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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의 세계경제PLUS]‘글로벌 디지털 도서관’ 경쟁 후끈
[이주명의 세계경제PLUS]‘글로벌 디지털 도서관’ 경쟁 후끈
  • <프레시안> 편집부국장
  • 승인 2005.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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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 IT기업 총출동 인류가 만든 책들을 전 세계 어디서나 인터넷만 연결되면 누구나 쉽게 검색해 들여다 보거나 인쇄 또는 다운로드해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구상이 구체적인 실행단계로 접어 들었다.
‘글로벌 디지털 도서관’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구상은 개방적인 정보문화 실현 운동을 선도해 온 브루스터 케일 등을 중심으로 10여 년 전부터 제시되었고, 이 구상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디지털 기술도 10년 전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필요한 자금이 조달되지 않았다는 점과 저작권 보호법의 규제를 비롯한 법률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이 구상이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었는데, 약 1년 전부터 정보기술 업계와 주요 도서관들이 적극 가담하기 시작하면서 실행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한두 달 사이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야후 등 주요 정보기술 기업들이 구상의 실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태도를 보이면서 본격적인 실행단계가 시작된 것이다.
최근에 가장 활발하게 펼쳐지는 글로벌 디지털 도서관 구상의 실행 작업은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개방 도서관’ 대 ‘세계 디지털 도서관’의 구도 하나는 브루스터 케일이 창립한 비영리 웹 저장조직인 ‘인터넷 아카이브(Internet Archive)’의 주도 아래 야후, 어도비 시스템스, 마이크로소프트, 오레일리 미디어, 휴렛패커드 연구소 등의 기업들과 콜럼비아대학을 비롯한 다수의 대학이나 대학 도서관 등이 참여하고 있는 개방 콘텐트 동맹(Open Content Alliance)의 ‘개방 도서관(Open Library)’ 프로젝트다.
다른 하나는 미국 의회도서관과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손 잡고 하버드대학, 옥스퍼드대학 등 여러 유명 대학들의 협조를 받아 추진 중인 ‘세계 디지털 도서관(World Digital Library)’ 프로젝트다.
이 두 개의 프로젝트 중에서 먼저 실행에 들어간 것은 개방 콘텐트 동맹의 개방 도서관 프로젝트다.
개방 콘텐트 동맹은 지난 10월3일 정식 출범하면서 책 스캐닝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고 선언했으며, 스캐닝된 책 콘텐트 중 수천 건을 올해 연말에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다음 내년에 더 많은 콘텐트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 디지털 도서관 측은 1년 전부터 준비실험 차원의 책 스캐닝 작업을 시작했지만, 지난 가을에 미국의 작가조합과 일부 출판업체들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하면서 실행단계 진입에서는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미 의회도서관의 제임스 빌링턴 관장과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지난 11월25일 구글이 세계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에 3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히면서 이미 스캔이 끝난 책 콘텐트 가운데 저작권 문제가 없는 것들을 조만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물론 이 두 가지 디지털 도서관 외에도 책 콘텐트를 디지털 텍스트로 전환해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는 크고 작은 움직임들이 그동안에도 있어 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구텐베르크(Gutenberg)’ 프로젝트와 ‘아이비블리오(ibiblio)’ 프로젝트가 있다.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와 ‘아이비블리오’가 선구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는 71년에 미국 일리노이대학 학생이었던 마이클 하트(Michael Hart)가 시작한 뒤 자발적 지원자들 중심으로 책 콘텐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 왔다.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는 이미 1만6천 개 이상의 전자책(e-book) 또는 텍스트 파일을 만들어 갖추고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나 인터넷으로 들여다 보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이비블리오 프로젝트는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보다 21년 뒤인 92년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이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기부금 지원을 받아 출범시킨 ‘선사이트(SunSITE)’ 프로젝트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몇 년 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지원이 끝난 것을 계기로 ‘메타랩(MetaLab)’으로 바뀌었다가 2000년 9월에 ‘퍼블릭 도메인 센터(Public Domain Center)’와 제휴하게 되면서 ‘아이비블리오’로 다시 바뀌었다.
이런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인류의 중요한 정신적 문화유산인 각종 저작물들을 전 세계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종전보다 훨씬 쉽게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창작과 문화의 발달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도 주목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넷 검색 업체인 구글이 저작권 위반 소송을 당하면서도 막대한 자금을 들여가며 미 의회도서관과 세계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도 그리고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방 콘텐트 동맹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수익창출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 기회이나 공공성 훼손 우려도 디지털 도서관은 아직은 저작권이 유효한 저작물보다는 저작권 유효기간이 지나 ‘퍼블릭 도메인’으로 넘어간 저작물이나 저작권자가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고아 저작물(orphaned books)’을 주로 다루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다, 그 구축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그런데도 관련 기업들이 기부금까지 내면서 적극 참여하고 나서는 것은 그만큼 장기적인 수익 전망을 높게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도서관 자체는 공적인 성격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그 공적인 ‘콘텐트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거나 그것을 활용하는 경로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미 의회 도서관과 주요 대학 도서관들에 소장되어 있는 전문적인 책 자료들에 대한 검색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자사 검색 사이트의 경쟁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런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방 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은 이 회사가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 MSN의 ‘책 검색(Book Search)’ 서비스 개시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 검색부문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페인은 지난 25일 ‘책 검색’ 서비스를 조만간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것이 “인터넷에서의 검색 시도 중 절반은 답변을 얻지 못하는 문제점을 크게 개선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검색 서비스 또는 포털 업체들은 이처럼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통해 자사 사이트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검색 대상 콘텐트가 대폭 확대될 경우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 대한 성향별·그룹별 맞춤 서비스 제공을 위한 특화된 서비스 상품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책 검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각종의 소프트웨어, 검색 장비는 물론 스캐닝 기술 등 관련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의 등장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개방 콘텐트 동맹 참여업체들은 ‘콘텐트의 유통 또는 배급 서비스로 수익을 얻고자 하는 사업자나 기업들은 콘텐트에 대한 소유권에 근거해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공유되는 콘텐트에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경쟁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콘텐트의 ‘소유가 보장하는 독점적 이익’을 축소시키는 대신 콘텐트의 배급, 유통, 가공, 재활용 등 2차적 활용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들이 본격 실행단계로 들어서게 된 것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기술의 문화적 활용도를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디지털 도서관의 수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검색의 질도 지금보다 크게 개선될 경우 오늘날 인터넷을 물들이고 있는 저질의 정보 홍수가 수그러들 것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들의 관여가 확대되는 등 그 추진방식이 디지털 도서관의 공적인 성격을 위축시킬 수도 있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어, 이런 추세가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갖게 한다.
이주명 / <프레시안> 편집부국장 cmlee@per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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