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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천연자원 부국 '네덜란드 병' 고민
[글로벌]천연자원 부국 '네덜란드 병' 고민
  • 권기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승인 2006.05.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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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달러 유입으로 환율 하락...수출 경쟁력 악화 우려 최근 브라질 학계에서는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 논쟁이 한창이다.
네덜란드 병이란 70년대 이후 네덜란드가 유전 개발에 따른 석유 수출 확대로 경제 호황을 누리면서 급격한 임금 상승과 함께 소비 급증 등의 현상을 경험하며, 경제 활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을 일컫는다.
네덜란드는 이 때문에 통화 절상에 따른 제조업 부문의 수출 경쟁력 약화로 탈공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커다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 같은 네덜란드 병의 징후가 최근 브라질 경제에도 목격되고 있다는 게 일부의 주장이다.
최근 브라질 경제의 상황에 비추어볼 때 외견상 이러한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최근 브라질 수출은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년(2003~2005년)간 수출은 평균 20%대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며, 기록적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5년에는 브라질 정부가 그토록 고대하던 마의 1천억 달러 수출 목표도 가뿐히 달성했다.
이 같은 기록적인 수출 증가에 힘입어 무역흑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05년에만 무역흑자는 448억 달러에 달했다.
막대한 무역흑자로 2003년부터 경상수지도 흑자세로 돌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빠른 수출 증가가 공산품보다는 1차산품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특수에 따른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1차산품에 대한 폭발적 수요는 천연자원 부국인 브라질의 수출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또한 무역흑자 증가에 따른 막대한 달러 유입은 그간 브라질 수출을 견인해왔던 헤알(Real)화 환율의 급속한 하락을 부추겼다.
이 결과 2005년 이후 현재까지 헤알-달러 환율은 22% 하락했다.
이는 개도국 중에서도 가장 빠른 환율 하락세였다.
이 처럼 급격한 환율 하락은 결국 환율 변화에 민감한 공산품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켜 제조업 생산 부진 → 탈공업화 확대 → 고용하락 → 경기침체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게 네덜란드 병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논리이다.
그러나 브라질의 대표적인 국제경제연구소인 국제무역협상연구원(ICONE)을 중심으로 한 일부 학자들은 이 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들의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먼저 최근 브라질의 수출 증가가 단순히 1차산품의 수출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다.
공산품도 브라질의 수출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5년(2001~05년)간 1차산품의 수출은 19.6% 증가했다.
이에 다소 미치지 못하나 공산품의 수출도 같은 기간 15.8%의 높은 증가세를 시현했다.
특히 공산품 중에서도 항공기, 통신기기,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두 번째로 최근 10년간 브라질의 총 수출에서 1차산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특히 1차산품 수출 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2002년 이후 브라질에서 1차산품의 수출 비중은 39%선에 머물고 있다.
마지막으로 탈공업화의 대표적 징후인 제조업 부문에서 고용하락도 목격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04년 하반기 이후 제조업 부문에서 고용은 증가하고 있다.
2006년 들어서도 브라질의 수출은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1분기 수출은 20% 증가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브라질 학계에서 네덜란드 병을 둘러싼 논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권기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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