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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LCD시장 ‘춘추전국시대’
[비즈니스]LCD시장 ‘춘추전국시대’
  • 최중혁기자
  • 승인 2006.04.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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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1위 대만에 빼앗겨...대형화 등 경쟁체제 재편 가속
△한국 LCD업체들이 40인치 TV시장을 공력하는 동안 26~32인치에 집중해온 대만업체들은 수익성에서도 역전현상을 보이고 있다.
ⓒEPA
한국 LCD 업계에 최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LCD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대만에 처음으로 내준 것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올 1/4분기 출하량 기준 대만의 LCD패널 시장점유율은 48.6%로 한국의 39.8%를 훨씬 앞질렀다.
매출액 기준으로도 대만의 점유율은 44.9%를 차지, 한국의 42.2%를 뛰어넘었다.
10.4인치 이상 대형 TFT-LCD 매출에서 점유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것은 3년 만의 일이다.
업체별 출하량으로는 삼성전자(20.5%), LG필립스LCD(이하 LPL, 18.2%) 등 국내 업체들이 1,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위도 대만 업체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이번 자료를 발표한 디스플레이뱅크는 지난 2004년 5월에만 해도 2008년까지는 한국이 1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고 시장에서도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2년 만에 어긋났고 국내 업체들은 위기감에 휩싸였다.
대만의 추격...빼앗긴 1위 자리 이렇듯 상황이 반전된 데는 대만에서 일어난 대형 인수합병(M&A) 영향이 크다.
세계 3위이자 대만 1위 LCD 업체인 AU 옵트로닉스(AUO)는 지난 4월7일 대만의 5위 업체인 콴타 디스플레이(QDI)의 흡수합병을 발표했다.
합병일자는 2006년 10월1일, 주식교환비율은 1대3.5로 매겨졌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TFT-LCD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삼성과 LPL이 다투던 세계 1위 자리를 AUO까지 넘보게 됐다.
실제 지난 1/4분기 AUO와 QDI의 출하량 기준 시장점유율은 각각 15.4%와 6.2%로 두 회사를 합치면 21.6%를 차지해 1위인 삼성전자(20.5%)를 따돌리게 된다.
게다가 AUO는 모니터 시장에, QDI는 노트북 시장에 각각 강점을 지니고 있어 두 회사의 합병은 시너지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UO-QDI 합병과 함께 LCD 시장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건은 한국 업체와 대만 업체간 수익성 역전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4/4분기 실적에서 대만의 양대 LCD 업체인 AUO와 CMO의 영업이익률은 모두 LPL보다 5%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감가상각을 고려한 에비타(EBITDA) 마진율 또한 AUO와 CMO가 각각 3.5% 포인트, 3.0% 포인트 높은 수준을 시현했다.
이는 LPL 등 한국업체들이 새로운 시장인 40인치 TV 시장을 공략하며 수익성이 떨어진 반면 대만업체들은 26~32인치에 집중해 효율성을 거둔 것으로 분석되지만 단순히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한국업체들과 매출 및 수익의 절대규모면에서도 차이가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LPL과 두 배 이상 꾸준히 격차를 유지해오던 LPL의 EBITDA 규모는 지난해 4/4분기 기준 AUO 대비 113%, CMO 대비 155%까지 축소돼 현금유입액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우증권 박찬호 애널리스트는 “5~6세대에서 대만 업체들의 수익구조가 좋은 것은 설비투자 비용 경쟁력에서 한국 업체들보다 강점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반도체와 휴대폰 등으로 수익구조가 다양한 삼성전자와 달리 LCD 전문업체인 LPL의 경우 1위 경쟁에서 밀려나는 순간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대만의 부상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렇게 비관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동부증권의 이정 애널리스트는 “AUO와 QDI의 합병에 따라 공급업체 수가 감소되면서 무리한 투자경쟁이 줄어들고 산업 전반에 걸친 수급이 안정될 것”이라며 “향후 TFT-LCD 산업의 성장을 이끌 LCD-TV 시장에서 대만 업체들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TV세트업체와 유대관계를 갖고 있지 못한 점도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IT 시장, 즉 모니터와 노트북 시장에서는 대만의 부상이 위협이 될 수 있겠지만 LCD 산업이 이미 TV 시장으로 무게 중심이 옮아간 상태여서 소니나 LG전자, 필립스 등의 회사와 유대관계가 없는 대만 업체들은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5강 체제로 재편...CMO의 선택은? LPL의 한 관계자도 “우리나라 업체들이 공을 들이는 분야는 새롭게 커가는 시장인 대형 LCD TV 시장”이라며 “이 분야에서는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고 더 큰 수익을 위해 현재는 잠시 전열을 정비하는 시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만업체의 수익성 역전현상에 대해서도 우리투자증권의 박현 애널리스트는 “신규제품 생산증가에 따른 수익성 하락은 신규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활동으로 볼 수 있다”며 “대만업체에 대한 한국업체의 생산능력 우위가 유지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대형제품에 대한 선행투자도 진행된 만큼 수익성 역전이 장기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안심하고 있을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추가 발생이 확실시되는 대만업체들의 인수합병과 한국업체들이 선발 주자로서 가졌던 프리미엄이 갈수록 약화되는 현상을 고려하면 말이다.
향후 LCD 시장은 삼성전자, LPL, AUO 3강의 수위 다툼 속에 대만의 CMO(4위), 일본의 샤프(5위)가 가세해 5강 중심의 경쟁체제가 예상된다.
또한 이들 다섯 업체들간은 물론이고 히타치, JVC, BOE 등 일본과 중국의 다른 업체들과의 협력 및 경쟁관계도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어서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과거 LPL과 대만업체들 간 제휴로 고립된 삼성이 소니와의 제휴로 활로를 뚫었던 반면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AUO가 크로스 라이센스를 맺어 차세대 화면크기 표준화 설정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QDI에 기술을 제공한 일본의 샤프는 AUO와의 협력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고, LPL은 40인치급 이상 시장에서 삼성과 AUO가 아닌 다른 일본 및 중국업체들과 제휴를 모색 중이다.
‘레드오션’에서 살아남기 이러한 재편 구조 속에서 한 가지 예상되는 변수는 CMO의 선택이다.
세계 4위 업체인 CMO가 자신이 배제된 3강 체제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D 시장도 더 대형화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CMO도 어떤 방식으로든 대형화의 길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이렇게 4강체제가 구축된다면 대형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과거 대만업체들을 확실히 따돌리지 못한 데 따라 한국업체들은 선발업체로서 가질 수 있는 프리미엄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이학무 애널리스트는 “디스플레이 산업이 선발업체는 시장개척을 위해서 선 출혈을 감수하지만 오히려 수혜는 후발 업체가 향유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만업체들의 추격으로 LCD 시장은 과거 ‘블루오션’에서 이제는 ‘레드오션’으로 변해가고 있다.
LCD 설비투자는 PDP 투자와 달리 한번에 약 4~5조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사업이다.
이처럼 엄청난 투자비용 때문에 투자 결정에서 한번이라도 실패할 경우 회사의 존폐가 위협당하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LCD 투자는 7세대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늘 대만업체보다 원가경쟁에서나 거래선 구조에서 우위를 점해왔다.
그 결과 엄청난 고용효과가 유발됐고 밥벌이에도 크게 기여해왔다.
문제는 앞으로도 그런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느냐이다.
LPL의 한 관계자는 “대만의 경우 부품조달, 인건비, 세제혜택, 정부지원 등에서 우리보다 나은 조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업체들이 앞으로도 원가경쟁 구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박찬호 애널리스트 또한 “우리 업체들이 대형 LCD TV 시장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이미 영국은 디지털TV의 보급률이 55%에 이르는 등 사냥터에 먹잇감보다 사냥꾼들이 더 많이 보인다”며 “우리나라의 땅값이 치솟은 점도 신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3년 뒤, 5년 뒤 LCD 업계의 왕좌는 과연 누가 차지하고 있을 것인가. 최중혁기자 tjp2010@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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