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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규 기자의 영업왕 열전]한상옥 태평양 부천상동점 수석지부장
[장승규 기자의 영업왕 열전]한상옥 태평양 부천상동점 수석지부장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6.04.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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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규 기자의 영업왕 열전16 “7전 8기로 고객 마음 열었어요” 한상옥(45) 태평양 부천상동점 수석지부장은 “화장품 영업을 알면서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찾았다”며 웃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개인사업을 하던 남편이 부도를 냈다.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3억원의 빚만 남았다.
집도 잃고 남편은 구속됐다.
당장의 생존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29살에 결혼해 집에만 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주부가 아이들을 기르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보험과 책, 화장품 영업밖에는 없었지요. 보험 영업은 웬지 내키지 않아 화장품 회사들을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녔죠. 그러다 1999년 5월 태평양 카운슬러가 됐어요.” 영업 7년 만에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 한 지부장은 올해 태평양 연도대상을 받았다.
그사이 빚을 다 갚고, 집도 장만했다.
모두 영업으로 7년 만에 일군 것들이다.
그는 “고객과 회사가 아니면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다”며 고마워한다.
- 기억에 남는 고객은? “처음 영업을 나가면 누구나 마찬가지죠. 교육 받은 대로 샘플을 주고, 제품 설명을 하고. 그런데 제 말은 듣지도 않고 샘플을 한쪽으로 밀어버리더군요. 상대하기도 싫다는 거죠. 어찌나 자존심이 상하는지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하지만 그런 분들이 지금은 대부분 최우수 고객이에요.”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그를 다시 일으켜준 것은 오기였다.
“한번 냉대받고 포기하면, 그저 그런 사람으로 잊혀지고 말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내 장부에 고객으로 이름을 올리는 게 바로 이기는 거라고 믿었어요.” 포기하지 않고 7번, 8번 찾아가면 고객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렇게 맺어진 고객들은 이제는 한 지부장을 대신해 영업을 해주는 든든한 ‘협력자’가 되었다.
어렵게 마음을 연 만큼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한 지부장은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영업자 입장에서는 가장 비싼 제품을 파는 게 이득이죠.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오래갈 수 없어요. 가장 낮은 가격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줄 수 있는 제품을 권해야죠.” 그는 비가 오는 날이면 밀가루를 사들고 고객을 찾곤 한다.
부침개를 같이 만들어 먹으면서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밖에 돌아디나다 보면 점심을 제때 챙겨먹기 어려워요. 고객과 함께하면서 즐겁게 영업을 하는 거죠.” - 고객과의 갈등은 어떻게 푸나? “어떤 카운슬러는 가방을 선물로 주는데 당신은 왜 안 주냐, 그런 오해가 가장 많아요. 사소한 일처럼 보이지만 그런 데서 불신이 쌓이는 거죠. 우선은 고객의 불평을 인정하는 게 중요해요. 영업점마다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고, 꼭 필요하면 구해드리겠다고 해요. 그러면 대부분은 이해하고 그냥 넘어가시죠.” 한 지부장은 끊임없이 고객과 ‘대화’한다.
그는 “요즘 고객들은 대화상대를 찾는다”고 했다.
“옛날 영업은 말을 잘하는 게 중요했지만, 이제는 고객들이 그런 영업사원은 절대 신뢰를 하지 않아요. 오히려 많을 들어주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1~2년 된 고객들은 ‘그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알게 된다.
부부싸움으로 힘들어할 때는 하소연도 들어주고, 상담도 해준다.
고객들이 정말 좋아하는 건 바로 그런 것들이다.
현재 한 지부장은 23명의 카운슬러를 관리하는 ‘수석지부장’이다.
6명의 그룹원을 두고 있고, 전체 매출이 1500만원을 넘으면 지부장이 된다.
수석지부장이 되려면 최소 8명의 그룹원과 3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내야 한다.
한 지부장은 입사 2년 만에 수석지부장에 올랐다.
“처음부터 판매보다는 그룹을 관리하는 수석지부장이 되는 걸 목표로 삼았지요. 지부장이나 수석지부장이 되려면 그룹원을 직접 모집해 와야 했어요.” 수석지부장이 되면 그룹원들이 올리는 매출의 3%를 갖게 된다.
거기에 기본급과 그룹 매출액에 따른 수당을 더하면 월 500만원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
하지만 판매 영업은 기본이다.
한 지부장도 하루 평균 5곳 가량을 방문한다.
- 카운슬러 모집에서 어려운 점은? “영업이라면 누구나 겁내죠. 그걸 설득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또 화장품 영업을 하면 빚만 지게 된다고 하니까 꺼리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화장품 업체마다 영업제도에 약간씩 차이가 있다.
문제가 되는 곳은 판매대금 미수를 인정하지 않는 일부 업체. 이런 경우 미수가 생기면 자기 돈이라도 집어넣어야만 다음달 영업을 할 수 있다.
한 지부장은 “8년 동안 설득해 데려온 카운슬러도 있다”고 있다.
바로 그의 23번째 고객이었다.
“여러 번 우여곡절이 많았지요. 같이 일해보자고 설득했는데, 둘째아이 임신을 하는 바람에 못했어요. 더구나 몇 년 뒤에는 다른 곳으로 이사까지 갔어요. 그래도 꾸준히 고객으로 관계를 유지해갔죠. 그러다 얼마 전 이쪽으로 다시 이사오면서 겨우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한 지부장은 “한번 카운슬러로 데려와야겠다고 작심하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몇 년이든 꾸준히 공을 들이며 기다리는 것이다.
- 주로 어떤 점을 보고 평가하나? “특별히 자질을 평가하지는 않아요. 태평양이라는 회사와 제품력, 영업제도를 믿기 때문이죠. 잘 적응을 못하면 열심히 지원해서 프로로 키우면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꼭 필요한 건 하겠다는 의지와 분명한 목표의식이죠.” 쉽게 포기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카운슬러는 한 지부장의 또 다른 고객이다.
도움을 요청하면 자기일을 제쳐두고라도 항상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
“꼭 일을 해야 하는데, 기술도 가진 것도 없는 주부들에게 이 만한 일은 없다고 봐요. 제품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판매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쉽게 포기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한 지부장은 “이왕 시작했으면 적어도 1년은 투자해 봐야 한다”고 했다.
“신입 때는 하루에 100번 그만둘까 생각한다고 해요. 경력이 오래돼도 회수만 줄 뿐이지 어려움은 마찬가지에요. 그런 순간들을 이겨내야 해요. 거기서 물러서면 지는 거죠.” 물론 한 지부장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지난 2004년 그룹원의 ‘부정행위’로 카운슬러로 직급이 두 단계 하락했다.
화장품 영업은 고객과의 1대 1 판매다.
가격 할인도 없다.
그런데 그룹원 한 명이 제품을 인출해 할인판매를 하는 인터넷 쇼핑몰에 넘기다 회사 측에 적발됐다.
“그때 정말 그만두고 싶었어요. 저한테 잘못이 있는 건 아니었거든요.” 이때 또 다른 그룹원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
“여기서 그만두면 사람들이 수석지부장에서 카운슬러로 강등된 게 자존심 상해 그만뒀다고 할 거다, 그만두더라도 다시 수석지부장 자리를 회복한 다음 그만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시작했고, 더 멀리 뛸 수 있었지요.” 그는 6개월 만에 다시 수석지부장에 복귀했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빼곡히 기록된 모집 리스트가 영업비법 한상옥 지부장은 어디를 가든 항상 ‘모집 리스트’를 갖고 다닌다. 리스트에는 카운슬러가 될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의 명단이 빼곡히 기록돼 있다. 한번 이름을 올리면 카운슬러로 데려와야만 리스트에서 지운다. 몇 년째 공을 들이는 경우도 상당수다. 그에게는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이 모집 대상이다. 이 사람이다 싶으면 수시로 전화하고 가능하면 잠깐이라도 거의 매일 들른다. 한 지부장은 “카운슬러 모집은 밀고 댕기기의 연속”이라고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대방의 심리 상태를 읽는다. 어떤 단계에 와 있는지는 판단하는 것이다. 그가 상대하는 것은 100% 여성이다. 당연히 아이들 이야기, 교육문제, 남편에 대한 것들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먼저 인간관계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다. 그는 “정말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그룹원이 제몫을 해내고, 직급이 올라갈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은 역시 사람 문제다. 고객들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고, 그룹원들도 언제나 그의 진심을 이해해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희망의 끊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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