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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시장읽기]기대와 거품
[오감/시장읽기]기대와 거품
  • 이코노미21
  • 승인 2006.01.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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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폭락했다.
지난 11월부터 조정 없이 달려오던 주식시장이 갑자기 큰 폭의 조정을 보인 것이다.
이번 조정의 원인은 인텔 등 미국의 주요 IT업체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과 아시아 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 등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두 가지 원인은 이전 주가 상승의 원동력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2006년 들어 국제금융시장은 달러화의 약세 반전이라는 환경변화에 직면했다.
미국의 거듭된 금리인상으로 강세를 보이던 달러화가 금리인상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 접어들면서 약세로 전환되었고, 이는 국제 투자자금을 미국 이외 지역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이른바 비달러자산 선호현상이 본격화된 것이다.
특히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시장은 이러한 비달러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집중적으로 나타난 시장이었고, 여기에 예상외로 호조세를 보이던 IT경기로 인해 이들 지역의 주가 상승폭이 크게 나타났던 것이다.
하지만 1월 말 FOMC(미연방 공개시장 위원회) 회의 시점이 다가오면서 달러 약세가 주춤해지고, 기대가 모아졌던 IT섹터의 대표 종목이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급작스럽게 반전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시장의 경우, 매도 주문이 폭주하는 가운데 거래가 단축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물론 모든 IT섹터가 부진한 실적을 보인 것은 아니다.
인텔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반면, 인텔의 경쟁사인 AMD의 경우는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양호한 실적을 발표해 주가가 폭등했고,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국내 기업의 실적은 비교적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가가 제대로 반등도 하지 못하고 큰 폭으로 하락했던 것은 그간의 상승에 대한 부담이 컸던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005년 우리 주식시장은 시장 평균 주가수익배율(PER)이 8배 수준에서 출발해 10배까지 상승하는 강세장이 이어졌다.
물론 세계시장 평균치인 14배에 비해서는 아직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그간의 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은 대부분의 종목이 시장의 평균 목표주가를 넘어서거나 근접하는 수준까지 주가를 끌어올린 상태에서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비달러자산의 강세현상이 아시아 전반에 걸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소극적인 매매를 보이는 것의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현재 우리 주식시장은 과거 시장의 고점 시기와는 달리 거품을 만들어낼 만큼 고평가된 상태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밀레니엄 버그 특수가 한창이던 1999년 우리 주식시장의 주가 수익배율은 20배를 넘어섰고, 그 이전에도 15배 이상에서 고점이 형성되곤 했기 때문이다.
과도한 시장의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고, 이러한 상승의 반작용으로 조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거품을 형성한 단계에 진입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너무 비관적인 입장을 유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현재 우리 주식시장은 PER 10배 수준에 대한 적응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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