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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2005년 재테크 지형 총결산
[머니]2005년 재테크 지형 총결산
  • 이태호/ 기획위원
  • 승인 2005.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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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개인들은 은행에 방치해 두었던 예·적금 상품을 던져 버리고 간접투자 방식의 전형인 적립식 펀드로 돈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현재 개인들의 수익증권 보유 규모는 총 71조28억원으로, 전체 금융자산 1124조1132억원의 6.3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증권 보유 규모는 지난 2003년 4분기 말 4.80%(49조2729억원)로 바닥을 친 뒤 2004년 4분기 5.61%(68조2390억원), 2005년 1분기 6.34%(69조6070억원) 등으로 뚜렷한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개인 금융자산 중 예금(통화 및 통화성예금 포함) 비중은 지난 2004년1분기까지만 해도 60.1%를 유지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2분기 말에는 58%로 더 낮아졌다.
주식 시장에서의 변화도 눈에 띈다.
개인들이 직접 투자를 회피하는 성향이 짙어지면서 전체 금융자산 내 비중(시가 미반영)이 2000년 4분기 7.28%(53조2100억원)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올해 2분기 말 현재 5.38%(60조5130억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에 반해 펀드 자산 규모의 증가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2000년 4월 143조원에 그쳤던 펀드 자산 규모는 2005년 5월에 들어서면서 200조원 시대를 열었다.
특히 주식형 펀드의 증가세가 두드러져 11월 말 현재 전체 펀드 수탁액(201조8950억원) 중 순수주식형의 비중은 11%(22조3421억원)로, 지난해 말 4.57%(8조5516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혼합형까지 합할 경우 그 비중은 31.8%(64조3072억원)에 이른다.
펀드 규모 200조원 시대 열려 이처럼 적립식 펀드는 올 한 해 동안 주식 시장의 전체 기반을 흔들 정도로 파괴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적립식 펀드가 주식 시장이 연일 최고치를 갈아 치우는 데 한몫을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적립식 펀드의 규모가 늘면서 주식 시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이를 지켜보던 시중의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다시 이동하면서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그 상승세는 다시 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 시장을 한층 더 끌어올리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버렸다.
한편, 2005년 재테크의 지형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의 추이도 함께 눈여겨봐야 한다.
올 한 해를 통틀어 판교 개발, 행정수도 이전, 기업 도시 등 개발 관련 호재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에선 다시 한 번 투기세력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강남권을 중심으로 판교와 각종 개발 관련 호재로 주목되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이에 현 정부는 그동안 투기세력을 잡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여러 차례 부동산 관련 규제를 공공연하게 외쳐 왔지만, 저금리에 갈 곳 잃은 뭉칫돈들이 하염없이 부동산으로 몰려가는 물줄기를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정부는 8·31 대책이라는 초강수를 시장에 던지면서 끝없이 치솟기만 하던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를 일단 꺾어 놓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 같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는 달리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사람들의 믿음을 식히는 일은 여전히 요원한 게 사실이다.
최근 주요 여론 조사기관의 조사 결과, 자산 증식 수단 중 가장 선호하는 투자 대상 1순위를 여전히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럼에도 올 한 해 간접투자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그간 재테크 시장에서 두드러지지 않았던 변수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개인들의 자산구조 지각변동이 자리 잡고 있다.
은행 예금과 부동산에 파묻혀 꿈쩍도 하지 않던 개인들의 금융 자산이 ‘저금리’라는 장애물을 넘기 위해 점차 간접투자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사회의 개인 자산 구조를 송두리째 흔들 태세다.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 무게 중심 이동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계 자산 구조는 부동산이 83%, 금융 자산은 1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개인들의 자산 구조와 투자의 무게 중심이 여전히 ‘부동산’에 쏠려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에 서서히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부동산 불패 신화’만을 맹신하는 뭉칫돈들의 대이동이 부동산 가격의 거품을 가져오면서 일반 서민들은 부동산 시장에서 점차 소외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제 일반 서민들은 서울의 주요 지역에서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
비교적 쾌적한 환경을 갖춘 아파트 매매가가 3, 4억원을 가볍게 넘어가는 실정에서 가구소득이 3, 4천만원대인 급여 생활자들은 주택 마련에 인생을 걸어야 할 정도로 힘겨운 여건에 처한 것이다.
이제는 부동산이 소수의 투기 대상으로 전락할 뿐,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부담만 안겨주는 자산 증식 수단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따라서 투자 전문가들은 이제 대박을 터뜨릴 것처럼 다가왔던 부동산에 대한 접근 태도를 분명히 바꿀 때가 됐다고 말한다.
한화증권의 정종인 PB는 “단순히 정부정책의 변화에 따라 투자 패턴을 바꾸는 정도로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경제적 자원을 모두 동원한 부동산 투자는 가격 상승만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부동산 이용자에게 경제적 부담만을 안겨준다는 얘기다.
따라서 앞으로는 주요 투자 대상으로 부동산보다는 금융 자산으로 투자 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개인 재무컨설팅 업체인 (주)에셋비의 신성진 대표 역시 “부동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면서 금융자산으로 투자 중심을 옮겨가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을 50 대 50으로 가져가는 것이 안정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라는 그의 생각. 이미 개인을 대상으로 재무전략을 수립해 주는 컨설팅 업체들을 통해 자신의 자산 상태에 대해 점검을 받아본 사람들 대부분은 ‘부동산’이 안고 있는 위험성을 크게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해당 업계 컨설턴트들은 한결같이 가장 바람직한 재무 설계 방향으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서울 길음동에 사는 서 모(37세) 씨는 얼마 전 아파트 한 채를 처분했다.
그간 서씨는 자신의 은퇴자금과 자녀들의 교육자금은 아파트 두 채의 매매차익이나 임대 수익을 통해 보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자신의 미래 소득과 지출 구조가 안정적일 것이라는 가정 하에 자산 상태를 분석해 보니 오히려 부채가 늘어나거나 부동산으로 인해 상당한 경제적 위험에 부딪칠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극단적으로 살펴보면, 부동산에 대한 절대적 의존은 결국 부담스러운 집만 떠안은 채 매일 경제적으로 쪼들려 생활하는 노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현실은 적립식 펀드 중심의 간접투자 열풍을 한층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지난 2002년 1분기를 기준으로 전체 금융 자산에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2%였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 들어서면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포인트 가까이 줄어 전체 금융 자산의 57%로 떨어졌다.
대신 간접투자와 주식 및 채권투자가 예금이 차지하던 자리를 조금씩 메워 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위 20위권에 속하는 주요 펀드들의 연 환산 수익률이 주가 상승에 힘입어 50%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펀드로 투자 수단을 갈아탔다.
실제로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2005년 11월 주식형 펀드의 잔액이 22조원을 넘어섰고, 한 주 동안 5천억원 이상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앞서 말한 적립식 펀드 열풍의 생생한 현장은 이런 모습이었다.
고령화 추세도 간접투자 열풍 가져와 이런 움직임은 새해 들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06년에 들어서면서 펀드 투자가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옥재 국민은행 VIP 팀장은 “은행을 찾는 고객의 거의 대부분이 펀드 투자를 시작했거나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펀드 열풍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그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지난 10월에 이어 이번 달에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를 인상한 바 있고 2006년에도 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이 높지만, 저금리 시대가 완전히 끝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게다가 물가상승률이 예·적금의 실질금리를 넘어서면서 자산 가치가 오히려 하락할 위험성이 높아진 상태인 탓에 안정성만을 고려한 예·적금은 더 이상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조민희 기업은행 PB는 “예·적금을 통해 자산 증식을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투자 방식이며, 잠시 자금을 머물게 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하라”고까지 말한다.
간접투자 열풍을 부추기는 요인은 저금리 이외에도 또 있다.
고령화 추세가 그 장본인이다.
재무컨설팅 업체 에셋비의 이성호 컨설턴트는 “최근 상담을 받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은퇴 이후나 노년의 경제적 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자주 이야기 한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로또식 재테크에 대한 열풍으로 막연한 돈 모으기에 급급했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인생 전반에 대한 고민을 전제로 재무설계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열악한 금융 환경 속에서는 예전처럼 저축에만 의존해서는 긴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을 만들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면서, 점차 새로운 투자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그것이 적립식 펀드 열풍으로 폭발한 것이다.
과학적인 개인 재무설계 필요성 커져 하지만 아무리 간접투자 열풍이 거세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목표 없이 새로운 투자 흐름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위험천만한 태도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주택자금 마련에 따른 경제적 위험 상승, 자녀 교육기간의 연장, 사교육비 증가, 출산율 저하로 인한 부동산 가치 하락, 고령화로 인한 소득 중단 기간의 장기화 등과 같은 다양한 위험을 안고 있는 현실 속에서 구체적 목표와 전략이 없는 재테크는 오히려 손실만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얘기다.
적립식 펀드 열풍에서도 이런 위험성은 드러난다.
적립식 펀드가 유망하다는 말만 듣고, 세심한 검토 없이‘묻지마 펀드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투자 방식은 자칫하면 엉뚱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예컨대 적립식 펀드는 투자 위험을 투자자가 떠안는 상품이다.
다만 매월 소액의 여유자금을 쪼개서 투자할 수 있고, 비교적 중장기를 염두에 두고 주식에 투자함으로써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펀드 상품에 투자하기 이전에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 사고 팔 시기는 언제가 좋은지, 펀드 만료 시점에는 어떻게 재투자하는 것이 좋을지를 꼼꼼히 살펴보아야만 한다.
그러나 정작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수익에만 현혹돼 투자설명서는커녕 펀드 이름조차 모르는 채로 가입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제아무리 인기 있는 투자 상품이라고 해도 온전한 투자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므로 기존의 단순 재테크 방식을 떠나 안정적이면서 수익성을 고려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려면, 자신의 인생설계에서부터 과학적인 재무 분석, 전문가가 진단한 금융 자산 시장에 대한 꼼꼼한 평가, 올바른 투자 방법에 대한 학습을 우선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2006년부터는 퇴직연금이 주식 시장으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경기도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욱 치밀한 금융 자산 관리의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태호/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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