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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정보보호기업, 살길 찾아 ‘엑소더스’
[정보통신]정보보호기업, 살길 찾아 ‘엑소더스’
  • 김인순 전자신문기자
  • 승인 2006.05.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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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성장동력 한계…멸치·비데 등 수익사업 찾기 ‘혈안’
△국내를 대표하던 정보보호 기업들이 기존 사업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 줄이어 진출하면서 국내 정보보호 사업이 위축되고 있다.
'정보보호 기업이 사라진다.
'
지난 1982년 국내 최초로 가상사설망(VPN)을 국산화하고 국내 보안시장을 이끌어온 퓨쳐시스템. 퓨쳐시스템은 최근 미국 바이오기업인 렉산파마슈티컬스에 인수됐다.
국내를 대표하는 정보보호 기업이었던 퓨쳐시스템은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바이오 사업으로 정했다.
이 회사는 기존 보안사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바이오사업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보안사업의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를 대표했던 정보보호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기존사업과 전혀 상관 없는 분야에 진출하면서 정보보호 사업이 위축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사이버 국가 안보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기업을 운영했던 창업자들이 기업을 줄줄이 떠나면서 나타나 무력한 보안업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에 등록돼 정보보호 테마 주를 형성했던 기업들이 보안과 동떨어진 사업으로 눈을 돌려 그 심각성을 더한다.
1990년대 말 방화벽 시장을 주름잡았던 한국정보공학을 시작으로 최근 퓨쳐시스템·소프트포럼·시큐어소프트 등이 정보보호 사업 비중을 낮췄다.
이들 기업은 코스닥에 등록돼 각각 가상사설망(VPN)과 암호솔루션, 방화벽 등의 분야를 선도했지만 보안사업 분야에서 장기적인 성장 계획을 짤 수 없다며 타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내수시장 부진-업체 난립 ‘악순환’ 정보보호 기업, 왜 없어지나=코스닥에 등록된 정보보호 기업들은 2∼3년간 장기 불황으로 인한 극심한 실적 압박에 시달리면서 매출과 수익이 많이 나는 분야 물색에 혈안이 된 상태다.
과거 전문업체로 명성을 날렸던 보안업체의 변신은 보안사업 전반에 걸친 회의적인 시각과 맥을 같이 한다.
이들 기업들은 정보보호가 국가 안보를 지키는 중요한 사업이긴 하지만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기업들의 정보보호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부진해 시장이 내수시장이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100여 개가 넘는 정보보호 기업들이 난립하면서 업체간 극심한 출혈 경쟁도 기업 성장을 가로 막았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기업들은 차세대 솔루션 개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신기술로 무장한 글로벌 보안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맹공을 퍼붓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첨단 제품 개발에 소홀했다.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은 초기 시장을 외산 기업에 빼앗기고 2∼3년이 지난 후 뒤늦게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진출했다.
기업들은 대부분 코스닥 등록 후 계속된 시장 침체와 차세대 솔루션 개발 및 시장점유율 확대에 실패하면서 주가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어려움의 탈출구가 다른 분야로 진출이었다.
사업 다각화를 새로운 매출원을 찾겠다는 것. 이렇다 보니 보안기업들은 이종 업체 간 인수합병(M&A)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코스닥에서 우회상장을 노리는 기업들의 주요 타깃으로 부상했다.
소프트웨어를 주 사업으로 하는 보안기업은 주가는 매우 낮고 기업 규모가 작아 우회상장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 인터베스트의 임정희 바이오투자 팀장은 "우회상장에 적합한 기업은 현재 사업영역에 뚜렷한 발전 가능성이 없어 성장동력이 필요한 경우"라며 "보안업체와 바이오업체는 이런 상호 간의 요구를 잘 충족시킨다"고 설명했다.
돈 될 만한 사업이라면 업종 불문 이종 산업으로 눈 돌려=보안업계 대표주자들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정보보호라는 전문성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
신약·LCD·멸치·비데·냉동식품 등 다양한 업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보보호 기업들이 돈이 될 만한 사업이라면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기웃거린다며 곱지 않은 시선이다.
1990년대 방화벽 시장을 이끌었던 한국정보공학은 보안사업을 접은 지 이미 오래다.
이 회사는 요즘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나서고 있다.
시큐어소프트는 최근 마케팅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했다.
시큐어소프트는 정보보호 연구개발 사업부를 정리하고 관련 기술 및 영업권을 유니포인트에 양도했다.
또 직원을 10여 명으로 줄이고 사실상 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
이 회사는 온라인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비데 등 의료기기 사업에도 진출했고 냉동식품 '도투락'의 상표권을 인수했다.
시큐어소프트란 사명이 어울리지 않을 지경이다.
이재간 시큐어소프트 상무는 "다양한 사업에 진출하면서 시큐어소프트란 사명과 거리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좋아 사명은 당분가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1세대 보안업체 중 하나인 어울림정보기술은 올 초 자회사 어울림F&C를 설립하고 멸치 판매를 시작했다.
어울림정보기술은 지난해 낚시 관련 여행전문회사인 어울림레포츠, 나노기술 사업을 추진할 어울림나노기술을 설립하는 등 신규 시장 발굴에 적극적이다.
어울림은 인수합병에도 적극 나서 최근 CCTV 전문업체 전신전자를 인수하기도 했다.
미래산업 관계사로 출발해 국내 암호 솔루션 시장을 양분했던 소프트포럼은 LCD사업을 추가했다.
소프트포럼은 두레테크와 합병을 통해 올해 창사 이래 사상 최대 1분기 실적을 올렸다.
이 회사는 1분기에만 145억8천만 원의 매출과 1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런 성과는 보안 부문의 성장이 아니라 LCD사업의 확장 때문이었다.
업계는 소프트포럼의 이 같은 성과에 부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젠 역시 스마트카드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인젠은 지난해 2월 스마트카드업체 엔아이시티(NICT)를 인수, 인젠스마텍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올 1분기 2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동기 대비 55% 성장한 인젠스마텍은 현재 총 70억 원 규모의 국방 스마트카드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인젠은 벤처 투자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젠은 지난해 투자했던 리젠바이오텍의 지분을 대부분 매각, 30억 원 이상의 투자차익(평가이익 포함)을 거뒀으며 30억 원을 투자한 아미코젠도 상반기 안에 코스닥에 등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병동 인젠 사장은 "인젠이 법적으로 지주회사의 요건을 갖추진 않았지만, 사실상 기업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보안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비롯해 기업 가치제고를 위해 유망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윈스테크넷과 이니텍, 닉스테크 등도 이종 사업과 인수합병의 방법을 통해 새로운 캐시카우를 창출할 방법 찾기에 혈안이다.
윈스테크넷은 벤처투자 회사인 아이퍼시픽이 2대 주주가 되면서 신규 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니텍은 최근 e뱅킹 아웃소싱 기업 뱅크타운의 지분 확보를 통해 경영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 공격 경영을 목표로 삼은 이니텍은 최근 M&A 전문가인 김중태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신규 사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김대연 윈스테크넷 사장은 "다른 업종과 합병을 시도하는 등 보안 기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2대 주주가 된 아이퍼시픽이 신규 사업과 기업을 발굴, 접목해 윈스테크넷의 기업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백의선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경영혁신실장은 "정보보호 기업들이 국내 다른 대기업처럼 돈이 된다는 사업에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성숙하지 못한 풍토가 아쉽다"며 "전문성을 강조하는 선진국형 기업 구조 정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인순 전자신문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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