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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뚜앙떼리요르]부동산 문제 급할 땐 돌아가라
[푸뚜앙떼리요르]부동산 문제 급할 땐 돌아가라
  • 김혜원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
  • 승인 2005.1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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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격에 비해 주택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적으로 주택의 상대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주택의 공급이 크게 늘어나거나 주택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반주택보다는 아파트의 건설이 훨씬 많은 것에서 공급적인 요인보다는 수요적인 요인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주택에 대한 상대수요가 줄어들까?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 같아서 주택의 수요가 줄어든다는 대답은 경제학자들이 별로 신뢰하지 않는 답이다.
단지 가격이 오를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투기 또는 거품이라고 부른다.
투기는 단기적인 가격 급등을 설명할 수 있지만 가격의 장기적인 변화는 설명하지 못한다.
궁극적으로는 아파트가 주는 순편익과 주택이 주는 순편익의 차이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하는데 필자는 무엇보다도 주차문제로 인한 주택가의 주거환경 악화가 주택의 상대수요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주택가를 걸어보라. 길 옆에 무질서하게 주차된 자동차들과 그 사이를 어렵게 그러나 빠르게 빠져나가는 자동차들. 잘못 주차된 자동차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고 경고음을 울려대는 성난 운전자들. 밤마다 벌어지는 주차전쟁과 아침마다 벌어지는 골목 탈출전쟁. 골목길에서 맘 놓고 뛰어놀 생각은 꿈도 못 꾸는 아이들.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채 주차문제 때문에 앙숙이 되어 버린 이웃. 필자의 연배 이상이라면 모두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어릴 때 뛰어놀던 골목길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오늘날 도시의 주택가의 주택들에 돈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길 기대하긴 어렵다.
필자는 수년 전에 일본의 도쿄를 방문한 적이 있다.
숙소를 한국인을 위한 민박집으로 정했기에 도쿄의 주택가를 볼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도쿄의 주택가에는 길가에 주차된 차가 없었고 주택가를 편안하게 걸어다닐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우리를 그렇게 괴롭히던 자동차들이 주택가 중간중간에 마련된 공동주차시설과 개인주택에 마련된 주차장에 고이 숨겨져 있었다.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정책은 주거환경이 나빠진 주택들을 없애고 대신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달동네라서 재개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주자들이 개별적으로 자유롭게 주택을 구매·판매·신축·개축하도록 내버려 두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주거환경이 좋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개입하는 것이다.
기존 주택의 주거환경을 개선시키는 노력이 선행되거나 동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으나 집단적인 재개발 방식 이외의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서울시가 취한 방향에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우리나라의 지방중소도시 역시 주택가의 주거환경이 주차문제에 의해 크게 나빠져 있다.
지방에서도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그런데 신축되는 아파트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면서 전체적인 도시 미관을 해치고 동시에 기존 주택의 매매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와 함께 팔리지도 임대되지도 않는 주택들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에 비해 여유 공간이 풍부하므로 지방의 경우 뉴타운 방식처럼 기존 주택가를 없애야만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뉴타운 방식은 지방중소도시에 적합한 해결책이 아니다.
주택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 중소도시에서 해볼 만한 시도는 우선,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인 개인 주택의 담을 허물고 주차장을 만드는 공사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공사비용의 일부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다 지원하고 가로등, CCTV 설치 등의 부대시설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또 하나의 시도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몇 개의 주택을 묶어서 구매한 다음 주택을 없애고 공동주차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임대되지도 팔리지도 않고 비어 있는 집들을 주차장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개인주택의 주차장이 늘고 공동주차장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주차 공간 확보율이 높아져서 주택가의 불법주차 차량에 대해 범칙금을 부과하는 일이 큰 저항 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
현재 상태에서 범칙금을 부과할 경우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겠지만 일정 비율 이상의 주차 공간 확보가 이루어지면 약간의 단속 강화만으로도 빠르게 불법주차 차량이 없는 거리로 수렴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공동주차장으로 개조하기 위한 주택을 구매하는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질문이 바로 나올 것이다.
이에 대해 몇 가지 답변이 가능하다.
첫째, 현재의 주택가 일반주택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예산 확보 및 집행의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둘째, 공동주차장에 적절한 이용료를 부과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터널을 뚫고 일정기간 통행료를 징수해 터널 공사비용을 회수하는 것과 비슷하다.
셋째, 주택가의 주거환경이 좋아져서 주택가격이 오르게 되고 이에 따라 재산세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지금 당장은 지방재정에 적자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흑자가 될 수 있다.
온갖 요인이 복합되어 있는 부동산 문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이론적으로 정답을 찾는 것도 어렵거니와 정치적 반대를 타협하거나 돌파하는 것도 어렵다.
1980년대 거대 담론의 숲을 지나온 우리들은 지도 없는 항해에는 현상유지라는 지도가 숨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또한 구체적이며 조그마한 해결책들이 아래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이지 않을 경우 진정한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서울이 아닌 지방, 치솟는 가격의 아파트가 아닌 왜소화된 주택가 한 귀퉁이에서부터 작은 해결책들을 쌓아 가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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