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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메모]국민연금 잡으면 2007년 대권이 보인다
[에디터스메모]국민연금 잡으면 2007년 대권이 보인다
  • 편집장 최우성
  • 승인 2005.12.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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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이 땅엔 큰 불이 붙었다.
발화 시점은 5월4일. 한 네티즌이 포털 사이트에 올린 ‘국민연금의 비밀’이라는 글이 도화선이 되었다.
이 네티즌은 맞벌이 부부가 각각 연금을 냈어도 부부 중 한 명에게만 연금을 주는 문제점, 남편의 사망 시 미망인이 허드렛일을 하면 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문제점 등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허점들을 공개했다.
이어 ‘체납자 강제 압류’. 때마침 오랜 경기침체에 허덕이던 국민들 사이에서 보험료 강제 징수에서 시작된 불만은 아예 국민연금 폐지로 불길이 번져 갔다.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무차별 폭격을 가했고, 급기야 광화문 촛불시위 등 직접적인 실력 행사에 나서기도 했다.
폐지 여론이 들끓자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신용불량자 등 보험료 납부가 곤란한 미납자에 대해서는 체납 처분을 제한하고 생활이 어려운 장기 체납자는 가능한 한 납부 예외자로 전환해 보험료 납부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성난 민심을 달랬다.
또한 학계와 시민단체, 가입자 대표 등 민간위원 30여 명으로 ‘국민연금제도 개선협의회’를 발족시켜 법령 개정 작업에 나서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미 번진 폐지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치권의 발걸음도 더없이 빨라졌다.
그로부터 1년여의 세월이 흐른 현재. 이 땅엔 여전히 폭탄 돌리기가 진행 중이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이던 88년, ‘소득의 3%만 내면 70%를 돌려 주겠다’는 대대적인 선전과 함께 도입된 국민연금제도는 엉터리 계산에 따라 ‘첫발’을 잘못 내디딤으로써 두고두고 불씨를 남겼다.
10년 뒤인 98년 국민연금제도 개선기획단은 소득대체율을 70%에서 40%로 대폭 낮추고 보험료율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12.65%로 올리는 안을 통해 ‘궤도 수정’에 나섰지만, 이 안은 정치권의 역풍 속에 또 다시 오랜 세월 긴 잠을 자야만 했다.
미봉책의 뒷마무리에 여전히 쩔쩔매는 2005년 12월. 문제는 시간을 늦추면 늦출수록 궤도 수정의 기회는 점점 멀어진다는 데 있다.
전체 유권자 중 50세 이상의 비율은 올해 31.9%에서 2012년에는 40%를 넘어서게 된다.
대선과 총선을 줄줄이 앞둔 상황에서 유권자(국민연금 가입자)의 뜻을 거스르는 ‘개혁’ 작업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게다가 2008년이면 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제도의 첫 수혜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11월에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도 연금개혁 문제는 대선전의 ‘숨은’ 키워드였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본격적인 은퇴 이전에 치러지는 마지막 대선이었던 탓이다.
당시 조지 부시 후보는 개인계좌의 도입 등을 뼈대로 하는 대대적인 연금제도 수술계획을 들고 나와 선거에 승리했다.
우리의 경우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국민연금 폐지에서 기초연금 도입 등 다양한 개혁방안에 대한 논의가 무성한 지금, 국민연금 문제는 단연 2007년 대선전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할 공산이 크다.
본격적인 첫 수혜자가 발생하기 직전에 치러지는 대선이니만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번 주 이 국민연금 문제를 짚어본 데는 이런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
어느 정당이든간에 국민연금 문제를 잡지 않고서는 대권에 한발 다가설 수 없다.
사안의 성격에 비해서는, 각 정당의 움직임이 굼떠 보인다는 느낌을 솔직히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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