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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둘러싼 치명적인 오해 5가지
국민연금을 둘러싼 치명적인 오해 5가지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5.12.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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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무작정 국민연금을 반대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는 국민연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오해도 많다.
핵심은 기금의 고갈이나 급여의 수준에 있는 게 아니라 당면한 인구 고령화 현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에 있다.
달리 말하면, 우리와 우리의 다음 세대가 어떻게 이 부담을 나눠 짊어질 것이냐가 관건이다.
* 첫 번째 오해 내는 돈보다 받아가는 돈이 훨씬 더 많아지면서 언젠가 기금이 고갈된다는데, 그럼 본전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닌가. 발상을 바꾸면 이해가 쉽다.
지금 제도에서 국민연금은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고갈되는 게 바람직하다.
핵심은 인구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돈을 내는 사람보다 연금을 받아가는 사람이 더 많아지게 되는 때가 곧 찾아온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때를 대비해서 돈을 쌓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는 사람과 받아가는 사람이 비슷해지는 시점이 되면 굳이 돈을 쌓아 둘 필요가 없게 된다.
그때는 들어온 돈을 바로 나눠 주면 된다.
우리는 지금 출산율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노인 인구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만일 이런 상황이 끝없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인구가 계속 줄어 들어 우리 사회가 소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령화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 끝이 없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결국 고령화가 진정되는 그 시점까지 버티려면 지금부터 얼마를 쌓아 둬야 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우리는 우리가 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찾아가게 되는데 그것은 그 안에 우리 다음 세대들이 낸 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다음 세대는 그 다음 세대들이 낸 돈을 가져가게 된다.
조금씩 다음 세대에 의존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나이 든 세대가 젊은 세대들이 낸 돈으로 연금을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되는 때, 그때가 바로 연금이 고갈되는 때, 더 정확히는 적립금이 0원이 되는 때다.
그때 수정적립방식의 연금은 자연스럽게 부과식 연금으로 전환된다.
* 두 번째 오해. 적립금이 바닥났을 때 젊은 세대들이 나이든 세대의 연금을 감당할 수 없으면 어떻게 되나. 엄청난 부담을 떠안고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 아닌가. 그런 상황은 오지 않는다.
사전에 보험료를 지금보다 더 올리거나 급여를 줄여서 적립금이 바닥나는 시기를 늦추면 되기 때문이다.
현행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기금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5년마다 재정 재계산을 하도록 되어 있다.
계산 결과에 따라 그때마다 국민연금법을 다시 개정하고 수입과 지출 구조를 짜면 된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2003년에 재정 재계산을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게 바로 지금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이다.
현행 체계대로라면 2047년에 기금이 고갈되지만 개정안이 통과돼서 보험료를 소득의 15.9%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낮춘다면 2070년 이후로 고갈 시점을 미룰 수 있다.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조절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고갈 시점을 더 뒤로 미룰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예측을 벗어나 기금이 더 일찍 고갈되더라도 급여를 못 받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정부가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연금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면 정부는 세금을 쏟아부어서라도 이를 메워주게 된다.
* 세 번째 오해. 보험료가 계속 올라간다는데, 우리가 좀 편하자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우리 후세대들에게 그렇게 부담을 전가해도 되는 것인가. 우선 급격한 인구 고령화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만약 국민연금으로 노인 복지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든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건 우리 사회가 짊어져야 할 숙명적인 과제다.
후세대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게 걱정스럽다면 지금 우리가 더 많이 부담하면 된다.
개정안은 보험료를 소득의 9%에서 단계적으로 15.9%까지 올릴 계획인데 그 계획을 앞당겨서 보험료를 더 빨리 올리고 우리가 더 많이 부담할수록 후세대들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핵심은 후세대들이 감당할 만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료를 지금 올리지 않는다면 2050년의 후세대들은 소득의 최대 30%까지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 비율은 2070년이면 38%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런 파국을 맞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보험료를 올리고 우리부터 부담을 더 많이 짊어져야 한다.
그게 지금 제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 네 번째 오해. 그래도 내키지 않는다.
소득의 15.9%나 내고 정작 받는 돈은 용돈 수준 아닌가. 이렇게 수익성이 떨어지는 금융상품을 국가가 운영할 필요가 있는가.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결코 낮지 않다.
현행 제도에서는 40년 동안 9%의 보험료를 내면 65세 이후 평균 소득의 60%를 급여로 받게 된다.
연봉 3천만원을 받는 노동자는 달마다 22만8600원을 내는데 회사와 노동자가 절반씩 나눠서 내니까 실제로 내는 돈은 달마다 11만4300원밖에 안 된다.
그렇게 40년 동안 내면 65세 이후에 달마다 120만1330원씩 받게 된다.
이 정도면 용돈 수준은 넘어선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납부 기간이 40년이 안 되면 급여도 그만큼 줄어든다.
30년 동안 냈다면 90만8500원, 20년 동안 냈다면 60만5660원밖에 안 된다.
연봉 3천만원의 경우가 그렇고 만약 연봉 2천만원에 납부기간이 20년인 경우라면 급여액이 47만3660원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 20년 동안 달마다 7만4700원씩 보험료를 내고 65세 이후에 달마다 47만3600원씩 받게 된다.
71세까지 살면 본전이 되고 77세까지 살면 두 배의 수익률이 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급여가 지금보다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수익률은 좋다.
연봉 3천만원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40년 동안 9693만원을 내면 80세까지 두 배에 가까운 1억8109만원을 받게 된다.
연봉 2천만원에 납부 기간이 20년 밖에 안 되는 경우도 80세까지 살게 되면 3167만원을 내고 7104만원을 받게 된다.
두 배가 넘는 수익률이다.
75세까지만 산다고 해도 4736만원을 받게 된다.
이 경우 71세 이상이면 무조건 버는 셈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체적으로 수익비가 2.22배에서 1.38배로 줄어든다.
그래도 민간 보험회사의 보험 수익비가 평균 0.7배에도 못 미친다는 걸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익률이다.
물가 인상률을 감안하면 더 매력적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평균 소득을 65세가 되는 시점의 현재가치로 환산해 산정된다.
물가가 오르면 그만큼 급여도 따라 오른다는 이야기다.
실제 수익률은 훨씬 높을 수 있다.
* 다섯 번째 오해. 국민들을 노후도 준비할 줄 모르는 바보로 보는 것인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그냥 각자 알아서 노후 준비를 하면 안 되나. 문제는 알아서 노후 준비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핵심은 사회적 연대다.
현행 제도에서는 평균 소득의 60%를 급여로 받는데 그건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고 저소득 계층일수록 소득대체율이 더 높아진다.
월 평균 소득이 62만원 이하인 사람은 소득대체율이 100%가 된다.
이들은 40년 동안 달마다 5만1300원을 내면 65세 이후에 지금 소득만큼 62만원을 100% 받을 수 있다.
소득대체율은 62만원 이하에서 100%지만 100만원인 경우 75%, 200만원인 경우 52%, 300만원인 경우 45% 정도로 점점 줄어든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버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적게 받고 그 결과 더 못 버는 사람들을 돕게 된다는 이야기다.
또한 상대적으로 일찍 죽는 사람들이 오래 사는 사람들을 돕는 효과도 있다.
물론 소득 상한이 월 360만원으로 정해져 있어 소득이 수천만원이나 되는 사람도 보험료를 최대 32만4천원밖에 내지 않는다는 문제는 남아 있다.
상한 제한을 두지 않고 일괄적으로 15.9%를 받아 급여를 누진적으로 적용한다면 그만큼 재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는 상태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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