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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정보화 전진기지 '경로당'
[ceo칼럼]정보화 전진기지 '경로당'
  • 이코노미21
  • 승인 2006.05.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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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를 기다린 적이 없다.
나는 언제나 그 시대의 미래였다.
" 어느 외국계 유명 자동차 브랜드를 선전하는 광고 카피다.
이 짧은 두 개의 문장을 읽을 때마다 공원 벤치에 멍하니 앉아 '무위고(無爲苦)'에 시달리고 있을 우리네 아버지들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가난에 허덕이던 한국 사회를 산업강국, 무역대국으로 키워 낸 한국의 노인들. 그들은 산업화가 한창이던 지난 60~70년대 달러를 벌기 위해 중동과 아프리카의 사막 지대를 누볐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우리 부모님들은 건설 노동자로, 간호사로, 광부로 전 세계를 상대해야 했다.
지금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으로 변한 그들이지만 산업화 시대 당시에는 그야말로 한국 사회의 ‘미래’ 그 자체였던 게 우리 부모님 세대다.
한국사회의 '미래'였던 노인들은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화사회에서 소외된 노인 계층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 획득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며, 이는 결국 노인들의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예컨대, 인터넷을 활용하지 못하는 노인들은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때도 직접 관공서를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된다.
이 같은 생활의 불편함 때문에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컴맹’이라 더 서럽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는다.
이들 ‘컴맹’ 노인들은 빠른 정보 제공의 혜택을 누리지 못해 정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참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
대다수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한 의사소통 수단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네티즌이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층들만 소외된다면 이는 또 다른 형태의 불평등과 사회적 폐해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한국은 유엔이 정한 고령 사회다.
유엔은 통상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서면 고령 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2000년에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대비 7.2%를 넘어섰고, 2005년 9.1%로 고령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여러 사회적인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으며, 노인층의 정보화 격차 문제도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컴퓨터를 배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라 '배울 곳을 몰라서'라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노인들은 '최근 조류를 따라잡기 위해' '손자 손녀들과 대화를 위해서'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 했지만 정작 어디서 어떻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워야 할 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더 늦기 전에 노인층 정보화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세대간 정보화 격차를 해소하면 사회 구성원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으며, 세대간 의사소통 단절로 인한 갈등도 치유할 수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노인 정보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 부처별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2004년부터 노인들의 휴식 공간인 경로당을 정보화 교육장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 전국에 걸쳐 있는 경로당 수는 약 6만1천 개로, PC방(약 2만 개)보다 많다.
'어르신 정보화 교육 사업'은 고스톱이 판치는 경로당을 '노인 정보화 전진기지'로 탈바꿈시켜 정보화 혜택에서 노인들이 소외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2004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노인 정보 교육센터를 통해 양성된 노인 강사들은 동년배 노인들을 대상으로 경로당에서 IT 기초 교육을 맡고 있으며, 입소문을 타고 경로당에서 IT 교육을 받는 노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어르신 정보화 교육을 받은 한 노인으로부터 e메일 편지를 받았다.
교육 이전에는 e메일이 뭔지도 몰랐으나, 이제는 손자와 인터넷 채팅까지 한다고 전해왔다.
경로당에서 IT 교육을 받고 난 후 무위고(無爲苦)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병고(病苦) 등 소위 노인들이 겪는 '4고(苦)' 중 적어도 무위고는 해결할 수 있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노인들이 자주 모이는 경로당은IT 교육을 위한 너무도 훌륭한 인프라다.
경로당이 노인들의 정보화 격차를 해소하고 나아가 풍요로운 노후 생활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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