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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그 다음 이야기]저축은행의 딜레마
[보도 그 다음 이야기]저축은행의 딜레마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1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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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축은행은 저축은행일까. 취재를 위해 만난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기자의 뜬금없는 질문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축은행의 본질? 당연히 난감할 수밖에. 이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은 이랬다.
“저축은행은 처음부터 서민금융 기관으로 출발했어요. 일반 시중은행과는 다르게 일정한 영업구역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고요. 또 반드시 절반 이상은 지역 내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대출해 주어야 해요.” 한마디로 저축은행은 태생부터 시민을 위한 금융기관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수치가 있다.
저축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무려 70%에 가깝다.
IMF 이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30%대까지 떨어져 언론의 집중공격을 받고 있는 은행들과는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하지만 여기에도 거품은 있다.
이 70%에는 저축은행의 돈줄로 떠오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이 포함되어 있다.
순수하게 중소 제조기업으로 나간 돈이 얼마나 되는지는 별도로 통계가 나오지 않고 있다.
아무튼 저축은행과 관련된 최대 이슈는 서민금융이다.
은행들이 외면하고있는 서민금융을 저축은행이 담당해 줘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생각처럼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은행들이 서민금융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개인 고객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은 IMF 이후 일반화된 현상이다.
오히려 과거에 저축은행이 독점하던 고객층을 은행들이 파고들어 문제인 것이다.
문제는 은행의 경우 전략적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이 시장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데 있다.
반면 저축은행들은 어찌됐든 이 시장에서 먹고살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은행들마저 외면한 신용도가 극히 낮은 고객층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오히려 은행들보다 훨씬 치밀한 신용평가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들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저축은행이 직면한 쉽지 않은 딜레마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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