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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인터넷에 알프스 향기를 깔자
[독일] 인터넷에 알프스 향기를 깔자
  • 손영욱 통신원
  • 승인 2000.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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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이나 비엔나 인근 지역에 ‘전원형 벤처타운’ 건설 붐…“숨막히는 생활에서 해방” 인기 빽빽한 빌딩 숲, 그 사이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차량들, 약속시간에 쫓겨 뛰어가는 사람들, 쉴새없이 울려대는 휴대전화…. 대도시의 일상은 인터넷 시대에도 여전히 번잡하다.
더구나 경쟁이 치열한 벤처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시를 벗어나고 싶은 꿈을 한번쯤 품어봤을 것이다.
에델바이스와 젖소가 있는 알프스 산등성이에서라면, 늘 바라보는 모니터 화면도 새롭지 않을까. 최근 알프스를 끼고 있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지역에선 ‘전원형 벤처타운’ 건설이 한창이다.
숨막히게 돌아가는 벤처산업과 늘 꿈꿔온 전원생활을 연결시키자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다.
농가를 개조해 번듯한 사무실을 만들고 초고속인터넷망을 깐다.
주변에는 가족을 위한 전원주택을 짓고 학교도 세운다.
인터넷에 친숙한 아이들에게는 대도시가 오히려 번거롭다는 교육전문가들의 견해는 이들에게 복음이다.
자동차를 타고 한시간만 달리면 뮌헨이나 비엔나에 닿을 수 있어 문화소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들은 벤처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갖가지 당근을 내민다.
‘인터넷 수도원’에서 명상과 휴식을 이런 분위기를 타고 최근 독일 남부의 알프스 근처로 회사를 옮긴 기업 가운데 주목할 만한 기업이 있다.
비컨텐트(BeContent)라는 회사다.
베를린에 기반을 둔 이 회사는 화려한 배너광고가 없는 단순한 웹 디자인을 전문으로 한다.
‘만족하라!’(Be Content!)라는 회사 이름이 암시하듯 지나치게 상업적이지 않은, 현란하고 자극적인 배너광고가 없는 단순하지만 고급스러운 형태의 웹사이트가 미래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웹사이트를 디자인하는 사람이 먼저 번잡한 도시생활을 벗어나야 한다며 알프스 인근으로 회사를 이전한 것이다.
비컨텐트의 수석 웹 디자이너인 클라우디아 클링어가 최근 작업한 www.NichtFrau.de 가 이들이 자신하는 미래 웹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원래 배너광고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 ‘오늘은 ○○기업이 지원합니다’라는 간결한 문구를 적어넣었다.
방문자의 눈길을 끄는 번쩍이고 화려한 디자인 대신 깔끔하고 단순하게 처리된 알짜배기 콘텐츠로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이다.
비컨텐트는 이런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5만달러의 상금을 걸고 문학적인 내용, 미지의 시대 또는 그리고 상상의 세계 등 독특한 테마로 구성된 웹 디자인을 공모하고 있다.
상업성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비컨텐트의 또다른 시도로 ‘인터넷 수도원’을 들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관광도시 찰스부르크에 1617년 세워진 작은 성을 개조한 수도원을 사들여 벤처기업인들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허름한 겉모습과 달리 최첨단 장비를 갖춘 이 수도원은 독일 각지에서 몰려든 벤처기업가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사업 프로젝트를 다듬는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수도원에 딸린 숙박 시설도 명상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적격이다.
인터넷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로 가능해진 대안적인 삶의 문화가 벤처기업에게는 또다른 사업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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