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이슈]'불필요한 비밀문건'은 말한다
[이슈]'불필요한 비밀문건'은 말한다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5.12.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과 금감위는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거짓말을 했다.
외환은행에서 받았다고 주장한 자료는 외환은행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 출처는 짐작이 가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배임 혐의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금감원과 금감위는 물론이고 재경부를 비롯한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대거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외환은행 불법매각은 자칫 노무현 정부 최대의 비리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이번 문서검증의 핵심은 외환은행 매각 무렵 금감원이 내놓은 비관적 시나리오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금감위는 이 시나리오를 토대로 외환은행을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보고 자격이 없는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매각을 승인했다.
금감원은 2003년 5월27일까지만 해도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을 8.44%로 전망한다.
이 전망은 6월16일이면 9.14%로 올라간다.
그런데 7월25일에는 6.16%로 확 줄어든다.
금감원은 그 근거로 외환은행에서 받았다는 팩스 5장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 팩스가 외환은행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팩스 출처 의심 굳어져 외환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을 작성했던 실무책임자가 올해 8월에 사망해 관련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강원 전 행장은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관련 문서도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2003년 7월21일 오전 9시55분에 금융감독원으로 송신된 이 팩스는 표지도 없고 송수신인 이름도 없다.
이 팩스가 온 다음날 김진표 당시 부총리는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무렵 외환은행 이사록에 따르면 그해 4월7일부터 5월7일까지 삼일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이 동시에 자산실사를 했다.
삼일은 외환은행, 삼정은 론스타를 대리해서 각각 실사를 한 것이다.
만약 이 5장의 팩스가 외환은행에서 나온 자료라면 삼일의 자료와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낙관적 시나리오의 경우는 삼일의 자료가 맞는데 비관적 시나리오는 자산손실 규모가 무려 340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결론은 명확하다.
이 팩스는 삼일에서 나온 자료도 아니고 외환은행에서 나온 자료도 아니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하다.
실사를 한 곳이 삼일과 삼정, 두군데 밖에 없는데 삼일은 아니다.
삼정과 론스타는 아무런 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 팩스는 결국 삼정, 즉 론스타에서 나온 자료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이 보고서가 내린 결론이다.
이 결론이 맞다면 결국 금감원과 금감위는 론스타의 전망만 믿고 외환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판단해 매각을 승인했다.
관리감독의 역할을 완벽하게 방기한 것이다.
그것도 덜렁 팩스 5장에 이 엄청난 사건을 밀어붙였다는 이야기다.
외환은행의 이사회 속기록을 보면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이 눈에 띈다.
이달용 당시 부행장의 발언이다.
“론스타와 외환은행 모두 회계법인을 통해 자산실사를 하고 있는데 론스타 쪽에서 1조6천억원의 자산손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 이 1조6천억원은 팩스에 나온 자산손실 규모와 정확히 일치한다.
문서검증반은 정황을 상당부분 밝혀내기는 했지만 이 팩스가 삼정과 론스타에서 나온 것이라는 완벽한 물증을 잡아내지는 못했다.
한나라당이 검찰조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필요하다면 특검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기세다.
최근 금감위 박대동 감독정책1국장이 국정브리핑에 기고한 글에서 “외환은행 매각은 은행 스스로 내린 결정이고 정부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친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해 고민해 볼 수 있다.
하필이면 지금 박 국장은 정부의 결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일까. 문서검증 보고서의 공개를 일주일 정도 앞둔 시점에 말이다.
안타깝게도 박 국장의 변명은 논점을 크게 벗어났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불법 매각을 합리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례적으로 그 글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댓글이 달려 눈길을 끌었다.
“잘 보았습니다.
의혹이 해소되기를 바랍니다.
” 노 대통령은 과연 이 사건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정말 의혹이 해소됐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금감위, 고의로 문서 파기 의혹 한편 이번 문서검증에서는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먼저 외환은행 인수대금은 미국의 씨티뱅크가 HSBC와 도이체방크 등 4개 외국계 은행을 통해 분산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왜 외환은행을 통해 환전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씨티뱅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강원 당시 행장 등 경영진의 뇌물수수 의혹도 제기됐다.
이 전 행장은 퇴임 이후 경영고문으로 남았는데 계약서를 보면 3년 만기 이전에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한다는 규정이 들어 있다.
실제로 이 전 행장은 2004년 5월에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으로 옮겨가면서 29개월 분의 잔여 연봉 7억1050만원을 3차례에 걸쳐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한나라당은 이 전 행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행장에서 물러나기 전에 외자유치에 대한 성과급으로 7억200만원을 받은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이 전 행장이 외환은행에서 받은 돈은 모두 14억원 이상이다.
이밖에 이달용 당시 부행장 역시 잔여연봉이라는 명목으로 8억7500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부행장은 또 퇴임 이후에 36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는데 현재 평가차익이 무려 21억원에 이른다.
이 전 부행장 역시 배임 혐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감위가 고의로 외환은행 매각 관련 문서를 파기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경환 의원이 그 무렵 금감위에서 제출받은 문서접수대장에 따르면 9월26일 “불필요 비밀문건 일제 정리 협조”라는 항목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금감위가 외환은행 매각을 최종 승인하던 날이다.
비밀문건이면서 불필요한 문건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의 윤곽은 이제 거의 드러났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정말 의혹이 해소되기를 바란다면 어설픈 댓글놀이가 아니라 결단을 내려 책임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금감위의 엉터리 변명과 대통령의 댓글

장종남 투기자본감시센터 기획국장

투기자본의 대명사 론스타가 최근 또다시 화제로 떠올랐다.
최근 이와 관련된 두 가지 일이 있었다.
첫째는 해외 순방중이던 대통령이 ‘국정브리핑’ 홈페이지에 올려진 금융감독위원회 관료의 해명성 글에 댓글을 단 일이 회자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인데, 사실 관계는 이렇다.
12월2일 KBS 9시뉴스에서 두 꼭지의 론스타 관련기사가 보도됐고, 이에 대해 금감위 현직 국장이 반론을 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 입장을 방어한 관료를 격려하는 듯이 “잘 읽었습니다.
의혹이 해소되기를 바랍니다”는 요지의 댓글을 달았다.
두 번째는 론스타의 2인자 엘리스 쇼트 부회장이 14일 국세청을 방문해 자신들의 탈세와 세무행정에 대한 비협조를 사과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론스타가 국세청에 ‘백기투항’ 했다며 투기자본에 대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이 두 가지 사건만 놓고 보면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2년 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한 것은 당시 은행 경영이 악화되어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이 결정에 정부는 어떠한 관여도 한 바 없고, 순전히 외환은행의 경영진이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매각한 것이다.
또한 론스타는 그동안 탈세행각으로 물의를 일으키긴 했으나, 책임 있는 경영진이 파격적으로 직접 국세청에 찾아가 사과까지 하면서 개전의 정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있을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은 절차상 별 문제가 없고, 이를 통해 론스타 측이 거두게 될 수익도 시비거리가 아니다.
외환은행 매각의 적법성 여부가 논란의 핵심 아마도 론스타와 정부 측은 국민들이 이처럼 생각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금감위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관한 진실을 호도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여전히 그 실상을 잘 모르고 있다.
이는 대통령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박대동 국장의 글은 단 한 가지의 새로운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지난 2년간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그리고 국회의원들에 의해 이미 논박당한 얘기를 되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금 강조하건데, 애초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 자체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었으며, 이 점은 지난 재경위 국정감사와 같은 기관의 ‘문서검증’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덧붙여, 탈세로 적발된 범법자 론스타가 세금을 내는 것은 대수로울 것 없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이번 기회에 국세청은 투기자본에 대한 과세에 있어 더욱 엄정한 행정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론스타-외환은행 관련 논쟁의 핵심은 론스타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외환은행을 인수했는가 여부다.
우선 론스타가 얻을 차익의 규모부터 살펴보자. 론스타는 2003년 10월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3억원에 인수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12월15일 현재, 외환은행의 시가총액은 9조원에 달한다.
따라서 론스타가 가진 지분은 4조5천억원으로 평가된다.
투자금을 제외하면 3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두는 셈이며,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합하면 많게는 5조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두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단 2년 만에.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매각된 전체 과정은 불법과 특혜, 배임과 비리로 점철되어 있다.
애초 론스타에 외환은행이 매각된 배경에 대해 박대동 국장은 “외환은행 매각은 은행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외환은행은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이 압도적 대주주였다.
따라서 당시 정부가 거래 전반을 따져보고,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직무유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사실, 매각이 결정되기 전 개최되었던 재경부와 금감위의 회의 의사록은 정부가 은행매각의 모든 상황을 조율했을 뿐만 아니라, 주요 결정을 직접 내렸음을 보여준다.
문서에 따르면 재경부는 당시 일개 펀드인 론스타가 현행법에 막혀 은행인수가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몇 가지 방안을 직접 코치해 주기까지 했다.
게다가 금감위는 이 거래를 최종 승인하지 않았는가! 그러므로 박국장의 ‘정부는 책임없다’는 식의 변명은 무책임한 관료의 책임회피에 지나지 않는다.
금감위가 제시한 매각 불가피성의 근거이자,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살 수 있었던 핵심 이유는 ‘경영악화 상태를 방치할 경우 BIS비율이 2003년 말에 가면 6.2%까지 하락하여 잠재적 부실은행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외환은행은 은행법상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론스타에 팔아넘겨도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BIS 6.2% 추정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점이 당연히 핵심 논점이 된다.
왜냐하면 금감위가 이 추정치를 발표하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외환은행 이사회는 은행의 경영 전망을 매우 밝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국감에서뿐만 아니라 재경위가 실시한 해당기관(재경부, 금감위, 외환은행)을 대상으로 한 문서검증에서도 핵심 논점은 누가, 어떤 자료를 근거로 ‘BIS 6.2% 추정치’를 제시했는가 하는 점이었다.
'BIS 6.2%' 추정 근거는 여전히 오리무중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금감위는 그 근거를 밝히지 못했다.
추궁이 계속되자 외환은행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팩스 5장을 달랑 내놓았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외환은행 측에서는 이 서류를 알지도 못하며, 보낸 사실도 없다고 잡아떼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금감위는 누가 보냈는지도 모르는 의문의 팩스(이 팩스에는 실제로 발신자가 찍혀 있지 않다) 5장을 보고 외환은행을 본국인 미국에서는 은행업을 결코 영위할 수 없는 투기펀드인 론스타에게 팔아넘겼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팩스를 누가 무슨 목적으로 작성하도록 지시하였는지, 어떤 자료를 근거로 하였는지 밝힐 수 있다면 외환은행 매각에 얽힌 부패와 거대한 음모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론스타는 최근 언론 ‘관리’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공식적인 인터뷰를 일절 하지 않던 관행을 깨고 핵심 관계자들이 직접 대외 홍보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탈세와 관련해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서 핵심 경영자가 국세청까지 찾아가 ‘오버’를 하고 나섰다.
이는 앞으로 있을 외환은행의 재매각을 통한 막대한 차익의 환수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장애’을 피하기 위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얽힌 진실에 적극적인 이유는 지금까지 외자유치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은행 등 금융기관의 매각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앞으로 그러한 잘못이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자유치라는 허울 아래 금융기관을 팔아먹은 대가로 사리사욕을 챙긴 관료와 은행 간부 그리고 주변에서 이를 도와준 사회 엘리트층의 부패를 일소해야 한다.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는 투기자본의 횡포를 견제하지 못할 것이다.
나아가 노동자 해고, 비정규직 양산, 양극화, 빈곤화 등을 초래하는 투기자본의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한 수익성 지상주의의 확산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