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커런트]국책은행 구조조정, 약일까 독일까
[커런트]국책은행 구조조정, 약일까 독일까
  • 황철 기자 서울파이낸스금융팀
  • 승인 2006.05.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경부·감사원의 고강도 재편안 임박 … 일차 타깃은 산업은행
ⓒ박미향 기자
재정경제부와 감사원이 추진하고 있는 국책은행 구조조정 방안의 공개가 임박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점 폐쇄, 인력 구조조정 등을 담은 강도 높은 재정비 권고안을 이르면 6월 중 내놓을 계획이다.
재경부 역시 내달 한국금융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개편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구조조정 안이 국책은행의 정체성 및 역할 논쟁에 다시 한번 불을 붙이며, 은행권 전반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책금융기관 통폐합, 역할 재정립, 민영화 여부 등 금융산업 전체를 뒤흔들 사안들이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당국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민간기관에 연구용역을 수주한 것이나, 금융감독원 소속 외부인력까지 동원해 대단위 기획감사를 사전에 실시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전윤철 감사원장이 지난해 말 “역사적 기능과 임무를 마친 공기업의 기능을 중단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들에 대한 감사종료 시점과 맞물려 있다.
금융연구원의 관계자도 “설립 목적을 달성한 국책은행들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게 논의의 핵심”이라며 “몇 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정밀분석을 통해 개편안의 현실화를 돕는 방향으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논쟁거리를 만들기보다,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실현 가능한 해법을 찾게 하겠다는 것. 산업은행 구조조정, 약일까 독일까 정부가 구상 중인 구조조정안의 칼끝은 우선 공룡은행으로 재탄생중인 산업은행을 향하고 있다.
감사원은 기능 소멸론을 앞세우며, 산업은행에 대해 고강도 구조조정 권고를 예고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연구보고서 역시 산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금융연구원은 완전 민영화, 정책금융 전담기관으로 축소개편, 투자은행 전환 등의 시나리오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완전 민영화보다 투자은행(IB)으로의 전환이나 정책금융 전담기관으로의 회귀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상업은행과 중복된 업무 영역에 대한 처리 문제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정책금융 전담은행으로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면, 부분적 민영화를 통해 투자은행으로 특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책금융기관으로의 축소안은 감사원의 기능 소멸론과 맥을 함께 하며, 산업은행에게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로 꼽힌다.
이렇게 되면 2011년까지 동북아 중심은행으로 거듭나겠다는 산업은행의 장기 비전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 기능 축소론의 배경에는 문어발식 영역 확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금융자회사만 34개를 거느린 대형 투자은행이다.
지분율 50% 이상인 자회사만도 12개에 달한다.
그동안 정책금융이라는 고유기능보다 기업 인수합병이나 사모투자펀드 등에 주력한 결과다(산업은행 금융자회사 현황 참조). 여기에 증권사 등 민간금융기관의 기본 업무인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기도 했다.
최근에는 PB사업까지 진출, 정체성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러나 정책금융에만 국한된 기능 축소론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만만찮다.
우선 그동안 산업은행이 쌓아온 브랜드 가치와 투자금융 기법의 노하우를 고려할 때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 최대 개발금융기관으로서의 강점을 살려 국제적 수준의 투자은행으로 키우는 것이 국익 차원에서 낫다는 현실적 판단이 반영된 것. 산업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IB부분에서 보여온 산업은행의 경쟁력은 국내 최고 수준을 넘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국책은행 구조조정은 감정적 차원에서 볼 것이 아니라, 국가 이익이라는 대승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우려 속에 투자은행으로의 특화전략은 산업은행 역할 재정립의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최대주주로 참여하는 종합금융사로 전환, 전문 투자은행으로 거듭나는 방안이 세를 얻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개발은행으로 출발해 대형 투자은행으로 성장한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을 가장 좋은 교본으로 꼽고 있다.
DBS는 정부의 영향력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대신, 지속적인 IB부분 강화를 통해 세계적 규모의 투자은행으로 재탄생했다.
산업은행도 투자금융기관으로 특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산업은행 역할의 대대적 개편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투자은행으로의 전환만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미 M&A, PEF,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IB업무에 전략적 초점을 맞춘 상태여서, 경쟁력 면에서도 가장 긍정적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011년까지 동북아 중심 투자은행으로 세우겠다는 방침을 세운만큼 IB업무의 강화는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이는 정부의 동북아금융허브 구상의 실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통폐합도 화두 그러나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복안에도 반대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형태만 달라졌을 뿐, 국책은행의 무차별적 영역 확대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특히 회사채 발행, 파생상품 거래 등 민간금융 업무를 독점, 은행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폐단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면 회사채 시장 등에서 보이고 있는 독점화 폐단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완전 민영화를 통해 국책은행으로서의 프리미엄을 배제, 완전 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은 업무 중첩 기관간 통폐합 문제가 쟁점이다.
산업·기업은행과 통합 자산규모 200조원 이상의 거대금융사 탄생이 추진될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수출보험공사의 조합도 회자되고 있다.
특히 국민 · 외환은행 합병에 정부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을 볼 때, 허무맹랑하지만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적 규모의 대형은행을 동북아 금융허브의 선제조건으로 삼는다면, 자산규모 200조원대 은행이 둘 이상은 필요하다는 것. 수출입은행의 경우, 업무연관성이 많은 수출보험공사와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국책금융기관의 통합론은 금융권 전체에 또 한번의 빅뱅을 예고할 사안이어서, 관련기관 모두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특히 수출입은행은 국책기관 중 가장 특화된 금융영역을 갖고 있어, 통폐합이 도리어 공공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과는 업무 중첩 부분이 사실상 거의 없고, 수출보험공사의 경우에도 보험산업과 은행산업은 엄연히 다르다”며 “이들과의 통폐합은 국가경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수출중소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 한다”고 전했다.
황철 기자 서울파이낸스 금융팀 biggrow@seoulfn.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