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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세계 경제 최후의 전략적 시장, 알제리를 가다
[특집]세계 경제 최후의 전략적 시장, 알제리를 가다
  • 유강문/<한겨레>국제부기자
  • 승인 2006.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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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까지 산업기반시설 확충에 600억달러 쏟아 붓기로…세계 주요기업의 각축장으로 변모한 오일머니 열풍의 대표주자 알제리의 수도 알제는 요즘 교통난이 끔찍하다.
출퇴근 시간대는 물론이고, 하루 종일 자동차들로 길이 막힌다.
골목길이 분명한데도 자동차들이 두 줄로 늘어서서 종종거린다.
최근 2년 새 자동차가 20만대나 늘었다고 하니 그 사정을 짐작할 만하다.
알제에선 약속시간을 정하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돈다.
그런데 알제에서 자동차 댓수보다 더 늘어난 게 있다.
유럽의 위성방송을 잡아채는 접시안테나다.
집집마다 창밖으로 둥근 얼굴을 내민 접시안테나를 보노라면, 이곳이 한때 사회주의를 기치로 내걸었던 이슬람국가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알제 사람들은 보통 집에서 70여 개의 채널을 돌려본다고 한다.
자동차와 접시안테나는 알제리의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과 개방을 상징한다.
오랜 식민지 시대와 참혹한 테러의 시대를 거쳐 서서히 발전의 시대로 나아가는 거대한 흐름을 드러내는 징표다.
알제 시내에서 봉긋 솟은 디아르사헤다 언덕을 중심으로 형성된 아랍풍 시가지 카스바에 마침내 자본주의의 바람이 불어닥친 것이다.
석유, 전체 수출의 95%를 담당하는 황금알 알제리는 요즘 건국 이래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다.
경제 성장 속도가 북아프리카에서 제일 빠르다.
2002년과 2003년 연달아 8%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2004년엔 성장률이 6.1%로 다소 떨어졌지만, 지난해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7%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총생산(GDP)이 1천억달러를 바라보고, 1인당 소득은 3천달러에 근접한다.
알제리 경제의 호황은 주택 경기의 폭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애초 50만명 규모로 건설된 알제는 인구가 300만명을 넘어서면서 살인적인 주택난을 겪고 있다.
한 집에 평균 7명이 거주하는 실정이다.
알제리 정부는 2009년까지 100만가구를 공급할 요량으로 매년 20만가구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금의 건설 능력으론 14만가구를 짓는 게 고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곳곳에서 집을 늘리거나 새로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임대료도 폭등했다.
목이 좋은 사무실은 1평에 1천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알제에서 집을 가진 사람은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다는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알제리 경제에 이처럼 불을 붙인 것은 거대한 오일 머니의 유입이다.
2004년 1배럴에 19달러이던 기름값이 지난해 6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알제리는 돈방석에 앉았다.
이 나라 수출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가스 포함)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은 것이다.
알제리는 지난해 450억달러어치의 석유와 가스를 수출했고, 200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남긴 것으로 추산된다.
알제리의 석유 매장량은 110억8천만배럴로 추산된다.
세계에서 14번째로 많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아직껏 탐사되거나 개발되지 않은 유전을 더하면 매장량은 그 두 배가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전지대의 경우 보통 1㎢에 유정이 120개 정도 있다는데, 알제리는 그게 6개에 불과하다.
더욱이 알제리 석유는 유황 성분이 거의 없는 최상급 품질을 자랑한다.
알제리 사람들은 바로 항공기 연료로 써도 될 것이라고 자랑한다.
“돈은 있는데 기술이 없다” 알제리의 고민은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다.
지난해 12월20일에 찾은 공공사업부도 그런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페라치 벨카셈 장관 비서실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도로·지하철·항만·공항·댐·주택·병원 등 앞으로 건설해야 할 인프라 목록을 줄줄이 뀄다.
2009년까지 무려 600억달러를 공공시설 기반 확충에 투자할 작정이란다.
이 모두를 재정에서 충당한다.
그러더니 “돈은 있는데 기술이 없다”고 혀를 찬다.
사실 알제리의 기반시설은 급성장하는 경제를 떠받치기엔 터무니없이 열악하다.
1962년 프랑스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후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시장경제와 거리를 둔데다, 90년대 초반부터 조심스럽게 추진한 개방마저 극심한 테러와 정치적 혼란으로 좌초하면서 경제가 정체 내지 퇴보했기 때문이다.
농업과 수산업은 물론, 공업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시계바늘이 멈췄다.
결국 알제리는 94년 국제통화기금(IMF)의 혹독한 관리를 받는 신세가 됐다.
국제통화기금은 한국도 익히 경험한 예의 채찍을 가차 없이 휘둘렀다.
수많은 국영기업이 구조조정이라는 도마에 올랐고, 그 과정에서 250만명에 이르는 실업자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이는 다시 테러와 정치적 혼란을 부추겼다.
알제리가 가장 야심차게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지중해에 접한 해안선을 따라 1270㎞에 이르는 동서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알제리는 이를 위해 7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2008년 말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개입찰이 진행 중이다.
벡텔, 이토추 등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 44개 건설업체가 군침을 흘리고 있다.
한국도 경남기업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알제리는 전국 48개 도 가운데 24개 도를 지나는 이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북부지역 교통량의 85%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한다.
알제리는 이어 2015년까지 남부 고속도로 5개 노선 1302㎞를 확충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알제에서 나이지리아 레고스를 잇는 4900㎞ 사하라 횡단 고속도로도 깔 계획이다.
인터넷과 이동통신, 전략적 투자 분야 항만과 공항, 철도, 댐 부문에서도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항만의 경우 20여 개의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알제리는 우선 알제와 베자이아, 스키다, 지젤 등에 신항만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알제, 아나바, 오란, 드젠디젠 등 4개 항구가 전체 물동량의 75%를 소화하는 상황이어서 병목현상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공항도 20개를 새로 확충해 하늘길도 넓힐 계획이다.
알제리에는 현재 13개 국제공항이 있으나, 항공기 이용객의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알제리는 2020년까지 56개 댐을 지어 발전량을 지금보다 2배 가까이 늘리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44개 대형 담수센터도 건설할 작정이다.
모두 4200㎞에 이르는 철도도 노후 구간을 보수하고, 차량도 신형으로 교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관광업과 수산업도 투자 목록에 들어 있다.
알제리는 사막을 관광자원으로 이용하기 위해 오아시스를 복원하고 온천을 적극 개발할 계획이다.
2천 척의 어선을 도입해 낙후한 수산업을 발전시키는 것도 시급하다.
알제리는 넓은 해안선을 갖고 있음에도 어획량은 한국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 외교관은 “알제리에선 물고기를 잡는 이들이 없어 물고기가 늙어 죽는다는 농담이 있다”고 말했다.
알제리는 산유국이지만 태양광 발전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토의 3분의 2가 사하라 사막이고, 한반도의 10배나 되는 광활한 영토에 사람들이 살다 보니, 송배전시설 설치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인구의 75%가 해안가에 살고 있어 이들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도 태양광 발전이 필요하다.
정부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국제변호사 메트르 사수이는 “사막지대엔 1만2천~1만5천명의 유목민들이 전기도 없이 생활하고 있다”며 “태양광 발전을 통해 농업을 장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넷과 이동통신은 알제리가 전략적으로 투자를 집중하는 분야다.
12월17일에 방문한 알제리 국영 통신회사 알제리텔레콤은 그런 통신정책을 실행하는 야전본부라고 할 수 있다.
유선전화의 보급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알제리는 인터넷과 이동통신의 보급을 통해 이런 통신 지체를 단숨에 넘어서려 하고 있다.
브라힘 오우라레츠 회장은 “지난해 이동통신 가입자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며 “초고속 인터넷망을 확충하는 데 2009년까지 25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오일머니로 넘쳐나는 황금시장을 외국기업들이 그냥 놓아둘 리 없다.
프랑스와 미국, 캐나다, 일본 등지의 유수한 다국적 기업들이 각종 프로젝트 국제 입찰에 나서고 있다.
특히 다음달까지 민영화를 추진하는 알제리텔레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미 20여개사가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스위스는 특히 아틀라스 산맥을 지나는 산악철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당면과제 알제리는 흔히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전략적 시장’이라고 한다.
마그레브로 불리는 북아프리카와 유럽, 중동을 잇는 지리적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알제리의 호황은 그런 가능성을 실제로 예고한다.
한 외국기업 관계자는 한때 알제리 경제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IBM’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신의 뜻에 맡기는 ‘인샬라’(Inshalla), 걸핏하면 일을 내일로 미루는 ‘부크라’(Boukra), 사정이 나빠져도 무작정 괜찮다고 자위하는 ‘말레쉬’(Malishe)의 주술이 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알제리 정부는 2004년에 25%를 웃돌던 실업률이 지난해엔 15%대로 떨어졌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청년 실업률이 70%를 넘는다고 한다.
거리를 오가는 젊은이 3명 가운데 2명 정도는 실업자란 얘기다.
알제리 정부는 25세 미만 젊은이들의 인구 비중이 75%여서 실업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정부가 빵과 휘발유 같은 생필품 가격을 통제하고 있지만, 물가도 꽤 올랐다.
사람들은 임금은 별로 오르지 않았는데 물가는 많이 올랐다고 아우성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5%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외국산 자동차 수입이 급증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알제리란 말은 수도 ‘알제’에서 왔다.
알제는 아랍어 ‘알자자이르’의 프랑스어 혹은 영어식 표현이다.
우리말로 풀면 ‘섬’이란 뜻이다.
북아프리카 지중해의 중요한 교역도시였던 알제 앞바다에 4개의 섬이 줄지어 떠 있어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 섬들은 1525년 육지와 연결됐다.
지중해에 오일머니의 힘을 불어넣는 요즘 알제리는 이제 더 이상 세계 경제의 섬의 아니다.
알제(알제리) = 유강문/ <한겨레> 국제부 기자 moon@hani.co.kr
알제리는 어떤 나라?
알제리는 지리적 특성에 따라 지중해 연안 평야지대, 고원지대, 사하라 사막지대로 나뉜다.
지중해 연안을 따라 80~190㎞ 폭으로 긴 띠 모양의 평야가 있는데, 알제리 인구의 대부분이 이곳에 밀집해 있다.
농경지의 대부분도 여기에 속한다.
사하라 사막은 알제리 국토의 80%를 차지한다.
알제리의 석유는 1956년 사하라 사막의 하시 메사우드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상업적 규모의 생산은 1958년에 시작됐다.
원유는 4개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알제, 스키다, 베자이아 같은 항구로 연결된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주요 고객이다.
최근엔 미국으로도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알제리산 원유는 유황 성분이 거의 없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원유로 꼽힌다.
알제리는 지리적으로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곳에 있어서 다양한 인종이 거주하고 있다.
아랍인(82%)이 제일 많지만, 베르베르(15%)와 그리스, 터키, 카탈란 후손들도 살고 있다.
헌법상 국어는 아랍어이며, 프랑스의 식민통치 유산으로 많은 이들이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있다.
알제리 정부는 독립 이후 아랍어 사용을 일반화하고자 노력해 왔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96년 12월에 아랍어 사용 일반화에 대한 법률이 통과됐으나 아직까지 고등 교육기관에서는 프랑스어의 사용이 더 일반화돼 있다.
카빌리 지역에선 독자적인 언어 사용을 고집하고 있다.
알제리는 다른 아랍국과 마찬가지로 이슬람국가로 헌법에 이슬람을 국교로 규정하고 있다.
이슬람이 아닌 종교를 믿을 경우,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긴다.
그러나 외국인의 신앙에 대해선 관대한 편이다.
가톨릭교와 개신교도들도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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