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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론스타 의혹’의 늦둥이, 전윤철과 모건스탠리
[이슈추적]‘론스타 의혹’의 늦둥이, 전윤철과 모건스탠리
  • 최중혁 기자
  • 승인 2006.04.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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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론스타 수사가 진행되면서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외환은행의 매각자문사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엘리어트홀딩스(대표 박순풍). 그 동안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대한 로비 의혹은 많이 제기됐지만 심증 수준에 그쳤을 뿐 구체적인 실체가 언급된 적은 없었다.
검찰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된 이 회사 박순풍 대표는 그런 의미에서 수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핵심 인사들의 ‘그물망 인맥’에 박 대표도 여러 가지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매각의 핵심 실무자였던 전용준 당시 경영전략부장과 입행 동기로 외환은행 파생공학팀장을 지냈다.
외환은행 매각의 공로를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하기도 한 전용준 씨는 이강원 전 행장과 서울고 선후배 사이로 이달용 전 부행장과 함께 론스타의 자본유치를 위해 국회 등 사방팔방을 뛰어다닌 장본인이다.
로비가 보통 지연과 학연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학연은 서울고 동문들이다.
이 인맥에는 검찰과 함께 수사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감사원 전윤철 원장까지도 포함돼 카드대란 특감 때와 마찬가지로 감사자격 논란까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전 원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공정거래위원장, 기획예산처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요직을 거친 뒤 참여정부 들어서는 감사원장으로 낙점된 바 있다.
전 원장 감사자격 두고 논란 일 듯 2002년 4월 당시 LG투신운용 사장이었던 이강원 씨(현 한국투자공사 사장)가 외환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말이 무성했다.
이강원 행장은 은행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과거 은행장 추천은 관치금융에 의한 낙하산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관치금융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 제도’를 도입, 은행 외부인사가 섞인 위원회를 만들어 은행장을 선임토록 했다.
외환은행 또한 사외이사 8명의 행추위를 구성, 3명의 인사를 후보군에 올렸지만 금감위는 개혁성향이 부족하다며 퇴짜를 놓았고, 결국 하마평에도 오르내리지 않던 이강원 사장이 깜짝 발탁됐던 것이다.
당시 행추위원장이었던 정문수(외환은행 이사회 의장 재직) 현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이 행장 선임 직후 정부의 인사개입 지적에 대해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이 대주주이므로 정부가 대주주이며 정부와 협의를 할 때는 재경부, 금감위, 청와대 등도 정부 범위에 든다.
그러나 창구는 금감위였다.
금감위에서 정보를 받아 관련부처와 협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선임 당시 재경부장관은 진념 씨였고, 이 행장과 서울고 동문인 전윤철 원장은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을 역임 중이었다.
물론 서울고 동문에 청와대 근무만으로 인사 개입을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정문수 보좌관의 증언에서 전윤철 감사원장이 이번 외환은행 매각과 무관치 않음을 1차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게다가 외환은행 내부에서는 2002년 당시 이강원 행장 파격 선임의 배후에 전윤철 씨가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이와 관련, 외환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서울고 동문 관계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당시 행내에서는 이강원 행장 뒤에 전윤철 씨가 있다는 해석이 주류였다”고 말했다.
이강원 전 행장은 전용준, 전윤철 씨와의 인연 외에도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다양한 인사들과 여러 인맥으로 얽혀 있다.
아시아개발은행 금융전무위원, 기아포드할부금융 대표, LG구조본 사업조정팀 전무, LG투신운용 사장 등을 역임한 이 전 행장은 김정태 국민은행장, 홍석주 조흥은행장과 함께 이헌재 부총리의 광주서중 후배이고, 진념 전 부총리가 기아자동차 회장일 때는 기아그룹 계열사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정문수 보좌관과는 아시아개발은행에서 같이 근무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 건물. EPA 제공
떨어지지 않는 외환은행 주가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의 핵심이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여부’인 만큼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감사에서 전윤철 원장이 배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단 금융권에서는 감사원이 이강원 전 행장과 변양호 전 재경부 금정국장, 김석동 전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엘리어트홀딩스의 계좌추적도 검찰에 요청하는 등 현재까지 외환은행 관련 수사에서 감사원이 특별히 자격을 의심받을 만한 행동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추후 국감 등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본인이 스스로 감사에서 빠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카드특감 때처럼 하수인급 한 명을 처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며 “아무리 감사원장이라도 외환은행 매각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만큼 감사에 참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 원장이 감사자격 논란에 휩싸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원들은 전 원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카드특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전 원장이 카드특감에 참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감사원 공공감사기준 규칙은 감사인이 감사대상 업무나 수감기관 등의 의사결정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경우 감사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당시 감사원은 재경부 관료들의 책임은 묻지 않은 채 금융감독원 김중회 부원장에게만 인사조치를 취해 감사가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이헌재 전 부총리를 위태롭게 했던 자문료 파동 당시에도 전 원장은 강봉균 의원,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 등과 함께 국민은행으로부터 500만원 상당의 자문료를 받아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한편, 이번 외환은행 매각 의혹에서 모건스탠리의 역할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론스타뿐만 아니라 한미은행을 인수한 칼라일,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탈 모두로부터 매각주간사로 선정된 바 있다.
신재하 전 모건스탠리 전무는 2003년 8월 매각주간사 자격으로 외환은행 이사회에 참석해 론스타로부터 1조원이 넘는 투자를 받는 것은 10년 후에도 자랑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 씨는 변양호 전 국장과 함께 보고펀드를 공동 설립했고, 외환은행은 보고펀드와 400억원대의 출자약정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모건스탠리는 투기자본감시센터로부터 ‘경쟁적 입찰환경 조성’이라는 매각자문사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론스타를 미리 매각 대상자로 선정해놓고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모건스탠리는 검찰의 론스타 압수수색 기간에 외환은행 주식을 대거 매입하며 주가를 방어하는 모습을 보여 외환은행과 매각자문사 이상의 특수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행해진 지난달 30일, 외환은행 주가는 폭락할 것이란 금융권의 예상과 달리 모건스탠리(30만주), C.S.F.B(20만주), JP모건(20만주) 등 외국계 창구에서 매수세가 대량 유입되면서 150원(-1.21%)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증권거래소 한 관계자는 “외국계 매수 유입만으로 이면계약 등의 관계를 증명하기는 어렵다”며 조사 불가 입장을 밝혔다.
최중혁 기자 tjp2010@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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