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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의 세계경제PLUS]세계경제 윤활유 국제유동성이 고갈된다
[이주명의 세계경제PLUS]세계경제 윤활유 국제유동성이 고갈된다
  • <프레시안> 편집부국장
  • 승인 2005.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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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같은 시점 대비 증가율 크게 떨어져…금융위기 발생 가능성 높아진 것으로 해석될 수도 6~8개월 전부터 국제유동성 증가율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금융 및 투자자문 분야의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는 이런 경고는 특히 국내외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국제유동성이란 달러화를 비롯한 유동성 결제자산의 총액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것의 증가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돈줄이 마르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에 국제유동성 증가율이 크게 낮아지면 세계경제의 원활한 운영이 저해되면서 그 시기에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나라나 지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제금융시장의 큰손 투자자들이 긴장한 채 국제유동성의 변화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투자자문회사 앱솔루트 리턴 파트너스(Absolute Return Partners LLP)의 파트너인 닐스 젠센(Niels C. Jensen)은 미국의 본원통화와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대외지불준비금을 합산한 수치로 계산되는 ‘국제 달러유동성’이라는 개념으로 국제유동성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전년 같은 시점 대비 증가율이 6개월 전에는 20~25%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10~15%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금융시장 조사회사인 게이브칼 연구소(GaveKal Research)가 나름의 측정지표로 살펴본 국제유동성의 전년 같은 시점 대비 증가율도 최근 8개월 사이에 35%에서 13%로 급락해, 앱솔루트 리턴 파트너스의 관찰 결과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로 닐스 젠센은 미국의 본원통화 증가율이 미국 경제의 명목 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는 점과, 연준의 대외지불준비금 증가율이 미국 경제의 경상수지 적자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다시 말해 국제 달러유동성의 두 가지 구성요소인 미국의 본원통화와 연준의 대외지불준비금이 미국 경제의 실상을 뒷받침할 만큼 충분히 늘어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고유가 충격과 상관관계 있을 수도 그리고 “이런 상황이 전개되는 배경에는 고유가 충격이 자리 잡고 있다”고 닐스 젠센은 분석했다.
. 특히 미국에 대해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 각국이 고유가로 인해 대외지불을 크게 늘리게 되면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와 아시아 각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대칭되는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둘 사이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달러화를 중심으로 본 국제유동성 증가율이 크게 둔화됨으로써 마치 윤활유 공급을 충분히 받지 못한 기계처럼 세계경제의 움직임이 점점 더 뻑뻑해지고 있다는 게 닐스 젠센의 견해인 것으로 풀이된다.
10월에 열린 미국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을 중단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논의가 이루어졌던 것도 이런 세계경제의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국제유동성 분석이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이 분석이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발생 가능성을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닐스 젠센은 “국제유동성이 심각하게 경색되면 세계의 어딘가에서 어떤 종류든 위기를 발생시킨다고 사실상 장담할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위기가 언제 어디에서 일어난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위기는 반드시 일어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장담은 게이브칼 연구소의 그래프 자료에 의해 뒷받침된다.
예를 들어 1981~82년의 국제유동성 경색은 중남미 외채 위기의 씨앗이 되었고, 1988~89년의 국제유동성 증가율 급락은 저축대부조합의 파산 사태로 불리는 미국의 금융위기에 적어도 부분적인 원인으로는 작용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1997~98년의 국제유동성 위축은 동아시아 및 러시아의 경제위기로 이어졌고, 2000~01년의 국제유동성 증가율 급락은 아르헨티나 경제위기와 엔론 등 미국 대기업들의 파산에 전주곡이 됐다는 것이다.
‘약한 고리’에서 탈 날 가능성 높아져 이와 같은 분석은 비록 엄밀한 논리로 설명되고 있지 못하지만, 세계적으로 돈줄이 마르면 경제활동이 여의치 않게 되어 ‘가장 약한 고리’에서 탈이 날 수 있다는 직관적인 추론의 설득력을 높여 주는 것은 사실이다.
다시 말해 돈줄이 마르면 경제성장이 위축되거나 금융시장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며, 그런 시점에 뭔가 취약한 지점이 있다면 그 지점에서 위기가 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게이브칼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국제유동성 증가율의 급락 자체보다는 국제유동성 증가율이 급락해 0% 또는 마이너스가 되는 시점에서 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대만의 경제가 성장세 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것이 국제유동성 경색에 따른 세계 전체적인 위기국면 진입의 신호탄이라고 확언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렇게 본다면 최근 6~8개월간 국제유동성 증가율이 크게 낮아졌다고는 해도 아직은 10%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0%까지는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다행일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 연준이 내년 2분기까지는 서너 차례에 걸쳐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게 연준 관측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인데다 국제 고유가도 앞으로 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유동성 경색이 지금보다 더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프레시안> 편집부국장 cmle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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