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증시들여다보기]주식시장, 핵심 정보가 샌다
[증시들여다보기]주식시장, 핵심 정보가 샌다
  • 김호준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06.05.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장사 '깜짝 실적' 발표 전 주가 올라…사전 유출 의혹
ⓒ한겨레 김진수
주식시장의 핵심 투자정보에 속하는 기업실적과 증권사의 분석보고서가 공식 발표 이전에 미리 새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깜짝실적'을 기록한 상장사의 주가 동향을 보면 평균적으로 발표일 이전에 미리 오르고, 발표 이후에는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증권사가 특정 상장사의 투자의견을 올리기 전후의 주가 동향을 봐도 미리 주가가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호재성 재료가 발표되기 전에 주가가 미리 반응하는 것은 일반 투자자가 알기 전에 미리 정보를 접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말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에프앤가이드가 올해 1분기 깜짝실적을 발표한 37개 상장사의 주가 동향을 조사한 결과, 실적 발표일 이전 5거래일 동안 주가가 3.96% 올랐다.
반면 실적 발표 이후 5거래일 동안은 오히려 주가가 0.82%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곳 이상의 증권사에서 분기 실적 전망치를 제시하는 12월 결산 상장사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으며 1분기 영업이익이 증권사의 평균 추정치를 10% 이상 상회한 경우를 깜짝실적으로 봤다.
조사대상 37사 가운데 28사는 실적 발표 전 5거래일 동안 주가가 올랐고 9사는 주가가 하락해 상승 종목수가 월등히 많았다.
반면 발표 이후 5거래일 동안은 19사의 주가가 오르고, 17사의 주가가 하락해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예컨대 여행사인 모두투어는 1.4분기 영업이익이 31억원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추정치를 89.15%나 상회했다.
실적 발표일인 지난 달 12일, 이 회사의 주가는 4만2천원으로 5거래일 동안 16.99% 급등한 반면 이후 5거래일 동안은 보합세를 유지했다.
이달 2일 1.4분기 실적을 공개한 계룡건설도 영업이익이 135억원으로 국내 증권사의 평균 추정치보다 12.06% 많았다.
깜짝실적 발표 전 5거래일 동안 16.58% 급등한 주가는 이후 5거래일 동안 7.56% 하락했다.
이처럼 상장사들이 깜짝실적을 발표하기 전 주가가 오르다가도 발표 이후에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정보를 미리 알고 선취매하는 투자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상장사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기관투자자들의 삼각관계에 주목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사가 애널리스트에게 미리 실적을 뀌듬해주면 애널리스트들은 자신의 고객인 기관투자자에게 슬쩍 알려주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기관투자자의 정보 유착관계는 증권사가 발행하는 상장사 분석보고서와 주가 동향을 봐도 알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작년 초부터 지난 달 26일까지 국내 5대 증권사의 투자의견 상향 사례 274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상향 조정 이전에 이미 주가가 올랐고, 상향 이후 상승률은 미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한 날의 종가는 5거래일 전에 비해 평균 3.13% 오른 반면 5거래일 이후 종가는 상향 조정일 대비 1.32% 오르는데 그쳤다.
기간별로 나눠보면 대세 상승이 지속된 작년에는 227건의 투자의견 상향 조정이 있었으며 5거래일 전에 비해 기준일 주가는 평균 3.30% 올랐고, 5거래일 뒤에는 기준일 대비 1.73% 올랐다.
올해 투자의견이 상향 조정된 47건의 경우 기준일 이전 5거래일 동안은 해당 종목의 주가가 2.35% 오른 반면 이후 5거래일 동안 0.7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의견 상향일 이전 5거래일 동안 조사대상 274건 가운데 177건이 주가가 올랐고, 92건은 하락했으며 5건은 주가에 변화가 없었다.
투자의견 상향일 이후 5거래일 동안 주가가 상승한 경우는 154건, 하락한 경우는 114건, 보합세는 6건이었다.
투자의견을 올리기 직전에 주가가 10%대 급등세를 보이던 종목이 상향 조정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자신들이 중요한 고객인 기관투자자들에게 미리 분석보고서를 제공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애널리스트가 분석보고서를 기관투자자에게 미리 제공해도 보고서상에 미리 제공한 사실을 알리면 별 문제가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사의 분석보고서는 민간기업이 사적으로 생산한 정보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차별적으로 서비스해도 제제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극도로 불신하고 있다.
증권포털인 팍스넷이 지난 달 18일부터 26일까지 개인투자자 1천637명을 대상으로 증권사의 신규 추천종목에 대한 투자 여부를 질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1천315명(80.3%)이 증권사 신규추천 종목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807명(49.3%)은 '참조만 할 뿐 투자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508명(31%)는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고 응답해 대부분의 개인투자자가 증권사 추천종목을 외면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하지 않는 이유로는 절반이 넘는 1천24명(62.6%)이 '대부분 오른 종목이거나 기관 선매집 종목이 많다'는 점을 1순위로 꼽았다.
243명(14.8%)은 '내가 선정한 종목의 수익률이 더 좋을 것 같아서'라고 응답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이 접하는 정보의 양과 수준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주식시장이 정보의 대칭성이 관철되는 완전 경쟁시장에 가까운 이상적인 시장이라는 말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김호준 연합뉴스 기자 hojun@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