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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영의 베스트 FP를 찾아서]고객에게 최적의 포트폴리오 제시하는 게 사명
[민주영의 베스트 FP를 찾아서]고객에게 최적의 포트폴리오 제시하는 게 사명
  • 민주영/ FPnet 금융컨설
  • 승인 2005.12.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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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것에 익숙하고 나이든 사람은 기존 것을 지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 이런 법칙이 반드시 통하는 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젊은 사람들보다 변해가는 세상을 더 빨리 그리고 더 멀리 내다보고 자신을 끊임없이 담금질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장준수 조흥은행 여의도지점장(53·국제공인재무설계사 CFP)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는 “CFP 자격시험을 준비할 때 보니까 제가 가장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더라구요”라며 활짝 웃었다.
올해로 은행에서만 26년째 ‘한우물’을 판 장 지점장은 그동안 영업점은 물론 은행 본부 부서와 해외지점 등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까지만도 4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던 신탁운용실장을 맡아오다가 올해 2월에 영업현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장 지점장은 “이제야 재무설계를 본격적으로 영업현장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각오를 밝혔다.
장 지점장이 재무설계를 처음 접한 건 회사 내 교육 프로그램에서란다.
그는 “노후 준비에 대한 내용 등 우선 나 자신부터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교육을 받고 보니 더 공부할 필요성이 느껴져 결국 CFP시험까지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지난 2003년 CFP자격시험을 통과했다.
목표 없는 재테크 매달리면 실패할 수밖에 장 지점장은 많은 사람들이 목표 없는 재테크에 매달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재테크는 누군가 이기는 사람이 있다면 나머지 다수는 실패하는 일종의 ‘제로섬’게임”이라며 “어떤 뚜렷한 목표나 투자기간이 없다 보니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재무 설계는 돈 문제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각자에 맞는 행복한 삶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장 지점장은 얼마 전 한 대학교 입학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에 대한 강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간단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00만원의 돈이 있다면, 첫째 은행에 넣어둔다.
둘째, 주식에 투자한다.
셋째, 보물을 찾기 위해 이집트로 떠난다.
실패할 경우 전갈에 물려 사망할 수 있다.
’ 재미있는 것은 3가지 사항이 골고루 선택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사람들의 성향은 정말 다양하다”며 “결국 그 사람의 성향에 맞는 계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지점장은 요즘 은행이야말로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예금상품 중심으로 은행 내에서 캠페인이 시작되면 밀어내기식으로 판매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얘기다.
그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투자상품을 많이 팔고 있는 데다 팔지 않는 상품이 거의 없을 정도로 금융 백화점이 됐다”며 “따라서 고객의 입장에서 투자목적과 투자기간 등을 감안해 재무설계의 개념으로 판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예금에서 투자로 시장의 흐름이 완전히 바뀐 만큼 고객의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은행 상품은 이제 더 이상 소용이 없는 것일까? 장 지점장은 ‘그렇치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기본적인 은행 상품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조다.
그는 “일차적으로 비과세 상품과 소득공제 상품을 챙길 필요가 있다”며 “장기주택마련저축은 비과세와 소득공제 조건을 다 갖춘 매우 좋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내 집 마련을 아직 못했다면 아파트 청약저축이 필수”라고 강조하는 그는 “청약저축과 장기주택마련저축은 여전히 경쟁력 있는 은행상품”이라고 말했다.
이 두 가지 상품에 일단 가입하고 나서 여유자금이 더 있다면 펀드에 투자하라고 그는 조언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최고의 금융 상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적립식 펀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월 말 현재 적립식 펀드 판매액은 11조6100억원, 계좌수는 471만개 규모다.
불과 7개월 만에 5조원대에서 두 배 정도 성장한 셈이다.
장 지점장은 “여전히 국내 주식이 싸다는 점에서 적립식 펀드가 좋은 대안”이라며 “4%대의 낮은 정기예금에 만족할 수 없다면 내년에도 적립식 펀드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샐러리맨이라면 정기적금 상품보다는 적립식 펀드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단, 아무리 적립식 펀드가 투자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금 손실을 입을 수 있는 투자상품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일 뿐이지 여전히 투자 위험이 있다”며 “자기책임 하에서 투자하는 것인 만큼 위험도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장 지점장이 CFP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객 스스로 재산목록을 가지고 와서 상담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늘고 있단다.
며칠 전에는 한 고객이 찾아와서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집을 장만해야 하는데 지금 사는 게 좋은지 뒤로 미루는 게 좋은지 물어왔단다.
장 지점장은 “집은 경제적인 의미 외에도 한 가정의 중심 공간인 만큼 기본적으로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다만 이 고객의 경우 내 집 마련을 위해 무리한 대출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뒤로 미룰 것을 권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자산과 현금 흐름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적절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장 지점장은 이처럼 고객들에게 재무상담을 해주면서 스스로 엄숙하고 숙연해진단다.
그는 “고객의 상담내용은 대부분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따라서 항상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적인 자산관리를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가 나날이 늘어남에 따라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금융 전문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장 지점장은 앞으로는 재무설계 능력이 있는 금융 전문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객을 위해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더 나아가 인생문제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기관의 직원이라면 스스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플 때 의사 찾듯 돈 문제 상의하는 시대 올 것 장 지점장은 또 국내에서도 독립계 재무설계 회사가 등장하는 등 재무설계 시장이 급격히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금융기관에 소속된 재무설계사보다 독립계 재무설계사가 더 많다”며 “국내에서 서서히 독립계 재무설계사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 등에 소속된 재무설계사의 경우 회사의 이익과 고객의 이익 사이에서 간혹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독립계 재무설계사가 좀더 고객의 이익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지점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독립 FP의 사회적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며 “조만간 많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무설계에 대한 필요성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재산이 많은 고객들이 나이 70대까지만 해도 어떻게 관리하겠는데 80대가 넘어서면서 누군가 잘 관리해 줄 사람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장 지점장은 “아프면 동네 의사에게 찾아가듯 돈 문제를 믿고 상의할 FP가 있다면 좋겠다는 고객들이 많다”며 “재무설계사를 필요로 하는 분위기가 생겨나는 만큼 재무설계는 앞으로 많이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지점장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면서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런 그가 필자의 설득으로 인터뷰를 하게 되면서 빼곡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장 지점장은 “이제 영업현장으로 돌아온 만큼 좀더 적극적으로 재무설계를 영업현장에 적용할 것”이라며 “은행에서 최선을 다해 맡은 일을 하다가 나중에 은퇴한 후에도 재무설계사로 활동하고 싶다”고 꿈을 털어놓았다.
민주영/ FPnet 금융컨설팅팀장 watch@fp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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