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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뿌리 내린 독일의 저축은행
지역에 뿌리 내린 독일의 저축은행
  • 이승혁/ 동부저축은행 과장
  • 승인 2005.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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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강국 연수기… 독일 내 브랜드 인지도 2위 저축은행을 영어로 표현하면 흔히 ‘Savings Bank’라고 하며, 특히 독일어로는 ‘스파르카센’(Sparkassen) 이라고 부른다.
세계의 금융시장 판도를 굳이 나누자면 은행의 경우는 미국과 영국이 그리고 저축은행 업계는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계은행처럼 저축은행도 협회가 있는데 세계 저축은행 협회(WSBI)가 바로 이런 목적의 기관이다.
전 세계의 주요 기관들처럼 본부는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 세계 85개국에서 100여 개의 저축은행이 가입되어 있다.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우량 저축은행만이 가입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우체국을 비롯하여 동부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필자는 지난 10월24일부터 4주 동안 독일의 저축은행을 둘러 보는 연수를 다녀왔다.
평생 1개의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독일인 앞에서 언급했듯이 세계 저축은행 업계의 최고 자리는 독일이 차지하고 있다.
독일의 은행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도이치, 드레스드너, 코메르츠 등 빅3 외에 12개 주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주립은행, 그 산하에 477개의 저축은행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에서부터 시중은행 규모의 대형 저축은행도 있는데 모두 연방 주정부의 지급보증을 받는 안정적 영업을 영위하고 있다.
독일 국민들의 저축은행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절대적이어서 브랜드 인지도에서 독일 전체 기업중 ‘스파르카센’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는 폴크스바겐) 붉은색의 저축은행 표시는 독일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사람들에게 대단한 사랑을 받는 명실 상부한 대표적인 지역 금융기관이다.
대부분의 독일 국민들은 평생 1개의 금융기관을 거래하고 신용카드 사용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여러 개의 금융기관 거래는 상상하기가 힘들다.
그러면 저축은행의 업무와 특색은 무엇이 있을까? 하나하나 사례를 들고 우리의 실정과 비교해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독일의 경우는 저축은행을 크게 두 개의 부류로 나눌 수가 있는데, ‘G-25’라는 독일의 대표적인 26개(베를린이 2개라서 26개임) 저축은행은 우리나라의 시중 은행처럼 여·수신을 비롯 신탁업무 및 국제업무까지 취급이 가능하고, 다른 한 부류는 우리처럼 특화된 업무를 주로 하는 중소형 저축은행들이다.
우리처럼 고객이 은행에 들어오면 친절하게 인사하는 경우는 드물고 고객만족(CS) 개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면 업무별로 우리와의 차이점을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자.
음악회와 전시회 장소로 이용되는 프랑크루트 저축은행의 지점 내부
첫째, 독일 저축은행의 예금 구조는 우리의 시중은행과 너무도 흡사하다.
‘스파벅’(Sparbuch)이라고 하는 보통예금과 기간별로 확정금리 또는 변동금리를 고객에게 지급하는 정기예금, 최근에는 주식 및 채권에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 등 비교적 다양한 상품이 있다.
독일에서도 한 고객에게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파는 교차 판매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고객 성향과는 달리 대부분은 안정적인 확정금리의 정기예금을 선호한다.
예금금리는 보통 1.5~2.0% 사이로 우리보다는 약 2%가 낮다.
특이할 만한 점은 독일은 철저하게 상품 구성이 연령별로 포트폴리오 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객평생 가치를 기본 개념으로 어린 고객에서부터 나이든 고객까지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서울, 수도권 같이 인구 밀집 지역이 드문 독일에서는 직원들의 가두 캠페인은 거의 없는데 그대신 고객과의 예약 문화가 발달되어 있어 모든 약속은 전화상으로 또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둘째, 독일의 대출 구조는 기업과 개인 고객을 분류하여 부동산과 신용 대출을 해주고 있다.
각 은행별로 한도는 차이를 두고 있는데 그만큼의 리스크를 금리로 만회하고 있다.
부동산의 형태는 우리와 같은 아파트는 별로 없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대부분의 주택은 정원을 가진 2층집이 주류이며 지역에 따라 가격 차이는 상당하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주택 가격도 저금리의 영향으로 많은 급등이 있었다.
대출 형태는 모기지론을 이용하고 기본적으로 30년 이상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은행 규모 갖춰 고객들은 우리처럼 주택에 대한 애착은 크지 않지만 과거 월세를 살던 시대에서 최근에는 직접 주택을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독일도 통일 후에 경제가 좋지 않아서 기업과 가계의 부도가 증가하여 대출에 대한 사후 리스크 관리가 최고의 이슈가 되고 있다.
셋째, 독일 저축은행의 지점을 방문하면 우리와 상당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객장내 직원은 보통 3~4명으로 단순한 송금 업무만 보고 있고, 예금과 대출, 기타 자산 관리 상담은 몇 개의 지정된 곳(일명 Betreuungscenter)에서 전문가들이 고객을 위해 컨설팅을 하는 우리의 PB, RM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
작년부터 지점의 배치를 바꾸고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직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특한 점은 독일은 해외송금뿐만 아니라 국내 송금까지도 본점에서 처리하는 철저한 본부 집중화 시스템이며, 특히 유럽의 경우는 ‘IBAN’이라는 유럽 전체의 금융공동망을 이용하여 편리하게 송금이 가능하다.
한 마디로 하나의 유럽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규모면에서 독일 저축은행은 우리의 지방은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철저한 지역 금융기관으로서 고객에게 다가서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크푸르트 저축은행(Frankfurt Sparkassen)의 경우는 프랑크푸르트 내 100개 이상의 지점이 있으며 시장 점유율도 도시 내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지역 밀착주의 경영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고객, 상품, 마케팅에 대해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무엇보다 고객의 편에 서서 고객을 위해 영업하는 모습은 향후 우리 저축은행업계도 깊이 생각하고 되짚어 볼 부분이다.
이승혁/ 동부저축은행 과장 shyuk67@dongbu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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