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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이동통신 소비자의 선택은?
차세대 이동통신 소비자의 선택은?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5.12.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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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서비스 vs 국내 독자 기술 1995년 한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서비스를 상용화하기로 결정했다.
당시만 해도 세계적인 흐름은 유럽방식인 GSM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CDMA는 미국의 작은 벤처기업 퀄컴이 개발해 낸 신기술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국은 오랜 논란 끝에 GSM을 제치고 CDMA를 선택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이후 한국의 이동통신 관련 업체들은 CDMA의 대성공에 힘입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2006년엔 차세대 이동통신을 둘러싸고 95년과 비슷한 상황이 또 한번 재현된다.
이번에는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와 와이브로(WiBro)의 경쟁이다.
하지만 이미 세계 대다수 국가들이 채택한 기술과 국내 독자기술 간의 대결이라는 점은 똑같다.
과연 어떤 서비스가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라 판가름이 날 수밖에 없다.
최근 이동통신 사용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새로운 서비스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먼저 위성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와 지상파 DMB 서비스가 지난해 시작됐다.
거기다 올 3~4월에는 HSDPA, 그리고 5~6월에는 와이브로를 각각 선보인다.
모두 ‘초고속’, ‘동영상’ 등을 내세우고 있어 언뜻 차이점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DMB는 방송이고 HSDPA와 와이브로는 통신이다.
DMB 수신기능은 HSDPA나 와이브로 단말기 속에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
HSDPA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동기식인 CDMA에 밀렸던 비동기식 GSM이 WCDMA(광대역 CDMA) 단계를 거쳐 진화한 것이다.
현재 SK텔레콤과 KTF가 ‘준’(June)과 ‘핌’(Fimm)의 다음 단계의 서비스를 구현한 기술로 이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와이브로는 HSDPA와는 계통이 다른 기술이다.
지경용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네트워크경제팀장은 “HSDPA는 기존의 이동전화가 진화한 것인 반면, 와이브로는 데이터 통신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KT와 SK텔레콤이 와이브로 사업자로 선정돼 시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와이브로의 강점은 국내에서 개발해 낸 독자적인 기술이라는 데 있다.
때문에 와이브로가 세계적으로 확산될 경우 엄청난 로열티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 정책적인 고민이 싹튼다.
국내 업체들이 와이브로를 갖고 해외에 진출하려면 우선 국내 시장에서부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 한다.
반면 HSDPA는 해외의 많은 나라들이 채택한 기술이기 때문에 서비스 요금이 와이브로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동통신 사용자인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다면 HSDPA의 활성화도 이에 못지않게 필요한 셈이다.
지난해 말에 있었던 ETRI의 조사 결과 국내 소비자들은 HSDPA보다는 와이브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와이브로는 데이터 통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음성통화가 안 된다.
양종인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심할 경우 전화기 2대를 들고 다녀야 할 수도 있게 된다”며 “따라서 와이브로는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와 함께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물론 인터넷 기반의 VoIP(인터넷전화)를 이용하면 된다.
양 연구위원은 “하지만 이 경우 어느 정도의 이동속도까지 통화가 가능할지가 미지수”라고 했다.
또한 음성통화가 이루어지려면 전국 서비스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초기 투자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결정적인 문제는 VoIP로 음성통화를 완전히 대체할 경우 기존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설 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양 연구위원은 “KTF는 이미 전국적인 망을 갖고 사업을 하고있다”며 “과연 KT가 자회사인 KTF를 죽이면서까지 와이브로에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런 고민은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물론 HSDPA와 와이브로는 한쪽이 완전히 시장에서 밀려나기보다는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와이브로는 대용량의 콘텐츠를 다루는 직장인과 일부 대학생들에게, HSDPA는 젊은층 중심의 기존 이동통신 사용자들에게 적합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라 예상치 못한 판도 변화의 가능성도 여전히 살아 있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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