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장승규 기자의 영업왕 열전]김동순 SWC 사장
[장승규 기자의 영업왕 열전]김동순 SWC 사장
  • 장승규 가자
  • 승인 2006.01.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 영업이라고 하면 다들 좋아보이고 멋있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업체를 찾아다니면서 인사하고 제품 설명을 하는 건 국내영업과 마찬가지죠. 제품을 가지고 가면 좋다는 사람은 100명 가운데 2~3명이에요. 구걸하러 갔다 쫓겨난 사람처럼 진짜 마음이 아플 때도 많았어요.” 14년 동안 해외시장을 돌며 잔뼈가 굵은 김동순 SWC(40) 사장의 이야기는 끊없이 이어진다.
김 사장은 그럴 때마다 돌아서서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실망하고 자책하는 대신 스스로 웃으며 풀었다.
김 사장은 사장이 된 지금 스스로를 영업맨이라고 여긴다.
차장에서 사장으로 파격 승진 김 사장이 사장 자리에 오른 것도 그의 해외 영업에 대한 노하우 덕분이다.
SWC는 지난 1998년 삼성시계가 삼성그룹에서 분리돼 나온 후 이름을 바꾼 업체. 100% 자체 브랜드로 전체의 80%를 수출하는 수출전문 기업이다.
이 때문에 91년 삼성시계에 입사했을 때부터 해외 영업통으로 일해온 김 사장은 2003년 차장에서 사장으로 파격적인 승진을 했다.
회사를 통틀어 김 사장만큼 수출에 대한 잘 아는 사람이 없었다.
6권의 낡은 여권과 100만 마일의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그의 이력을 잘 증명해 준다.
- 해외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뭔가. “과장이나 가식으로는 절대로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없지요. 아무리 표시를 안 낸다고 해도 상대방은 느낌으로 금방 알아요. 그러면 인간관계가 이루어질 수 없어요. 순수한 마음으로 대하면 어떤 나라든 다 통하게 되어 있지요. 사람은 다 마찬가지거든요” 김 사장이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한번 ‘오더’를 받아 물건만 넘겨주면 끝나는 시대가 더이상 아니라는 것이다.
항상 문제점이 없는지 관리하면서 꾸준히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한다.
요즘은 이메일만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김 사장은 요즘도 100여명 이상의 해외 바이어들과 주기적으로 메일을 주고받는다.
- 성공한 영업맨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죠. 사람을 만나지 않고는 비즈니스가 될 수 없지요. 특히 영업하는 사람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알고 인맥을 쌓아야 해요. 바이어뿐만 아니라 KOTRA 직원이나 일반 운송회사, 심지어는 비행시 승무원도 알고 있으면 다 도움이 되지요.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죠.” 삼성그룹에서 사실상 ‘퇴출’되고 난 직후의 일이다.
같은 제품인데다 브랜드도 당분간 ‘삼성시계’를 그대로 쓰기로 해 영업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바이어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동안 삼성그룹과 거래한 거지 당신들과 한 게 아니다.
아무리 당신들이 삼성 브랜드를 갖고 있어도 그건 라이센싱 개념 아니냐’ 그러더군요. 눈앞이 캄캄했죠.” 김 사장은 거의 해외에 상주하다시피하면서 바이어들의 설득에 매달렸다.
그나마 오랫동안 쌓아온 인간관계 덕분에 겨우 숨통을 틀 수 있었다.
김 사장은 삼성시계에 있던 96년에 드디어 미국시장을 뚫는 데 성공했다.
“샘플 시계 100개 정도면 무게만 20kg이 되지요. 그런 가방을 양손에 들고 여기저기 쫓아다니면서 문전박대 당한 경험을 선배들도 수없이 했을 겁니다.
미국은 그런 시장이었죠.” 미국은 세계 시계 수요의 25~30%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었다.
경쟁자도 많고 브랜드도 넘쳐났다.
김 사장은 그런 미국시장에 스포츠 브랜드 ‘뷰렛’(BURETT)으로 한국업체로는 처음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수출가격도 140달러의 고가였다.
치밀한 준비와 오랜 노력의 결실이었다.
“아무 준비 없이 그냥 제품만 들고 가서 한번에 오케이 받은 건 아니었지요. 먼저 한 달에 한 번씩 미국에 가면서 시장조사를 충분히 했어요. 한국시계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디자인도 도입했지요.” 제품 조립도 스위스 공장에서 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수많은 미국 내 전문매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프레젠테이션하고, 제품 수정한 걸 또 가지고 갔다.
김 사장은 ROTC 출신이다.
그걸 숨기지 못한다.
그는 “ROTC에서 성공에 필요한 모든 걸 배웠다”고 했다.
김 사장은 올해로 만 40세다.
본부장들은 그보다 나이가 많은 50대. 삼성에 있을 때는 모두 상사들이었다.
김 사장은 “ROTC에서 스스로 일을 개척하고 추진해 가는 리더십을 익히지 못했다면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게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팀워크와 조직 적응력도 ROTC에서 얻은 미덕이다.
“회사는 팀워크로 움직이는 공동운명체지요. 영업도 혼자 잘한다고 절대 잘 이루어지는 게 아니에요. 반드시 팀워크가 뒷받침되야만 하지요.” - 시계는 사양산업 아닌가. “시계는 사양산업이 아니라 패션산업이에요.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적 측면보다는 귀걸이나 목걸이 같은 패션 소품의 의미가 더 커진 것이죠. 옷색상에 맞춰 시계를 바꿔 차는 그런 개념인 셈이에요.” 91년에 그룹 공채로 삼성에 입사한 김 사장은 삼성물산이나 삼성전자로 가게 될 거라고 철썩같이 믿었다.
적자투성이 퇴출후보인 삼성시계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면접 때 얼떨결에 아버지가 시계를 판다고 했던 게 운명을 가른 것 같아요.” 김 사장의 아버지는 실제로는 시골에서 사진관을 하면서 시계도 팔고 도장도 파는 가게를 운영했다.
처음에는 열심히 해서 물산이나 전자로 옮기자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해외영업이 적성에 잘 맞았다.
98년 분사에 이어 2004년 4월 2번째 위기가 닥쳤다.
삼성그룹에서 삼성 브랜드를 더이상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
여차하면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 가서 전 사원이 드러누워야 할 만큼 절박한 위기였다.
하지만 김 사장은 매출에 큰 타격 없이 SWC 브랜드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유창한 영어 부러워할 것 없다 -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대학 때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영어는 사실 유창한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건 큰 문제가 될 수 없어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멋있어 보이고 좋지만,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어차피 마찬가지죠. 외국 사람이 한국말을 하면서 조금 더듬거려도 잘 한다고 하잖아요. 우선은 네이티브처럼 완벽한 영어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해요.” 김 사장은 “인간적인 감정의 교류만 있으면 조금 부족한 영어라도 다 통하게 된다”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기본마저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김 사장은 해외 영업사원뿐만 아니라 국내 영업사원과 디자이너들에게도 영어 공부를 강조한다.
“국내 영업을 하는 사람도 이제는 해외에 나가봐야 해요. 세상이 얼마나 넓고, 얼마나 다양한 제품들이 해외시장에서 팔리는지 직접 봐야 안목이 넓어질 수 있어요. 계속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고 있어서는 곤란하지요.” 김 사장은 “잠자는 시간도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새벽 1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난다.
하루에 2번은 조찬모임에 빼놓지 않고 참석한다.
저녁에는 거의 매일 사람을 만난다.
게다가 주말이면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듣는다.
그는 사람을 만나며 스트레스를 풀고, 사람을 만나며 많은 것을 얻는다.
김 사장은 사람이 하는 일은 불가능이 없다고 믿는다.
대부분은 게으름 때문에 그 길을 찾지 않고 마는 것이다.
skjang@economy21.co.kr
김동순 사장의 영업 비법 김 사장은 ‘공부하는 영업맨’을 강조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 1주일에 한 권 이상 반드시 책을 읽는다. 운전을 하다 신호등에 걸리면 어김없이 책을 편다.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야 하는 해외 출장은 밀린 책을 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 해외 출장 중에는 보통 책을 4~5권 정도 읽는다. SWC가 회사 규모에 비해 넓고 잘 갖춰진 도서관을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SWC의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책을 읽어야 하고 심지어는 독후감도 써 내야 한다. 김 사장은 “이제는 영업사원은 자기 제품에 대한 말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보험사원이 오면 먼저 상품을 갖고 설명하지 말라고 한다”며 “해박한 지식으로 현재의 경제상황이나 세상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관심을 끌 수 있어야지 영업 이야기만 해서는 이제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영업에 대한 기술도 책을 통해 얼마든지 읽고, 배우고, 체득할 수 있다. 책은 자신의 생활의 한계,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수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