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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뚜앙떼리요르]해피 크리스마스!
[푸뚜앙떼리요르]해피 크리스마스!
  • 임현우 경영컨설턴트
  • 승인 2005.12.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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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까지 약 한 달 동안 벌어지는 백화점과 상점들의 할인 행사에 선물을 장만하려고 여기에 몰려드는 시민들이 벌이는 아수라장은 해마다 반복된다.
찰스 디킨즈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 등장하는 스크루지 영감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스크루지의 대표적인 잘못은, 조금 투박하게 얘기하자면, 다른 이들에게 선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크루지는 조카 가족에게 칠면조를 선물하는 것으로 다시 태어난 삶을 시작한다.
그런데 선물 주기라는 이런‘고결한’ 행동에 대해 예일대학의 경제학자 조엘 왈드포겔은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그는 선물은 낭비를 초래하며 그 낭비는 전체 선물 금액의 16% 정도로, 미국의 경우 크리스마스 시즌에 주고받는 선물과 관련된 낭비가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왈드포겔이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 1993년 겨울호에 기고한 논문의 제목은 ‘크리스마스의 자중손실’ 이었다.
자중손실(deadweight loss)은 비효율성이 사회 전체에 야기하는 순비용을 가리키는 경제학 개념이다.
이글에서는 이 낯선 용어 대신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낭비’라는 단어를 쓰겠다.
왈드포겔은 설문조사를 통해 선물, 선물을 준 사람과의 관계, 선물의 가격을 조사했다.
그리고 마지막 항목으로 “그 물건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고 가격”을 추가했다.
예를 들어 내가 100 달러의 만년필을 선물받았는데, 나는 그 만년필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80달러라면 살 용의가 있지만 그 이상의 가격을 주고서는 절대로 사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면, 이 선물과 관련된 사회적 낭비는 20%가 된다.
앞서 왈드포겔이 추산한 16%의 선물 관련 낭비는 이렇게 계산된 것이다.
요약하자면, 내가 사용할 물건을 다른 사람이 선택하는데, 다른 사람은 일반적으로 나보다 나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낭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낭비의 크기를 다양한 관계로 구분해 계산해 보니, 친구로부터 받은 선물이 1%로 가장 낮았고,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받은 선물이 37%로 가장 높았다.
이것은 별로 놀랄 만한 것이 아닌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친구들에 비해 나의 취향을 이해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선물을 하기보다는 용돈을 주는 경우가 많지만, 친구 사이에서는 선물을 주고받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돈으로 선물을 대신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은 이런 사정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2001년도 베스트셀러 작품인 존 그리샴의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는 디킨즈의 작품 못지않게 흥미로운 작품이다.
소도시의 회계사인 루터 크랭크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6천 달러 이상을 썼고, 그 중 대부분은 선물을 사기 위한 지출이었는데, 그렇게 서로 선물을 교환하고 나면 자신이 받은 고가의 선물들이 대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올해에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어떤 것도, 물론 가장 중요하게는 선물을 주고받는 것도 하지 않고 크리스마스를 생략하고 카리브해로 크루즈를 떠나겠다고 결심을 한 후 주위에 이를 선언한다.
반성하기 전의 스크루지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 역시 온갖 소동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는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그 소중함은 주고받는 선물들의 쓸모가 아니라 주고받는 마음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부각시킨다.
크랭크는 시즌 내내 껄끄러웠던 이웃들로부터 많은 선물을 받고, 크루즈 패키지를 이웃에게 선물한다.
왈드포겔 역시 자신의 논문이 선물과 관련된 정서적 가치를 제외한 분석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한국에서는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가 추석 못지않은 선물 시즌이 되어 가고 있다.
독자 여러분들은 선물의 본질이 주고받는 마음씨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본질을 잊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선물이 낭비가 되지 않도록 조금 더 효율성을 염두에 두고 선물을 고르시길.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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