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에디터스메모]2006년 봄, 프랑스와 한국
[에디터스메모]2006년 봄, 프랑스와 한국
  • 편집장 최우성
  • 승인 2006.03.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굵직굵직한 쟁점들이 넘쳐나는 한 주였다.
‘3·1절 골프 파문’으로 물러난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후임자가 내정됐고, 불법 매각과 ‘먹튀’ 논란의 주인공이던 론스타는 국민은행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며 외환은행 매각작업에 바짝 속도를 냈다.
이와 함께 4조원이 넘는 매각차익에 세금을 물리려는 과세당국의 움직임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외환인행 인수와 함께 단연 국내 은행을 대표하는 선도은행으로 거듭나게 될 국민은행의 독과점 여부도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DJ 정부 시절부터 정치권에 줄을 대며 대형 M&A건을 좌지우지하는 큰손으로 군림하던 한 금융계 ‘마당발’ 인사가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몰고올 파장 역시 만만찮아 보인다.
IMF 이후 국내 경제 질서를 뒤흔든 주요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경우가 없는데다 이 과정에서 어김없이 정치권과 결탁한 흔적이 남아 있는 탓에 그의 이름을 딴 또 하나의 ‘게이트’가 탄생하리라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여기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판교 분양을 둘러싼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분양가를 낮추라며 성남시가 제동을 걸고 나선 탓에 당초 예정됐던 청약 일정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 주 지면에 담지 못한 쟁점들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을 작정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이번 주 지면에선 ‘노동’과 관련된 이야기가 눈길을 붙들어맨다.
나라 바깥에서는 일주일 남짓 계속되고 있는 프랑스 시위 사태가 단연 화제다.
26세 미만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2년 안에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최초고용계약제(CPE) 도입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프랑스 사회를 연일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다.
지난해의 이민자 폭동 당시에도 그러했듯, 주로 폭력 시위에 방점을 찍는 보도들이 대부분이지만, 핵심은 이번 사태가 복지모델의 실패를 상징하는 것이냐, 아니면 오히려 그간 급속도로 진행됐던 탈규제·유연화 정책에 대한 전면적 저항이냐라는 물음에 어떤 답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
25살 이하 실업률이 23%에 이르는 현실을 들어 좀 더 ‘유연한’ 노동시장만이 실업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국내에서도 득세하는 편이지만, 정작 현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이런 섣부른 결론에 일침을 놓는다.
나라 안으로 시야를 돌리면, 전 연령을 대상으로 2년 고용계약을 맺을 수 있고, 2년 안에 자유로이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비정규직 법안이 마련되었음에도 정작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심은 지나치리 만큼 무딘 편이다.
굳이 프랑스 전역에 불붙은 대규모 시위를 들먹거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운명을 소리 없이 옥죄는 쟁점들에 대한 ‘성찰’과 ‘행동’에 인색한 우리의 모습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만든다.
커버스토리로 소개하는 ‘노동교육의 부재’역시 우리네 현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경제활동인구의 60%가 넘는 사람들이 임노동자로 살아가는 엄연한 현실에서 ‘올바른’ 노동교육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너나없이 경제교육의 광풍에 빠져드는 현실에선 다소 ‘촌티 나는’ 이야기처럼 비칠지도 모르겠다.
아무쪼록 차분한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