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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스웨덴 모델'의 현재를 말한다
[진단]'스웨덴 모델'의 현재를 말한다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6.04.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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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2일 김원기 국회의장 초청으로 방한한 스웨덴 여야 정치인들이 서울대에서 ‘민주주의와 복지국가’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비에른 폰 시도브 스웨덴 국회의장과 미카엘 우덴베리 온건보수당 원내대표, 안나 그렌룬드 크란츠 자유당 원내대표, 스테판 아떼팔 기독교민주당 원내대표, 오사 토쉬텐슨 중앙당 원내대표, 헬레나 힐라르 로센크비스트 녹색환경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념적 기준으로 나눈다면 사회민주당 소속인 비에른 폰 시도브 국회의장과 헬레나 힐라르 로센크비스트 녹색환경당 원내대표가 좌파에 속하고, 그밖의 정당대표들은 중도파 내지 우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6개월후 스웨덴 총선을 앞둔 탓인지 적지 않은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4월 12일 서울대에서 여린 스웨덴 공개토론 장면 ⓒ박미향 기자
복지 수당으로 살아가는 100만명 미카엘 우덴베리 온건보수당 원내대표는 먼저 스웨덴 모델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언급했다.
한쪽에서는 스웨덴 모델을 경제성장과 번영을 가져오는 국가발전 모델의 모범으로 받아들이지만, 다른 쪽에서는 스웨덴을 높은 세금으로 인해 기업가 정신이 쇠퇴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절하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실은 항상 회색인 경우가 많다”며 “양쪽의 평가가 모두 맞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스웨덴 모델’은 노사가 중앙 단체교섭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서유럽식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고 규정했다.
미카엘 우덴베리 원내대표는 이러한 스웨덴 혹은 서유럽 모델이 성공했는가는 비교대상이 어디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60년대 중반만 해도 스웨덴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스웨덴의 1인당 GDP는 18위로 떨어져 있다.
그는 “1970~80년대 스웨덴 경제는 뒤쳐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1980년대 말과 1990년대에 추진한 구조개혁에 힘입어 현재는 상당한 수준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웨덴은 그 기간에 금융과 통신, 에너지 시장을 개방했고, 유럽연합(EU) 회원이 되었다.
또한 새로운 통화와 새로운 재정정책도 도입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개혁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한다면 여전히 경제성장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카엘 우덴베리 원내대표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모방할 모델은 없다”며 “다만 서로에게서 배울 점이 있을 뿐”이라고 충고했다.
고령화 새대, 복지비용 해결 난재 오사 토쉬텐슨 중앙당 원내대표는 스웨덴 모델이 안고 있는 과제로 신규 고용창출과 사회복지비용 부담 등 2가지를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스웨덴 북부에서 남부까지 경제가 활기차게 발전했고, 에릭슨이나 볼보 등 기업들이 많은 사람을 고용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대기업들이 경쟁력 유지를 위해 점점 경영 효율을 추구해야만 하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했다.
때문에 추가적인 신규 고용은 중소기업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굳이 창업을 하고 기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인센티브가 없다는 데 있다.
그는 “현재 100만명이 정규 고용시장 밖에 놓여 있다”며 “이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25~60세 인구 가운데 100만명이 일을 하지 않고 다양한 복지수당으로 살아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중 상당부분이 젊은층이라는 점이다.
스웨덴은 이들을 다시 일터로 끌어들여야만 하는 난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 문제는 곧바로 스웨덴 사회의 고령화 문제와 맞닿아 있다.
현재 향후 20~30년 후 60~65세 연령이 될 인구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럴 경우 사회복지 비용의 엄청난 증가를 가져올 것이다.
과연 현재의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느냐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나 그렌룬드 크란츠 자유당 원내대표는 “노인, 어린이, 교육분야에 대한 복지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데는 모든 정당들이 동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병가, 실업수당, 조기은퇴 수당 등 그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정당별로 의견이 엇갈린다”고 했다.
연립집권당인 사민당과 녹색당은 현 수준의 유지를 주장하는 반면, 야당들은 좀더 엄격한 기준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어쨌든 스웨덴의 전통적인 복지제도의 골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규 노동시장 밖에 머물고 있는 100만명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100만명은 스웨덴의 노동가능인구의 거의 20%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들 중 상당수가 직장으로 복귀해야만 복지제도 유지에 필요한 세수 확보도 가능한 것이다.
안나 그렌룬트 크란트 원내대표는 “스웨덴에도 임금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세금제도를 통해 결국은 동일한 수준이 된다”며 “그러다 보니 굳이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일할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판 아떼팔 기독교민주당 원내대표는 스웨덴의 ‘모순’을 좀더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스웨덴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생활수준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데 너무 경도되 있다”고 꼬집었다.
단적으로 말해, 스웨덴은 결과의 평등에 너무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오히려 기회의 평등이라고 지적했다.
직장을 얻지 못한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관, 보건의료 시스템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이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거기에는 항상 책임도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은 모두 누리고자 하는 생활수준이 다를 수 있다”며 “이를 무시하고 억지로 특정한 환경에서 똑같이 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했다.
스테판 아떼팔 원내대표는 “스웨덴의 노사관계 모델은 샬츠바덴협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중앙 단체교섭을 하면 보다 유연한 합의점 도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스웨덴의 노조 가입률은 80%를 넘고 있다.
그동안 중앙 단체교섭을 중심으로 한 스웨덴의 노사 모델은 기업들이 다른 주변국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EU 가입과 자본, 금융시장 개방 이후 스웨덴 모델에 대한 스웨덴 사람들의 이러한 견해가 바뀌고 있다.
스테판 아떼팔 원내대표는 “임금 수준이 낮은 다른 유럽 국가로 일자리가 옮겨가고 있다”며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다른 EU 회원국에서 밀려드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문제도 심각한 골칫거리다.
그는 “이들을 막아야 하는지, 그대로 둬야 하는지를 두고 노사 양쪽이 아직 결론을 못 내리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세계화는 위협이 아니라 기회" 스웨덴이 세계화의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는 많은 나라의 관심거리 중 하나이다.
미카엘 우덴베리 원내대표는 “스웨덴은 세계화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세계화가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번영을 확산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정당이 자유무역을 지지하며, 자유도가 높아질수록 스웨덴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 이유로 전통적으로 스웨덴의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들었다.
토론회 내내 중립적인 위치를 지킨 비에른 폰 시도브 스웨덴 국회의장은 “스웨덴은 다른 유럽 지역에 비해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며 “극단적인 극우 움직임도 아직은 출현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노조와 대기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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