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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규 기자의 영업왕 열전]이동숙 교보자동차보험 팀장 - 60초의 승부사
[장승규 기자의 영업왕 열전]이동숙 교보자동차보험 팀장 - 60초의 승부사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11.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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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와 헤드셋 그리고 평범한 컴퓨터 모니터가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좁은 칸막이 책상 하나. 이곳이 바로 교보자동차보험 이동숙(31) 팀장의 ‘영업’이 이루어지는 전쟁터다.
이 팀장은 발품을 팔아가며 애써 고객을 찾아다니지 않는다.
얼굴을 마주하고 정을 쌓아야만 술술 일이 풀리는 것도 그의 스타일이 아니다.
이 팀장은 웬만해선 자리를 벗어나는 법이 없다.
그는 전화로만 고객을 만나고, 목소리 하나로 보험을 판다.
그렇게 만나는 고객이 하루 120명. 항상 “교보자동차보험의 이동숙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로 시작하지만, 고객들은 매번 새로운 긴장감을 준다.
그는 “고객들은 그때그때 다 다르고” 그래서 “재미가 있다”고 했다.
고객과의 대화에서 단서를 찾아라. 지난 2004년 이 팀장은 이 좁은 전쟁터에서 무려 25억원어치의 보험을 팔아 회사에서 주는 골든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콜센터의 구조를 조금만 들여다 보면 도저히 믿기지 않는 실적이다.
고객들은 콜센터에 아무 때나 전화한다.
그리고 연결되는 상담원은 그때마다 달라진다.
고정 고객이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교보자동차보험 과천 콜센터 1백여명의 상담원에게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똑같은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도 계약 체결 실적은 큰 차이를 나타낸다.
지난해 이 팀장은 한 달 평균 600건의 계약을 체결해 줄곧 1등을 달렸다.
2등과도 200건 가까이 차이가 났다.
어디서 그런 차이가 생기나?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특별한 게 없어요. 목소리도 평범하고. 다른 콜센터 상담원들처럼 리듬감 있게 ‘안녕하세요~’ 하는 식으로 요란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대화하듯이 자연스럽게 하거든요. 그래도 아침에 남들보다 일찍 나와 미리미리 준비하려고는 했던 거 같아요.” 평범한 목소리?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 방송국에서 이 팀장의 목소리를 녹음해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음파 분석 결과 안정감 있는 목소리로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세일즈를 하기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듣고 보니 그냥 평범하기만 한 목소리는 아닌 듯싶다.
이 팀장의 출근시간은 아침 8시. 남들보다 1시간쯤 일찍 사무실에 나온다.
혼자 나와 그녀가 하는 일은 그날의 ‘전략’ 수립. 콜 센터에서 걸려 오는 전화만 받는 건 아니다.
틈틈이 보험 기간 만료가 다가온 기존 고객과 ‘지정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
지정 고객은 다음 번 통화 시간을 미리 정해 놓은 고객을 말한다.
즉 몇 번 전화를 했지만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고객이다.
요즘 고객들은 워낙 깐깐해서 이것저것 따져보고, 경쟁사와 비교해 보고, 그리고도 좀처럼 쉽게 계약을 하지 않는다.
이 팀장은 일과 시작 전에 미리 그날 통화해야 할 지정 고객의 명단을 쭉 살펴보고 나름대로 수첩에 대응 전략을 적었다.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나 어디까지 상담했는지는 전산으로 다 뜨지요. 모든 고객에게 똑같은 화법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주민등록번호를 보고 젊은이면 거기에 맞게, 또 할아버지나 여성이면 그에 따라 컨셉트를 조금씩 바꿔주어야죠. 교보자동차 보험의 여러 장점 가운데 어떤 것을, 어떤 식으로 강조해야 피부로 느낄까, 뭐 그런 것들을 나름대로 고민해 보는 거죠.” 통화를 하면 될 거 같다, 안 될 거 같다, 그런 느낌이 오나? “감이 빗나갈 때가 더 많아요. 성의 없는 목소리에 단순 문의 전화 같은데도 설명을 듣고 나서 의외로 쉽게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럴 때는 제가 더 놀라죠. 고객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대하는 건 좋지 않는 것 같아요. 이런 사람이다 저런 사람이다 하는 판단보다는 설명 포인트를 잡아내는 게 중요하지요. 1분쯤 통화해 보면 대충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겠다는 감이 와요.” - 주로 어디서 단서를 찾나? “상담할 때 고객의 말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려고 해요.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고 긴장하는 거죠. 만약 엔진 오일이 1년에 한 번 1만원으로 할인된다는 설명을 하는데, 고객이 ‘그래요?’하는 반응을 보였다면, 이 부분에 관심이 있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설명해야지요. 하지만 대개는 그런 걸 놓치고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다는 식으로 장점들을 두서없이 늘어놓는 상담원들이 의외로 많아요. 전에 어떤 보험사를 이용했는지도 중요한 정보가 되지요. 이를테면 삼성화재에 가입했던 고객이라면 기업 신뢰도나 원활한 보상 서비스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가능하죠. 이런 경우에는, 교보자동차보험의 보상체계도 상당히 잘 갖추어져 있고, 불필요한 수수료가 없어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해야죠. 이런 고객한테 그냥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것만 강조해서는 통하지 않지요. 다음자동차보험이나 제일화재 등 경쟁사에 가입했던 고객이라면 보험료보다는 교보자동차보험만의 차별화된 혜택을 강조해야 효과가 있어요.” 이 팀장은 고객의 ‘반론’을 잡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보험료가 비싸다’거나 ‘보상 서비스가 부실하다’는 식으로 고객이 계약을 망설이는 결정적인 이유를 찾아내 그에 대해 설득하는 게 보험 영업의 열쇠라는 것이다.
이 팀장은 고객의 반론을 찾아내 설득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에 걸맞는 혜택을 설명해 준 다음, 적절한 타이밍에 클로우징을 하는 순서로 대화를 이어간다.
그가 “나름대로 연구해서 만들어 낸 것”이다.
적절한 클로우징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통화가 한없이 장황해지고, “나중에 알아서 할 게요”하는 응답을 받기 십상이다.
그러기 전에 적절한 타이밍이 최종 계약단계로 들어가 끝을 맺어야 한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입사 첫해부터 실적이 좋았는데 비결은? “2003년 5월에 입사했는데, 처음에는 콜센터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 강했고, 또 너무 생소한 분야라 고생을 많이 했어요. 교육기간에는 재시험을 겨우 면할 정도로 성적도 바닥이었지요. ‘자차’랑 ‘자손’이 같은 말인가 다른 말인가 개념정립조차 안 됐어요. 선배들의 통화 녹음을 꾸준히 들어보면서, 나름대로 전략도 짜 보고,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지요.”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문에 근무하다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나온 이 팀장은 교보자동차보험에서 일하고 있던 동생의 권유로 입사했다.
지금도 동생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첫 달을 헤맨 이 팀장은 금방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해 7월 처음으로 월간 판매 1위에 올랐고, 그 후로 한 번도 그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첫해 실적으로 보면 당연히 골든콜 그랑프리는 그의 차지였지만, 근무 기간이 모자라 신인상에 만족해야 했다.
“처음엔 완전히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했고, 교육을 받으면서도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아침에 일찍 나와 고객 리스트도 체크해 보고. 신인상을 받고나니, 이 분야도 나름대로 비전이 있고 매력적인 전문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성공한 상담원과 그렇지 못한 상담원은 어디서 갈라지나? “처음에는 월 초가 오는 게 너무 싫었어요. 한 달 동안 쌓아놓은 걸 다 무너뜨리고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요. 결국은 장기전이 중요한 거 같아요. 하루하루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꾸준하게.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거든요.”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이 팀장의 영업 비밀
‘자동차’와 ‘보험’에 문외한이던 이 팀장은 초기부터 신문기사를 꾸준히 스크랩하기 시작했다.
신차 정보와 보험 관련 소식, 경쟁사의 움직임이 주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보험 요율에도 익숙하지 않았던 그는 신문기사에 밑줄을 치며 정독했다.
이 팀장은 “고객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최신 정보 습득이 필수”라고 했다.
이를테면 고객이 신차 ‘로체’를 이야기하면 그것이 새로나온 차종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우스개소리가 있어요. 차종을 물으니 고객이 ‘스타크래프트’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상담원이 ‘그거 게임 아니에요’ 했다는 거에요. 이래서는 전문가적인 인상을 줄 수 없어요. 짧은 순간이지만 벌써 현격한 차이가 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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