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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모니터]사회적 합의와 연대 모델 만들어 내야
[독자모니터]사회적 합의와 연대 모델 만들어 내야
  • 정승일 과학기술정책연구소 연
  • 승인 2005.1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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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양극화와 성장 부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분배 우선이냐 성장 우선이냐를 놓고 좌와 우를 가르는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분배주의, 성장주의라는 새로운 ‘주의’(즉 이념)까지 만들어 내면서 스스로를 혹은 상대방을 '성장주의자', '분배주의자‘라고 지칭하면서 흑백논리로 무장한 채 치열한 이념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성장주의에는 분배가 들어갈 틈이 없고, 분배주의에는 성장이 들어갈 틈이 전혀 없는 듯이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스웨덴 모델을 다룬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분배도 잘하면서 성장도 잘하는 스웨덴과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나라들의 모습은 한국 사회를 갈라놓은 분배냐, 성장이냐의 흑백논리의 관점에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괴물’이거나 아니면 그저 ‘먼 나라 좋은 나라’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사에는 많은 결점이 있어 보인다.
먼저 “세계화 바람에 흔들리는 복지 천국”이라는 제목이 영 수상하다.
스웨덴에서 세계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이고 당시에 잠깐 집권했던 보수정당들이 추진했던 자유주의적 금융개혁의 결과로 복지 천국이 크게 흔들리면서 금융위기까지 맞았던 것이 90년대 초반이었다.
그 후 사회민주당이 재집권하여 지금까지 금융 구조조정과 금융시장 안정화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을 뿐만 아니라 90년대 초반에 크게 흔들렸던 사회복지시스템도 성공적으로 재건하는 데 성공했다.
사회복지체제를 크게 해체하는 자유주의적 시장개혁을 진행 중인 독일과 프랑스 등 여타 유럽국들과는 달리 스웨덴 등 북유럽 4개국은 “세계화라는 이름의 대세 앞에 힘없이 무너져 버리고 있다”(277호 에디터스 메모)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 나라들은 90년대에 걸쳐 대외적 세계화와 대내적 복지 강화를 동시에 추진했는데, 그 결과는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의 확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보고서에서 핀란드와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이 모두 국가경쟁력 및 기업경쟁력 부문의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물론 성장-분배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 스웨덴의 경제사회적 구성요소들을 잘츠요바덴 협약, 랜-마이드너 모델, 연대임금제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등 여러 가지로 분석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적 이해보다 더욱 중요한 점은 그 구성요소 전체를 아우르는 총합적 정신이며, 그것은 한마디로 ‘사회적 합의와 연대’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기주의와 적대성에 기반한 흑백논리가 판치는 한국 사회의 모든 경제 주체가 북유럽 모델로부터 한 수 배워야 할 점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목격되는 ‘사회적 합의와 연대’라는 원칙의 배경에는 이 전혀 간과한 또 다른 측면이 있다.
그것은 스웨덴이 독일과 영국, 러시아 등 유럽의 열강들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라는 점이다.
스웨덴은 제1차 및 제2차 세계대전 중 노르웨이와 덴마크가 독일에, 핀란드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는 과정에서도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 끝에 간신히 나치 독일의 침공을 모면했었다.
스웨덴의 사회적 합의 모델이 본격화되는 시점인 38년은 나치 독일의 유럽 침공이 본격화되는 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북유럽 4국들만이 아니라 스위스와 네덜란드 등과 같은 유럽의 강소국들 역시 대외적으로는 ‘세계화의’ 물결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높은 수준의 복지체제를 통해 국민적·사회적 통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대내적 합의와 연대의 정신을 이룩해 대외적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세계 최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다는 지정학적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또한 개방형 통상국가로서 무역과 투자의 세계화 물결을 거스를 수 없다는 점에서 유럽의 강소국들과 동일한 운명에 처해 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적 양극화와 이로 인한 국민적 분열과 좌우대립을 적절하게 극복할 ‘사회적 합의와 연대’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없다면 한국의 미래, 나아가 남북한 모두의 미래는 암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사회적 연대의 정신 자체가 이미 ‘자유시장’(free market)의 전능성, 즉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시장자유주의자들의 신앙심과는 대비된, 일정 정도 규제되고 통제된 시장경제, 다시 말하면 사회적 시장경제(social market economy)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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