 남들과 좀 틀려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나 자신이 상품인데 어떤 식으로든 차별화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1996년 7월 현대차에 들어가 수습기간이 끝나자마자 ‘최진실’로 이름을 바꾸었지요.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거든요.” ‘최진실’이라는 튀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4년 연속 현대차 판매왕 최진성(28) 과장은 ‘차별화’란 단어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대학 때부터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잡초’처럼 살아 온 최 과장은 “처음부터 1등”이 목표였다.
1등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결론은 차별화. 남들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것. 물론 열심히 뛰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영업 대통령 최진실' 로 불려 이름을 바꾸고 나서 의상도 파격적으로 바꾸었다.
정장 대신 나비넥타이를 매고, 연미복과 교복을 입었다.
처음에는 핸들카???에 전단지 수천 장을 싣고 다니며 뿌렸다.
그러다가 한동안 자전거를 탔고, 곧이어 오토바이를 구입했다.
나이트클럽 웨이터를 연상시키는 복장으로 오토바이를 타는 자동차 세일즈맨. 당연히 장안의 화젯거리가 되었다.
입사 후 3개월 만에 겨우 1대를 팔았다.
일이 서툴러 뒤처리에만도 열흘 이상이 걸렸다.
매월 10대 이상 팔아치우는 선배들이 존경스러웠다.
그러다 6개월째부터 실적은 6~8대로 늘었다.
1년이 되자 10대, 다시 1년이 지나자 15~20대로 실적이 뛰었다.
“요즘은 휴일 빼고 하루에 평균 1대 꼴로 팔아요. 처음에는 10대, 15대를 팔 때도 쩔쩔맸는데, 20대로 올라서니까 이젠 그 정도는 쉽게 느껴지지요. 모든 게 그런 것 같아요. 밑에 있을 때는 아등바등 하지만 한 단계 올라서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보이거든요.” 영업 비법? 최 과장은 차 판매에 ‘올인’했다.
한 번은 오토바이를 산 지 2개월 만에 교통사고를 당해 6시간 만에 깨어났다.
그때도 그는 병원에서 의사들한테 차를 팔았다.
그 집념에 동료들조차 혀를 내둘렀다.
그는 늘 새로운 걸 꺼내들었다.
핸들카???에서 자전거로 다시 오토바이로 바꾸는 식이었다.
복장도 처음에는 퀵 서비스 복장에서 연미복, 교복으로 계속 업그레이드해 나갔다.
“일 자체를 즐기자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요. ‘고객 만족, 고객 감동 그런 거 다 필요 없다.
일단 내가 즐기고 만족하자. 남의 눈치 볼 필요도 없다’ 그렇게 생각했지요.” 아파트에 전단지를 뿌릴 때도 운동한다는 마음으로 했다.
고객을 만날 때도 고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 일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만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은? “오토바이를 타고 6개월 동안은 선글라스를 쓰고 다녔어요. 제 모습이 창피해서였지요. 하지만 정말 창피하고 두려운 건 이런 모습이 아니라 내가 내 밥값을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선글라스를 벗었지요. 벗고 나니 또 다른 세상이 보이더군요. 사람들은 다 자신에게 맞는 자리가 있다고 봐요. 홍명보 선수가 훌륭한 선수인 건 공격수가 아니라 수비수였기 때문이지요. 정장을 입고 점잖게 영업하는 사람은 그게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이고, 저는 이게 제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 자동차 판매에 그런 방법이 효과가 있나? “물론이죠. 제 실적이 잘 증명해 주지요. 저를 따라하는 제2, 제3의 최진실이 나오고 있지만, 일시적으로 해서는 안 되죠.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지요. 누구나 출발을 할 수 있고, 모두 첫발은 내딪지만, 두 발, 세 발, 백 발 이렇게 자꾸 가다보면 처지게 되죠. 지속적으로 계속하면 분명히 효과가 있어요.” ‘고가의 자동차를 파는 전문가’ 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데? “이상한 복장을 입고 다니는 것만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죠. 동대문이나 남대문, 중앙시장에 갈 때는 연미복을 입고, 양배추 머리를 뒤집어쓰고 가지요. 시장 사람들과 재미있게 어울리는 데는 훨씬 효과적이에요. 하지만 변호사나 의사, 일반 직장인 등 다른 층의 고객을 만날 때는 그런 복장을 하지 않아요. 처음에는 나비넥타이만 매고 가고, 다음에 만날 때 좀더 변화를 주면 재미있어 하지요. 요즘은 타던 차를 새 차로 바꾸거나 차를 한 대 더 사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 차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어느 정도 갖고 있어요. 차에 대해 완벽하게 설명하고, 고객을 이끌어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지요.” 최 과장은 언론에도 제 발로 찾아갔다.
먼저 현대자동차 사보팀에 문을 두드렸다.
“사보에 내달라고 했더니, 안 된다고 그래요. 현대자동차가 작은 회사도 아니고, 기사를 내줄 거리가 없다는 거죠. 판매왕 한 번 해보고, 그러고 오라고 하더군요.” 드디어 월간 판매왕에 뽑히자 곧바로 다시 찾아갔다.
최 과장은 그 뒤로도 신문사고, 방송국이고 적극적으로 접촉을 시도했다.
“고생하며 자랄 때는 모든 게 정해져 있는 줄 알어요. 하지만 꿈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니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게 현실이 되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생각만 하고 마는 걸 저는 끝까지 실천했어요. 대부분은 99까지만 하고 말죠. 물이 끓으려면 100도가 돼야 하는데. 전부를 거는 데 필요한 건 10이나 100이 아니라 바로 그 1이지요.” 최 과장도 튀는 복장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는 자신만의 또 다른 무언가를 고객들에게 주고 싶어 한다.
“포장지가 아무리 예뻐도 내용물이 좋아야 해요. 포장지 때문에 한 번은 살 수 있지만 두 번 사지는 않거든요.” 그는 “재미있는 복장 속에 감추어진 인간적인 따뜻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최 과장은 얼마 전 DM(다이렉트 메일) 발송을 중단했다.
대신 수시로 전화하고 직접 편지를 쓴다.
조직적인 고객 관리도 하지 않는다.
대신 항상 ‘레이더’를 켜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한다.
교통사고 등 어려움에 처한 고객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가 해결사 노릇을 해준다.
시장 상인들의 멸치나 귀금속도 직접 다니며 팔아준다.
칠순잔치나 돌잔치도 빼놓지 않는다.
고객들의 중매를 선 적도 있다.
지금까지 네 쌍을 중매했고, 그 중 두 쌍은 결혼까지 했다.
그는 차 한 대를 팔기 위해 제주도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항공료와 교통비를 합하면 별로 남는 게 없지만, 멀리서도 잊지 않고 자신을 찾아준 것이 너무나 고맙다는 것. “방송이나 신문에 나가면 고객들이 더 좋아하세요. 간혹 격려 전화도 해주시지요. 그럴 때마다 더 열심히 하고, 더 잘 돼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고객 한 분 한 분이 저를 먹고 살게 해준 은인인데, 무엇보다 제가 열심히 하는 걸 원하시더군요.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팔아주고 싶어 하는 것이지요.” 최 과장의 명함에는 ‘영업 대통령 최진실’이라고 적혀 있다.
왜 그가 영업 대통령일까.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월급이 1억5천만원 정도가 된다고 하더군요. 제가 그것보다 조금 더 받거든요. 그러니 제가 영업 대통령이지요.” 처음에는 그 역시 명함 뒷면에 멋진 경력을 적어 넣고 싶었지만, 쓸 게 없었다.
그래서 방송국을 찾아 다녔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의 화려한 방송 출연 경력이 뒷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탤런트 최진실을 실제로 만나봤나? “아직 뵙지는 못했어요. 96년만 해도 최진실이 최고였지요. 정말 그분처럼 되고 싶었어요. 요즘 재기해서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으니 저로서는 고맙죠.”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최 과장의 영업 비법
최 과장이 일하고 있는 자리는 창고 분위기를 풍긴다.
신발만 9켤레, 나비넥타이가 색깔별로 20개 그리고 연미복과 교복이 즐비하다.
게다가 ‘행사’에 나갈 때 쓰는 양배추 머리 가발까지. 회사 내부에 복장 규범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를 내놓았다.
최 과장은 항상 새로운 소품을 찾는다.
물건을 구입하는 곳은 주로 시장. 살 때는 항상 2세트씩 산다.
사무실과 차에 두고 기동력 있게 쓰기 위해서다.
최 과장의 진가가 발휘되는 곳은 칠순 잔치나 돌잔치 등 ‘행사 현장’. 그는 고객들의 잔치가 있으면 빼놓지 않고 간다.
그래서 평일보다 주말이 더 바쁜 경우가 많다.
많게는 500명 이상 모이는 잔칫집은 그에게도 좋은 세일즈의 기회. 그렇다고 자동차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 주는 것. 총신대 신학과 출신으로 한때 목회자를 꿈꾸기도 했던 최 과장은 어떻게 하면 ‘임팩트’ 있게 분위기를 이끌 수 있는지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여 알고 있다.
그는 잔칫집에 가면 항상 첫 번째로 노래를 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 자리에서 제일 축하해 주는 것처럼 보여주고 싶어 한다.
신명나게 ‘망가지면’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고, ‘역시 저러니까 판매왕 이구나’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